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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옥션] 의재의 연꽃 그림, 6백만 원에 새 주인에게

칸옥션 제 32회 미술품경매(2024.04.25.)
허백련(許百鍊, 1891-1977)
<애련愛蓮> 1947년(정해), 종이에 수묵담채, 132x132cm
추정가 3백만~ 7백만 원
낙찰가 6백만 원

정사각의 종이에 담묵과 담백한 채색으로 연꽃이 핀 못과 그곳에서 노니는 백로 두 마리를 큼직하게 그린 그림 한 점이 옥션에 등장했다. 약간의 경합 끝에 기관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허백련 <애련>1947, 종이에 수묵담채, 132x132cm
칸옥션 32회 미술품경매(2024.4.25) 6백만원 낙찰

이인상의 <서지백련도>를 떠올리게 하는 맑은 화면. 
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 1891~1977)은 소치 허련의 아들 허형에게서 배웠다. 소치 허련은 허백련의 종고조부. 1912년 봄 일본에 건너가 일본 남화의 대가 고무로 스이운(小室翠雲)에게서도 배웠다. 



(참고) 이인상 <서지백련> 1745, 종이에 수묵담채, 51.5x26.0cm, 간송미술관



의재 허백련은 주로 전통적인 화풍의 산수화, 문인들의 취향을 가득 담은 사군자나 화조화를 많이 그렸던 근현대 한국화가의 대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근현대 격동하는 동양 화단에서 전통을 중요시하고 그것을 통해 발전하려 부단히 노력했던 인물이다.
그림은 고요하지만 남종화에 대한, 그리고 전통 회화에 대한 그의 고민은 치열했다. 

그러나 새로운 미술 경향이 몰아치던 시절, 김영준 같은 이는 허백련에 대해 "서산에 해 떨어지는 격인 남화계 동양화의 몰락을 오로지 혼자 붙잡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화제의 글은 송나라(북송) 주돈이(周敦頤 1017-1073)의 애련설(愛蓮說)*로 고결한 모습의 연꽃에 견주어 속세와 거리를 둔 고고한 군자의 뜻을 표현한 글을 그대로 얹었다. 화제에 이어지는 관지를 통해 정해년 즉 1947년 가을에 그린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수류화개관(水流花開館)'은 의재의 당호로 추사 김정희와 초의 스님, 그리고 소치 허련의 교우를 흠모해 추사가 초의 스님에게 써준 '공산무인 수류화개'에서 따 온 것이다. 



*愛蓮說 (애련설)
 
水陸草木之花 可愛者甚蕃
晉陶淵明 獨愛菊
自李唐來 世人甚愛牡丹

물과 땅에 있는 초목의 꽃 중에 사랑스러운 것이 매우 많다
진나라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좋아했고
이씨가 세운 당나라 이래 세상 사람들이 매우 모란을 좋아했다
 
予獨愛蓮之出淤泥而不染
濯淸漣而不妖
中通外直 不蔓不枝
香遠益淸 亭亭淨植
可遠觀而不可褻翫焉
 
나는 유독 사랑한다 진흙에서 나왔으나 때묻지 않은 연꽃을
맑은 물로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고
속은 비었으되 겉은 곧으며 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아지고 반듯하고 맑게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차마 가까이 갈 수 없구나
 
予謂 菊花之隱逸者也
牡丹花之富貴者也
蓮花之君子者也
 
내가 말하건대 국화는 꽃 중에 은둔하는 현자요
모란은 꽃 중에 부귀한 자요
연꽃은 꽃 중에 군자로다
 
噫 菊之愛陶後鮮有聞
蓮之愛同予者何人
牡丹之愛宜乎衆矣
 
아! 국화를 사랑하는 이, 도연명 이후로 들어본 바 드물고
나와 같이 연꽃을 사랑하는 이 누구인가
모란을 사랑하는 이는 마땅히 많으리로다

업데이트 2024.05.0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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