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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한 물질들끼리의 흔한 작용, 이를 바라보는 새삼스러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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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 자신의 작용 What it does-임지현展
전시 기간: 2017년 5월 24일 ~ 2017년 6월 13일
전시 장소: 서울 스페이스 선+
글: 김세린(공예 평론가)

산은 그 자리에 항상 같은 모습으로 그대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부의 지층은 끊임없이 융기와 퇴적을 반복한다. 그 자체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흙과 나뭇잎 그리고 돌의 파편 역시 쌓이면서 서서히 산길의 모습을 바꾼다. 시냇물의 형태도 절벽의 모습도 그대로 고정된 모습이 아니다. 언제나 조금씩 변하고 그와 같은 미세한 변화들이 만나 또 다른 산의 모습, 자연의 모습을 완성한다. 그리고 다시 변화를 이어간다.

흔히 쓰는 플라스틱 물건도 그렇다. 손의 흔적이 닿고 또 그 흔적이 쌓이면 색과 형태가 변한다. 떨어뜨리거나 밟는 등 부주의로 손상이 생길 때도 있다. 금이나 은도 공기나 손에 닿으면 색이 짙어진다. 어느 경우는 아예 까맣게 변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변화는 이처럼 일상의 사물 곳곳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늘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아무런 작용이 없는 것을 찾기 힘들 정도이다. 


임지현 <둥근 것 01g> 2016 ⓒ스페이스 선+

도예가 임지현의 작품은 이런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변화와 그 변화의 작용을 통해 생겨나는 다양한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하나의 원을 표현하더라도 작가는 원 그대로에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원에 또다른 원이 더해지기도 하고 수직과 수평으로 형태가 움직인다.

하나하나의 작품에는 작용에 따라 이러한 움직임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내재해있다. 어찌 보면 작가의 작품에 내재된 이야기는 굉장히 이채롭게 형상화 되었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되짚어보면 일상의 물질 제각기에 가해지는 작용에 따른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작품 속에 극대화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임지현 <둥근 것> 2016 ⓒ 스페이스 선+

흙과 유약, 안료가 각각 결합되고 건조와 번조를 거쳐 형태를 만들고 그것을 다시 굽는 도자작업의 과정에는 재료 본연의 특성과 함께 표피의 질감, 경도 등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여러 극적인 변수를 도출하기 쉽다.

작가는 ‘작용에 따른 변화’라는 틀 안에서 도자에 내재된 이런 고유의 개성을 최대한 살린 결과물을 완성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입자의 질감을 잘 살릴 수 있는 카오링이 다량 함유된 도토(陶土)를 이용해 도판(陶板)을 만들고 건조 과정을 극대화한 뒤 번조해 완성한 <숨숨 Breath>은 이러한 작가 의도를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다. 거친 표면과 도토의 입자가 하나하나 살아있는 질감은 조선시대 백자의 그것과 비교해보면 판이하게 다르다.


임지현 <숨숨 Breath> 2017 ⓒ 스페이스 선+

이는 같은 토대에서 출발했더라도 제작의도, 건조 그리고 번조 환경 등의 변화에서 나타나는 결과물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삶에서 흔히 접하는 물질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과 그 속에 보이는 작용과 변화를 관찰하고 생각하는 작가의 시선에서 비롯되었다.


임지현 <숨숨>(부분) 스페이스 선+

흔한 물질과 물질 사이의 관계, 그 속에는 여러 작용들이 반복한다. 작용은 형태와 물성의 변화를 수반한다. 너무 당연한 것이기에 새삼스럽게 떠올리지 않으면 지나쳐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뇌리에 박힐 만큼 큰 일이 아니라면. 그 정도로 삶에서의 작용과 변화는 쉴 새 없이 반복되며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 안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현상은 비단 물질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에서 지속되고 있는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의 큰 사건이 아니라 하더라도 가까운 사람과의 소소한 대화 안에서도 미세한 감정, 행동의 변화 등은 끊임없이 이뤄진다.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고 하루의 순간이기에 덤덤하고 당연하게 지나간 것일 뿐이다.
 
도토와 유약, 안료를 통해 다채로운 형태와 표피로 형상화된 임지현의 작업은 일상의 작용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담긴 작품을 통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흔한 것에 대해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돌아보게 한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7.12.1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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