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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연하다고 여긴 것을 보는 새삼스러운 시선 - <공예공방-공예가 되기까지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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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공예공방-공예가 되기까지
전시기간: 2016. 8. 30 – 2017. 1. 30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글: 김세린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강사, 미술평론가)

기능과 전승을 근간으로 하는 전통공예와 현대적 삶과 작가적 사유가 반영된 파인아트. 오늘날 공예의 두 축이다. 이는 개인전, 공모전, 아트 페어 등은 물론 판매되는 작품 속에서도 공존하므로 어떻게 보면 대중에게 현재의 ‘공예’에 대한 가장 익숙한 존재이자 개념이다. 따라서 누구나 ‘전통 공예구나’ ‘현대 공예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한다. 

흔히 전통공예와 파인아트 공예는 뿌리가 다르다고 여긴다. 전통공예는 전승된 의장, 형태, 용도가 제작의 근간이 된다. 현대의 파인아트 공예는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 작가의 생각과 표현이 근간이 된다고 여길 수 있다. 그리고 파인아트 공예와 전통공예에는 분명히 다른 정체성의 경계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2015년 개최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확장과 공존; 잇고 또 더하라’라는 테마로 이와 같은 의문을 전시를 통해 개진한 바 있다. 도구를 시작으로 공예의 본질과 속성을 반추하고 전통공예 및 유산이 된 과거의 공예 트랜드에서, 파인아트로 대변되는 현재의 공예까지 단계적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당연한 듯 생각했던 공예에 대한 이분법적인 인식을 ‘확장과 공존’이라는 테마를 통해 결국 훗날엔 공예문화의 연장선이 될 것이며, 미래의 유산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같은 해 개최된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전시 기조와도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전시의 경향들은 너무나 익숙했던 전통공예와 파인아트 공예에 대한 인식과 앞으로의 향방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공예 공방-공예가 되기까지>전은 앞선 전시들과 마찬가지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새삼스러운 시선, 즉 인식의 전환과 이에 대한 견해를 대중에게 소개한 전시다.

1부 ‘시간을 두드리다’, 2부 ‘공간을 두드리다’가 시간과 공간, 문화의 이음과 이음 이를 통해 완성되는 ‘전통’의 구축과정과 ‘전통’이 지니고 있는 삶과 문화의 연속성과 대중의 공감을 통한 전통의 완성 과정을 보여준 기획이었다.

반면 3부 ‘관계를 엮다’는 전통공예와 파인아트 공예가 이분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금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다룬다. 그리고 ‘관계를 엮다’라는 테마명과 섬유 분야를 통해 그들의 궁극적 방향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섬유는 인간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물질이자 공예 재료이다. 비단, 마, 모시, 면 등 다양한 섬유 종류는 의복을 비롯한 각종 생활용품에 두루 사용되었다.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원단과 기술이 활용되면서 공예적 형태와 의장으로 완성됐다.

침선장(針線匠), 자수장(刺繡匠), 누비장, 돌실나이장, 염색장(染色匠), 바디장, 세모시장, 매듭장, 금박장, 샛골나이장, 망건장, 탕건장, 화혜장 등. 원단 제작, 장식, 기술 등에 관련된 다양한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은 일상생활에서의 넓은 저변을 짐작케 한다. 

아울러 사람 몸에 가장 밀접하게 닿아 사용되는 공예품이기에 사용자의 취향과 당시의 경향, 법식은 물론 아토피와 같은 피부의 민감도 등 사용자의 인체적 특징까지 고루 반영된다.

현재의 섬유공예는 과거의 일상적 역할이 기성품에 일정부분 이반되면서, 실용품에도 활용되지만, 과거에 비해 전통의 ‘계승’ 및 파인아트에서의 ‘작품’적 요소가 강화된 것이 사실이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섬유공예의 현재를 국가무형문화재 한산세모시 이수자인 박미옥과 섬유공예가 오화진의 작업과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박미옥의 작업 ⓒ국립현대미술관


박미옥의 한산세모시 작품 ⓒ국립현대미술관

베틀과 바느질은 작가에게 공통적으로 관람객에게 전하는 언어를 빚어내는 수단이자 문법이다. 작가가 베틀로 한 수 한 수 씨실과 날실의 교차시켜 완성한 <한산세모시>와 이것으로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제작한 의복들은 오랜 시간 전승된 문화와 기술, 물질을 관람객에게 전한다.

관람객은 이를 통해 작품에 내재된 전통공예의 본체 뿐 아니라, 이를 제작한 박미옥 작가 본인의 삶을 함께 느끼고 공감한다. 작가가 어떠한 말을 직접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오늘날 장인의 삶과 무수한 시간 그리고 흔적을.  


오화진 작업 ⓒ국립현대미술관


조명, 솜, 폴라폴리스 등으로 완성된 오화진의 바느질 작품 ⓒ국립현대미술관

오화진 작품 역시 한 땀 한 땀 빚어낸 손바느질의 흔적에서 출발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무수한 손짓을 반복한다. 전등에 덮여진, 의자를 감싼 천 하나하나의 형태를 위한 마름은 작가의 정확한 재단과 가위질로 이뤄진다.

이렇게 재단된 천은 작가의 손바느질을 통해 이어져 구체적인 형상으로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에는 작가의 사유와 함께 박미옥 작가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작품을 위한 작가의 열정과 시간, 그리고 과거부터 이어온 섬유공예의 근간인 ‘손바느질’이라는 기술과 작가의 개성이 한껏 발현된 바느질의 선이 함께 담긴다.

전시의 테마인 ‘관계를 엮다’라는 표현은 정말 은유적이면서도 직설적이다. 박미옥의 작품이 베틀로 씨실과 날실이 하나하나 엮어져 하나의 천으로 완성된 후, 다시 한 번 바느질로 이어져 의복으로 완성된다면, 오화진의 작품은 정교한 마름을 통해 떨어진 천이 한 땀 한 땀 작가의 바느질로 이어져 완성된다.

‘관계를 엮다’라는 테마는 1차적으로 섬유공예가 가지고 있는 기본, 사람의 손과 사람의 손짓으로 이어져 완성되는 본질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2차적으로 전시 본래의 목적을 은유적이면서도 함축적으로 담았다. 전통공예와 파인아트 모두 작가와 대중, 작품을 제작하는 이와 작품을 향유하는 이들의 불가분적 관계를.

전술한 바와 같이 공예는 19세기 후반 기계문화가 도입, 확산되면서 기존의 산업적인 성격보다는 예술적인 성격이 강화되었다. 이는 분명 과거와는 다른 공예의 양상이었다. 기성품이 점차 삶의 영역을 대체하면서 소멸될 우려가 있던 수공예의 보존을 위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은 오랜 시간 전승된 공예품의 제작기술과 의장, 문화를 중심으로 보존에 힘썼고, 이는 범람하는 기계문화 속에서 각자가 지닌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다.

한편으로 수공예 기술의 틀 안에 모더니즘, 다다, 포스트모더니즘, 누보 레알리즘 등 다양한 당대의 사조를 통해 현재를 담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전통공예는 과거를 담은 공예의 대표 단어로, 파인아트 공예는 작가의 사유와 당대의 사조가 담긴 단어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기계문화의 도래 이후의 전개와 이를 통해 구축된 대중의 인식은 과거와 분명 달라졌다. 그리고 일상문화가 아닌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과 함께, 공예도 과거와는 달리 ‘예술품’이라는 인식이 우선시되었다.


이세경 <작가의 부산물> 2016 소마 인사이트 <지독한 노동>展 ⓒ소마미술관


이세경 <작가의 부산물> 부분 ⓒ소마미술관

하지만 작년과 올해 열린 다양한 아트페어와 전시를 반추해보면, 전통공예와 파인아트 공예는 일상에서의 ‘쓰임’ 그리고 공예가 가진 ‘기술’과 ‘문화’를 놓치지 않았다. 올 3월에 열렸던 소마미술관의 <지독한 노동>展 에서는 회화, 조각 등 여타 분야와 함께 공예품에 내재된 작가의 기술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빚어내는 작가의 작품제작을 ‘노동’이라는 상징을 통해 보여줬다.

<지독한 노동>展에서 드러낸 노력을 통해 완성되는 작가의 기술과 작품, 대중의 공감. 이들은 결국 전통공예와 파인아트 공예의 근간이다. 시대상과 경향, 그리고 공예의 세부 분야의 정체성에 따라 표출되는 공예품의 양상은 각기 다르지만, 기술, 형태, 목적, 용도, 예술(당대의 경향), 쓰임(용도), 저변(공감)이라는 공예의 필수 요소는 작품에 따라 비중은 달라지지만 과거와 현재, 전통공예와 파인아트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공예공방-공예가 되기까지>전은 이와 같은 공예의 ‘정체성’과 문화가 지닌 ‘연속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대중의 ‘공감’까지 전시의 부분으로 포함한다. 작가의 제작 과정과 기술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완성한 작품을 함께 전시함으로서 전통공예와 파인아트 공예를 아우르는 공예 본연의 정체성을 관람객에게 설명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문화가 각기 다른 시대 문화적 요소의 작용을 통해 표출되는 작품의 양상은 다르지만, 정체성을 통해 하나로 연결됨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는 공예문화가 과거의 나전칠기와 청화백자 등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제작활동과 대중의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완성됨을. 결국 이 모든 것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움직임을 알려준다.

 전통공예와 파인아트 공예로 상징되는 현세대의 공예문화가 미래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거칠 것이며, 소통과 공감을 통해 현 세대의 공예문화는 완성될 것이다. ‘오늘날의 공예문화’가 좀 더 넓은 대중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작가의 작품과 이론가의 이론에서 정체성과 역할이 명확하게 투영되어 지속적인 저변이 형성되어 발전되길 바란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7.04.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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