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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함 속에 내재된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이화여자대학교 창립 130주년기념 소장품특별전 <목木.공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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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 이화여자대학교 창립 130주년기념 소장품특별전 <목木.공工>전
전시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전시기간 : 2016.5.31.–2016.12.31
글 : 김세린(공예평론가)

삶에 대한 이야기는 다채롭다. 생각도, 사람도, 삶의 형태도, 취향도. 그외 여러 것들이 각기 다르게 적용되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풍성하다. 가끔은 이런저런 사회적, 경향적 요인에 의해 획일화가 시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오랜 시간 삶과 인간의 많은 이야기가 축적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문자로 작성되는 서적이나 기타 텍스트는 물론 삶의 공간인 집과 그 곳에서 사용되는 기물에까지 고루 흡수된다. 

특히 기물에는 시간과 사람, 사회상 등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다. 여기에 재료를 구하고 그것을 다듬고 만드는 그리고 예쁘게 꾸미고 장식을 하는 기물의 제작과 기법, 내력과 같은 기물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기물에 내재된 사용자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더욱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전경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이러한 맥락에서 ‘목.공(木.工)’전은 첫 인상과 마무리 느낌이 매우 상반된 전시였다. ‘목.공’이라는 전시명과 ‘탁자와 서안’, ‘목공 소품’, ‘장과 농’, ‘소반’, ‘궤와 함’. 명료하고도 직설적인 전시명과 주제로 구성된 이 전시는 19세기 유물들을 중심으로 기물 그 자체의 쓰임과 본질에 초점을 맞췄다. 


<목제문서함> 19세기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영정함> 19세기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주칠팔각갓집> 19세기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함(函)이라는 기물을 떠올려보면 정형화된 사각의 함이 먼저 생각난다. 그리고 무엇을 담는다는 용도도 함께 생각난다. 여기에서 ‘담는다’라는 용도는 ‘여러 물건과 곡식 등을 두루 담는다’ 라는 행위 자체가 모두 포함된다. ‘함과 궤’ 라는 전시의 주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전시장 한 가운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기물들의 유형과 형태, 의장은 너무나 다양하다. 수납을 위해 잡동사니를 담는 평범한 사각의 함부터, 관에서 사용하는 도장을 담는 ‘인함(印函 또는 인궤印櫃)’, 옷을 담는 의복함, 관복함, 갓을 담는 갓집까지. 함의 형태와 의장에 담긴 다양한 용례와 경향은 다채로운 유형만큼이나 다양한 당대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전시는 이처럼 각각의 단순하고 직설적인 주제 안에서 기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사용자와 제작자, 재료와 장식기법 등 기물 자체에 내제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유기적이면서도 개연성 있는 전시기법과 언어로 설명한다. 


<흑칠나전 각게수리함> 19세기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주칠화각 각게수리함> 19세기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특히 오케스트라의 공연장처럼 활짝 펼쳐진 ‘소반’의 공간은 인상적이다. 이 전시에서 가장 스토리가 극대화된 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반원형으로 구성된 전시공간에는 반원의 가운데에 위치한 <이층찬장>(19세기)을 중심으로, 각각의 유형과 용도에 따라 소반들이 그룹 지어 있다. 

식기에 담은 음식을 올려놓는 소반과 식기와 부엌에서 사용한 기구들을 보관하는 찬장. 전시는 당대 식문화를 공유했던 이들의 문화를 전제하고, 동시에 한 공간 안에서의 각기 다른 배치와 효과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흑칠풍혈반> ⓒ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흑칠풍혈반 명문>, 1837년   ⓒ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흑칠나전통영반>, 19세기 ⓒ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또한 순조의 딸 덕온공주(德溫公主 1822-1844), 헌종의 후궁 경빈김씨(慶嬪金氏 1831-1907),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 1820-1898) 등 왕실에서 사용된 소반에서 관청, 민가에서 사용했던 다양한 용도와 형태의 소반. 그리고 <해주반> <나주반> <강원반> <통영반> 등 각 지역의 개성과 일상의 모습에 따라 각기 다른 조형과 장식을 가지고 있는 소반까지. 

전시는 19세기 소반이 가진 이야기는 물론 형태와 구조, 장식 등 자연목리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구성요소 어느 하나도 허투루 놓치지 않고 자연스러운 조형미를 추구했던 소반의 개성을 함께 보여준다. 

한편 제작도구와 나무, 장인의 이야기를 담아 기물을 소비하던 이들은 물론 제작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이야기는 다채롭지만 인고의 시간을 거치는 인간의 삶처럼. 목공예에 사용되는 나무가 단단해지기까지 비와 바람을 견디며 거치는 오랜 시간과 고통, 제작하는 과정에서 닳아가는 도구. 형태를 짜고, 나전, 화각 등의 장식을 하며 거치는 수많은 공정. 그리고 하나의 기물을 완성하기 위해 그 인고의 과정을 묵묵히 견뎌내는 ‘장인(匠人)’의 삶. 이런 일련의 과정 역시 결국 사람의 삶을 담고 있음을 전시는 알려준다.

전시를 끝까지 따라가면 담백하고 직설적이라 여겼던 각각의 주제들이 사실은 기물 자체가 담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오롯이 끌어가는 함축적이고 포괄적인 주제였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다시 ‘木, 工’, ‘나무, 만듦‘ 이라는 뜻의 전시명과 마주한다. 

어떠한 미사여구 하나 없이 정말 명료하고 간단해 보이는 전시명에는 사실 재료와 제작, 그리고 쓰임을 내재했다. 유물에 담긴 당대 사람들의 시대경향, 공예문화를 함께 담고 있는 전시명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켜켜이 올라오는 색채와 흔적이 이를 향유한 이들의 다채로운 삶을 보여주는 전시는 기물을 통해 19세기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들려주는 한권의 이야기책과 같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7.05.2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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