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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사를 배경으로 이해하는 도자기의 역사 <도자기로 본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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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 『도자기로 본 세계사』 살림, 2020.03


청화백자 항아리와 네덜란드 델프트 도자기의 공통점은? 
흰 세라믹 위에 푸른 무늬로 장식되었다는 공통점은 우연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역사 속에서 강력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데이비드 꽃병'이라고 부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자기는 기명을 통해 1351년 원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기황후의 남편인 순제 때의 것으로, 중국에서 이렇듯 14세기에 화려하게 만들어졌던 청화백자는 유럽에서 18세기나 되어야 성공적으로 만들게 된다. 그러나 중국에서 만들어졌던 청화 안료는 이슬람을 통해 서역에서 들여왔던 것이었다. 또, 유럽에서 그토록 동경해 마지않던 청화백자지만 중국에서는 20세기 초까지도 청화백자는 명나라에서 만들어졌다고 여기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14세기 중국의 청화백자에 대한 연구는 영국 사람이, 터키와 이란에 소장된 청화백자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확실히 알려졌다.

  출판사가 ‘생각하는 힘 세계사’라는 제목을 단 시리즈 중 하나로 낸 이 『도자기로 본 세계사』는 도자사를 전공으로 하는 학자나 전문가의 저술이 아니다. 전 세계 도자기의 시대적인 변화나 흐름, 각 도자기의 특징이나 제작기법에 대한 설명 등을 깊이있게 다루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그 대신 일반인들이 도자기의 세계에 대해 개괄적이고 입체적인 시각을 가지도록 하는 입문서로 부족함이 없다. 


원나라 청화백자 데이비드 꽃병


중국을 비롯, 앞서 나갔던 동양의 도자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또 그 나라 내에서의 메인스트림의 변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적 조건이 변함에 따라 도자기가 다른 나라로 어떻게 퍼져나가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세계사와 도자의 역사를 겹쳐 놓고 보도록 해 준다. '도자 교역의 역사'가 주된 축이라도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전형적인 이야기꾼이 그렇듯이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것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리나라의 대표 도자라고 할 수 있는 청자는 어떻게 그것이 한반도에서 싹트고 꽃피울 수 있었을까. 일차적으로 중국에서 청자가 발달했었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옥을 숭상하던 중국인들의 미감으로 인해 그곳에서 청자가 시작되고, 법령의 변화나 차 문화의 발달 같은 외부조건들로 인해 발달하게 된 이후 인기가 점차 높아지게 되는 과정을 간략하고 어렵지 않게 설명한다. 당 이전의 청자는 지금 우리가 아는 청자의 색을 내지 못했지만 9세기 들어 월주요 청자 같은 것은 아름다운 모양과 비색으로 한반도, 일본을 넘어 동남아시아, 서아시아, 멀리는 이집트 지역까지 수출되었다. 한국 땅에서 출토된 8-9세기의 중국 청자들을 보면 왕과 귀족이 살던 경주뿐만 아니라 지방세력의 거점 지역인 성곽, 절 등으로 전국적으로 발견되어 얼마나 유행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9-10세기에 해남 지역에서 초기 청자(녹청자)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 청자가 질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가격경쟁력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통일신라 후반기 중국 청자 비슷하게 만드는 단계를 거쳐 고려로 넘어가며 독자적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청자가 등장하면서 한반도에도 드디어 본격적 도자기 생산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북송시대 도자를 대표하는 여요 연화식완


이쯤 되면 과연 전세계에서 칭송해 마지않는 중국의 도자기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송나라 황금기 때의 정요, 여요, 관요, 가요, 균요 등 지금도 명성이 대단한 명요를 소개하며, 용천요, 자주요, 길주요, 요주요 등 이름값을 하는 도자기들에 대한 설명을 해 주고 있다. 단,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보니 이들 도자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한 면이 있다. 도자의 사진 자료가 적잖이 실려있지만 다 다루지는 못한 데다 모두 흑백 이미지여서 도자의 빛을 상상하거나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면서 보아야 한다. 인터넷에 믿을 만한 도자 전문 자료가 부족하고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도자 관련 서적이(특히 외국의 도자에 대한 국내 서적은) 극히 적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다. 

미감, 완성도, 생산량 등 모든 면에서 일취월장한 송나라 도자기는 자국, 해외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며, 어떤 공예품보다도 귀중한 것이 될 정도로 위상이 변화했다고 한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도자기의 위상이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음을 역설적으로 설명해주기도 한다. 

어느 나라, 어떤 시대의 도자기가 다른 것보다 뛰어난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서양인들이, 중국인들이, 일본인들이, 전세계적으로 일반적인 애호가들이 각각의 도자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 궁금한 것은 당연하다. 고려의 청자, 조선의 백자가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슬며시 제공하는 면도 있다. 한국도자사나 청자, 백자에 대한 국내 출간된 서적들을 찾아 읽어본들 이에 대한 정보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도자에 대하여 알고 싶은 한 개인이 국내외 어떤 박물관을 찾아가서 어떤 것들을 찾아보면 좋은지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포함하는 부분도 좋다. 연표 등의 자료를 제공해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다. 


장인 한 사람이 재능과 노력 시간을 들여 고급 공예품을 만들어내고, 그 미감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추앙을 받고, 기술이 퍼지고 어느덧 양산 체제에 들어가 상류층이 아닌 일반 계층도 널리 사용할 수 있는 때가 오는, 각각의 도자기가 가지는 이러한 생태계를 재미있게 설명하는 미덕을 가졌다. 

제목은 『도자기로 본 세계사』이지만, 도자기로 세계사를 보았다기에는 세계사보다 도자기에 중점을 둔 책이다. 세계사를 배경으로 한 도자의 역사.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0.04.0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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