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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채색화] 문인화 밖의 새로운 미술유산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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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모|한국의 채색화|다할미디어|2015.3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호랑이가 담배대를 물고 있는 것은 일도 아니다. 동자가 큰 학에 올라타 있고 수염 난 노인이 물위에 떠있는 잉어에도 올라타 있다. 있을 수 없을 법한 일을 천연덕스럽게 그려낸 상상력만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고사인물도> 병풍 일부, 종이에 채색 각 76.0x33.0cm 개인 


검고 누런 줄무늬를 그려놓아 분명 호랑이를 작정하고 그렸음 직하지만 결과는 귀여운 고양이가 돼버린 경우도 있다. 장판교(長板橋)에서 장팔사모(丈八蛇矛)를 꼬나들고 조조의 대군을 혼자서 막아낸 삼국지의 장비 역시 무시무시한 용맹성과는 거리가 먼 채 유치원 아이 그림 같이 치졸하게 그려놓은 데에는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뿐 아니다.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에는 긴 수염 같은 흰 꼬리가 그려져 있다. 모란이 피어있는 괴석(怪石)은 단순한 돌이 아니다. 사람이기도 하고 동물이기도 하다. 어느 때에는 수복강녕(壽福康寧)의 문자로도 그려져 있다.  


<모란괴석도>병풍 일부, 종이에 채색 각124.5x35.0cm 온양민속박물관 


조선시대 후기에 민간에서 새로 급속히 생겨나기 시작한 그림 수요를 보며 전문적 수련을  거친 적이 없는, 그야말로 실력도 경력도 없는 무명화가들이 뛰어들어 그린 그림들에는 이런 표현들이 즐비하다. 비사실적인 재현성, 기초도 갖춰지지 않은 표현 능력으로 인해 주류 미술계에서는 오랫동안 이를 ‘미술 밖의 일’로 치부해왔다. 

이런 그림들에 최초로 눈길을 준 것은 외국인이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조선에만 있는 그림이라는 점에 흥미를 보였고 그 기저에는 사실상 ‘오리엔탈 프리미티프 아트’라로 생각도 있었다. 이들 그림에 대해 민화(民畵)라는 이름을 지은 이도 바로 이들 외국인이다.   


<호랑이가족(虎族圖)> 종이에 채색 59.8x39.5cm 일본 세리자와 게스케미술관


현대미술에서 ‘파인아트(순수미술)’의 외연이 확장되는 것처럼 미술사에서도 근래 들어 전통사회에서의 미술 활동과 그 역할을 되물으며 이름이 전하는 화가의 활동 이외에도 학문적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새로운 관심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흔히 민화라고 불리는 미술사외의 이 장르에 대해 대형 도록이 최초로 발간된 것은 우리가 아닌 일본으로 1975년에 고단샤(講談社)에서 펴낸『李朝の民畵』였다) 그런 점에서 외부의 관찰이 아닌 내부적 시각으로 엮은 최초의 관련도록이라 할 수 있다.  

관련도록이란 애매한 용어는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때문이다. 이 책에서 민화라는 용어를 버렸다. 대신 ‘채색화’를 선택해 민화뿐만 아니라 그동안 주류미술사의 외부에 방치돼온 가능한 많은 장르의 그림을 수용하고자 했다. 


<책가도> 병풍 종이에 채색 각 161.7x39.5cm 국립고궁박물관 


크게 ‘산수화와 인물화’ ‘화조화’ ‘책거리와 문자도’ 3파트로 나눠 각각에는 채색을 주요 표현매체로 사용한 그림들을 전부 망라해 수록했다. 궁중장식화와 민화의 동등한 배열에 대해서는 異論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873점의 다양한 내용은 민화의 한 출발이 궁중 장식화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재확인해준다.(실제로 궁중장식화는 조선후기 들어 고급문화의 하향확산 유행에 따라 대부분 민화로 재생산됐다)

각권의 권말에 수록된 국내외학자(백금자, 이성미, 정병모, 윤범모, 피에르 캉봉, 김성림, 기시 후미가즈, 이원복, 윤열수)들의 논고 역시 한국미술사에 새 편입을 꾀하는 이 장르를 이해하는데 충분한 가이드가 되고 있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7.05.2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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