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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월관음의 탄생] '영기화생론'으로 본 수월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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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관음의 탄생 [새로 쓰는 한국미술 열전 001]
강우방 | 글항아리 | 2013.4

이 책은 360여 쪽에 걸쳐 일본 다이토쿠사(大德寺) 소장 고려 수월관음도를 다룬 책이다. 
고려불화는 단순히 경전의 내용을 표현하거나 교화시키려는 용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진리를 표현한다. 그중 관음보살은 지혜의 완성을 표현한 것으로 관음보살을 그린 고려 수월관음도는 불자가 아니라도 그 앞에서 온전한 아름다움에 탄복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는 수월관음도가 몇 점 남아있지 않은 데 비해 고려시대 것은 매우 많으며 예술성 또한 높다. (40여 점. 4m에 이르는 것도 있음) 또 고려 수월관음도의 특징으로는 ‘정면을 보지 않는다’ ‘일반 예배용 그림과 달리 좌우대칭이 아니다’ ‘배경이 달밤의 풍경을 담고 있다’ 등인데 일본에는 고려의 수월관음도 같은 형식이 없다. 그래서 고려 수월관음도만의 독특한 정경과 조형미에 대하여 많은 연구가 있어왔으나, 이 책은 그 조형 이미지의 문양에 담긴 상징에 한 권 전체를 바치고 있다.

다이토쿠사 소장 수월관음도는 설화적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동굴, 대나무, 새, 계곡과 폭고, 풍랑, 달, 한 무리의 영적인 인물 형상 등을 포함하며, 풍랑이 격렬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수월관음도 중 가장 정교하고 아름답다.


<수월관음도> 세로 228cm 가로 126cm 다이토쿠사(大德寺) 소장


관음보살은 석가모니의 자비심을 형상화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여기에 모든 것을 감싸고 정화하는 물의 속성. 밤. 여성성의 의미가 더해져 생명의 근원을 상징한다.
평상 불상, 여래상, 보살상을 연구해 온 저자는 물에 비친 달이 곧 관음보살임을 깨달으며 그 신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찬미한다. 이에 저자가 미술사학자로서 평생에 걸쳐 정립한 영기화생론으로 수월관음도라는 조형미술작품을 해석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고려 수월관음도는 화면상에 그려진 복식과 공예품 뿐만 아니라 자연, 인체, 배경 모두가 조형적인 무늬로 가득 차 있는데,  이 문양을 모두 영기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기 즉 영적인 기운에서 관음보살이 생겨나는(화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관음보살의 영기화생’ 
이 말이 이 책의 결론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연구의 방법론은 기존의 미술사 방법론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양식파악과 도상해석은 건너뛰고, ‘조형해석학’이라 이름붙인 방법론을 통해 작품을 분석했다고 한다. 작품 전체의 유기적 관계 파악과 미시적 관찰을 통해 조형의 구조와 그 구조 자체에 내재하는 상징을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형의 성립과정을 단계적으로 밝히는 작업을 따로이 ‘채색분석법’이라고 한다.

영기란 ‘우주에 충만한 대생명력이 개별화되어 삼라만상이 된 일체’이다. 보이지 않는 이 영적인 기운을 구상화한 것이 영기문이다. 이러한 영기에서 만물이 생겨날(화생) 수 있으며 이렇게 하여 화생한 사물에서 다시 각각 영기가 발산한다는 것이 영기화생론의 골자이다.

영기문의 최소단위는 고사리싹 같은 모양의 제1영기 싹으로, 영기싹을 시작으로 모든 문양이 전개된다고 본다.


안악3호분 벽화를 영기문으로 본 해석.


영기화생(靈氣化生)론이 참조한 이론은 명백하게 요시무라 레이(吉村怜)의 연화화생론과 이노우에 다다시(井上正)의 운기화생론이다. 연화화생은 아미타경에 나오는 말로 요시무라 교수가 불교석굴 조각에 나오는 도상들에서 만물탄생 전개과정을 찾고 이를 연화화생으로 설명한 바 있다. 그가 연화화생 외에 연꽃이 나와있지 않아 변화생이라고 불렀던 것을 저자는 영기화생으로 해석해 온 것. 

모든 영기문은 우주생성론과 관련된 생명 생성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말하자면 ‘기(氣)’인데, 기 대신 영기라고 부르게 된 것은 용, 봉황, 거북, 기린 등을 사령(四靈) 즉 네 가지의 영험한 짐승이라 부르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고 있다. 우주에 충만하되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라는 의미이며, 철학적 사상적 의미 함축하고 있고, 동양 우주생성론의 중심 개념을 이룬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영기화생론으로 수월관음도의 도상 하나하나를 해석하는데, 연화문이나 구름무늬 뿐 아니라 보주 가운데 하나에서 피어오르는 것 같은 연기도 영기문으로 본다. 


보주에서 피어오르는 기운을 영기문으로 봄.


세 개의 보주 가운데 하나에서 피어오르는 영기문


영험한 기운이 피어나는 듯한 곡선형태를 모두 영기문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당연히 분류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에 영기문을 7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① 용문 -> 용 모양 영기문
② 연화문 → 연꽃 모양 영기문
③ 당초문(덩굴무늬) → 덩굴모양 영기문
④ 화염문 →  불꽃 모양 영기문 
⑤ 구름모양 영기문 
⑥ 보주모양영기문 
⑦ 팔메트모양 영기문

이렇게 보면 영기문이 아닌 문양이 드문 듯 보인다.


모든 식물 덩굴모양 영기문의 전개 원리를 나타내는 그림. 당초문이 아니다.


『화엄경』 「입법계품」에는 선재동자가 관음보살이 있는 곳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는 정경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데, 실제 화엄경에 써 있는 정경은 수월관음도와는 많이 다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수월관음도의 도상 근거나 동양의 다른 그림들과의 관계를 다루는 것은 밀어두고 오로지 조형분석에 주력하였다. 
  수월관음도의 도상 기원 문제나 수월관음도에 대한 여러 문헌의 기록 등 그간 연구되었던 사료 검토는 이 책에서 모두 빠져있다.

미술 작품을 만물의 생성의 근원되는 에너지를 조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동양미술을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 전체는 고려 수월관음도가 이러한 방식 중 하나인 (저자가 독자적으로 정립한) 영기화생론의 논거로서 어떻게 그러한지를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면을 할애하고 있다. 일단 이 이론이 학계에서 어떻게 자리잡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듯하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9.04.2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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