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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의 청년작가 시리즈] 서성봉_표본화된 이념 이면의 그림자를 추적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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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전시를 보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비행기까지 타야 하는 제주도에서의 전시는 더더욱 그렇다. 9월 20일에 끝난 2020 세계유산문화축전의 <불의 숨길 아트프로젝트: 불의 기억>전시도 마찬가지였다. 제주 방문 일정이 몇 번이나 번복되어 결국 전시를 놓쳐버렸지만, 휴대폰으로 전송된 한 작가의 작품 사진에 마음이 동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서성봉, 녹색 펜스와 입마개, 나무, 스테인레스스틸, 황동, 가죽끈, 가변설치, 2020

서성봉 작가의 <녹색 펜스와 입마개>는 ‘자연 보호’라는 미명하에 묵살된 자연 ‘훼손’과 ‘통제’라는 문제를 다룬다. 서성봉 작가의 작품은 제주의 자연을 체험하기 위한 21km의 트레킹 코스 끝자락에 있는 곶자왈 모습의 마지막 부분에 설치되었다. 숲(곶)과 덤불(자왈)이 엉켜 그들만의 완전한 균형을 유지하는 이곳에서 나무 주변에 녹색의 펜스가 둘러지고, 돌에는 입마개가 씌워진다. 
인간의 발이 거의 닿지 않는 곳에 녹색 페인트로 도색한 스테인리스 스틸 펜스는 곶자왈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자연의 스스로 그러함을 제약하는 강제력을 드러낸다. 바위에 입마개를 씌우자 바위는 인간이 길들인 소, 말, 개 등의 동물 모습으로 변신하여 감정적 공감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인간을 포괄하는 개념이자 더 강력한 힘을 가진 자연을 보호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인간과 상관없이 식생 하는 나무들과 필요에 따라 길들였을 뿐인 동물들을 보호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중심적 사유에서 비롯된 착각일 것이다.


서성봉, 녹색 펜스와 입마개, 나무, 스테인레스 스틸, 황동, 가죽끈, 가변설치, 2020


서성봉 작가는 드러나는 이념들의 이면에서 개념화되지 않고 남아있는 직관이나 무의식들을 작품으로 시각화해왔다. <녹색 펜스와 입마개>에서 펜스와 입마개는 나무와 바위를 전체 자연에서 분리하여 편리하게 개념화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 펜스와 입마개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장치들로 구분하지 않고는 대상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서성봉 작가는 전체의 다양성을 제거하고 일부를 표본화해야만 작동하는 개념화 장치의 어색함을 드러내어 우리의 삶에서 ‘자연 보호’와 같이 긍정적으로 표본화된 이념들이 제거해버린 훼손과 통제라는 그림자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1.04.12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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