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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 국립현대미술관 직제개편에 관한 긴급토론회-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직제개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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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7일, 국립현대미술관은 학예직 정규직화를 포함한 직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그간 전문임기제로 운용한 정원 39명의 자리를 정규직으로 확보하고 공모를 거쳐 채용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독립법인화를 추진하던 국립현대미술관은 2013년 서울관을 개관하면서 학예직 등 약 40명을 전문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했었고, 2018년 법인화 논의가 완전히 백지화되면서 전문임기제 직원들의 고용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술관과 관계부처와 논의한 결과라고 밝힌 것이다.


  기존 전문임기제 직원은 40명. 이 가운데 조직 통합으로 감소하는 한자리를 제외하고 39명 자리가 정규직으로 채워진다(현 전문임기제 직원 중 지원자를 포함해 선발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애초 학예실장은 비정규직으로 남겨놓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이 자리도 정규직 정원에 포함됐다. 직제 개편방안도 그날 발표되었으나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며, 전시 2팀과 연구기획출판팀을 각각 전시 2과와 연구기획출판과로 확대하며, 소통홍보팀과 고객지원팀을 홍보고객지원과로 개편되는 정도.

이에 국립현대미술관과 직,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어 온 몇몇 미술계 전문가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직제 개편에 대한 공론화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지난 화요일(14일) 오후 삼청동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임시 논의의 장을 마련, <국립현대미술관 직제개편에 관한 긴급토론회-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직제개편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표1. 국립현대미술관 직제 개편의 역사 : 김진녕(전 시사저널 기자, 미술에세이스트)
발표2. 국립현대미술관 직제, 이렇게 바꾸어야 한다 :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사  회 : 최열(미술사, 미술비평)
토론자 : 김복기(경기대교수), 김영순(미술사,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홍경한(미술비평) 외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개관 이래 수십 차례의 직제 개편이 있어왔으나 2004년 이전에는 전시과 등 일반 공무원들이 미술관의 정책 수립과 운영 전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학예실은 조사연구업무에 국한되어 있었고 전시는 일반행정직들의 몫이었다. 2004년 말 전시과가 폐과되고, 미술관 정책과가 신설되었다. 정준모 전 실장은 기조 발제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직제개정은 그간 행정직 중심으로 돌아가는 직제개정이었다. 그리고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작품의 수집과 전시권한을 학예연구실로 이관한 후에는 학예연구실로 더 이상 행정직들의 직무나 권한이 넘어가는 것을 철저하게 봉쇄하는 방향으로 모든 조직이 운용되었다. 지금껏 학예연구실장을 계약직, 임기직으로 보하고 직급도 4급 이상을 부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학예연구실의 직능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를 봉쇄하고자 사무국장 또는 기획운영단장 아래에 두려는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39명의 정규직 자리를 만든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직제 개편에서 미술관의 중요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고 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직제 개편의 역사에서 고질적인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현재 체제에서 미술관의 내용을 채우는 것은 관장, 행정과 운영을 담당하는 것은 기획운영단장인데, 기획운영단장은 관장과 동급인 공무원 ‘2급’에 해당한다. 국립중앙박물관장, 국회도서관장, 독립기념관장, 전쟁기념관장은 차관급이며, 국립도서관장, 국립국어원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등은 1급이다. (한예종 사무국장,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자료운영부장 등이 2급에 해당한다.) 관장의 직급만으로 비교하자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이 다른 문화기관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술관 인사위원회 위원장도 2014년부터 기획운영단장이 맡게 되면서 관장이 인사권조차 없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06년 이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지만 실상은 문화부의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법인화라는 덫 때문에 비정규직인 ‘전문임기제’라는 임시직을 6년이나 끌어왔고, 2018년 청주관 개관시에도 제대로 된 인력 토대를 쌓지 못했다. 

토론자들은 해외 유수의 미술관이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들로 재탄생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또 국립현대미술관이 산하에 4개관을 가진 대형 조직으로 발전한 현재 제대로 안정적인 직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함께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승격, 법인화 문제, 4개관의 직제 분리, 학예직의 정규직화 문제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약간씩의 이견이 있었으나, 관장이 책임지고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임기와 직위, 학예직들이 전시 연구를 북돋울 수 있는 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작품등록, 아카이브 구축, 작품 수복 및 보존 등 극히 전문적인 일에 종사하는 고급 인력이 낮은 임금으로 무기한 계약을 연장하며 자긍심으로 버티고 있는데, 이 30여 명의 계약직은 이번 직제 개편에서 언급되지도 않았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부분은 미술관의 선진화, 개혁, 혁신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임을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가지는 공공적 성격과 그 대표성, 중요성을 생각할 때, 미술계가 국립현대미술관의 발전과 정상화를 바라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토론자들도 지적했듯이 미술관 내에서는 긍정이든 부정이든 아무 목소리도 없고, 설립 50주년을 맞아 장기발전전략 연구 용역을 통해 보고서를 낼 때도 많은 자문위원들이 주장했던 내용은 일반론적인 것으로 언급되고 실질적인 힘을 갖지 못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한 1969년 1인당 국민소득은 240달러였다. 2019년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세계 10위권인 3만3천달러를 웃돈다. 경제적 발전에 맞게, 시민들의 문화 수준에 맞게 공적 기관의 전근대적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지 하나씩 의견을 모아갈 때다. 


* (참조) 발제자료 요약 :
21세기 문화선진국을 위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직제 제안
글/ 정준모

1969년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은 사회적 변화에도 여전히 문화관광부의 소속기관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통치적이며 계몽적인 기관으로 변함이 없다. 미술관의 지위와 책임과 권한의 범위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문화부 장관의 지휘통제 아래서 권한은 한정되어있고, 임면권이나, 미술관의 재정도 정부에 귀속되어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국립현대미술관은 독자성이나 전문성보다는 국가의 정치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역사 중 수십 차례의 직제개정 중 가장 유의미한 직제개정은 2004년 11월에 이루어진 직제개정이다. 1972년 학예직이 아닌 행정직으로 구성된 조사연구과가 신설되었다가 1978년 폐지되었다. 이후 전문위원제도를 도입해서 1979년부터 1983년까지 오광수가 전문위원으로 학예연구업무를 담당했는데 전문위원이란 직책은 말뿐 실제는 임시직인 촉탁직에 불과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학예연구실이 신설된 1986년 이후에도 전시과는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대표적인 업무인 ‘전시’와 ‘작품수집, 기증’에 관한 업무를 수행했다. 학예연구실은 허울 좋은 조사연구업무에 국한되어 있었고 따라서 전시는 일반행정직들의 몫이었다. 이것을 2004년 말에 학예연구실로 가져오면서 전시과가 폐과되고, 미술관 정책과가 신설되었다. 이때도 새로운 과를 신설하게 된 것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국가의 미술관 정책을 총괄한다는 것이 명분이었지만 실은 3개과에 3과장을 확보해야 3급 사무국장 자리가 정부조직법상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립현대미술관의 직제개정은 행정직의, 행정직을 위한, 행정직에 의한 직제개정이었다. 그리고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작품의 수집과 전시권한을 학예연구실로 이관한 후에는 학예연구실로 더 이상 행정직들의 직무나 권한이 넘어가는 것을 철저하게 봉쇄하는 방향으로 모든 조직이 운용되었다. 사실 지금껏 학예연구실장을 계약직, 임기직으로 보하고 직급도 4급 이상을 부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학예연구실의 직능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를 봉쇄하고자 사무국장 또는 기획운영단장 아래에 두려는 때문이다.     
 직제개정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간 개관 이래 50여 년 동안 사무장(3급 갑, 4급과장)이었던 직위가 1986년 과천으로 이전하면서 사무국을 3과 체제로 확대해서 일반행정직인 문화부 공무원이 맡는 3급(부이사관)으로 격상되었다. 이후 다시 서울관이 개관하는 2013년 직제개편을 통해 3급직인 사무국장자리를 2급(이사관)으로 끌어 올린 것이다. 지난 50년간 여러 번의 직제개편에도 변함없는 것은 관장직(2급)과 학예연구실장(전문임기제 가급, 4급에 해당)의 직위다. 결국 직제개편의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문화부 일반행정직이 올 수 있는 사무국장, 기획운영단장의 자리만 승급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 관장과 기획운영단장은 직급상 같은 위치가 된 것이다. 
  또 1986년 과천 이전시 100명으로 출발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인력을 문화부의 산하기관이 설립되거나 기구가 확대되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직제상 인원을 줄여서 그 인원을 타 기관에 주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1999년에는 총원이 무려 16명이 줄어 84명에 이르렀다가 2006년에야 책임운영기관이 되었다는 공치사 끝에 100명을 다시 확보했다.
이러한 인원감소에도 사무국장의 직급은 그대로 유지되었고 그 후신인 기획운영단장의 직급이 상향조정되는 중에도 학예연구실장의 직급은 변동이 없었다. 1986년 이래 학예직이 처음 증원된 것은 2002년 5월 27일의 일이다. 1997년 기존의 학예연구실장을 포함해서 총 15명의 학예연구직(연구관, 연구사, 별정직 포함)이 직제상 인원이었으나 덕수궁미술관을 개관하고 3년이 지난후 덕수궁미술관 직제를 공식적으로 확보하면서 덕수궁미술관장직에 복수직으로 학예연구관 또는 4급 상당 별정직 1명을 확보하고, 일반행정직 2, 학예연구사 3, 기능직 4명을 확보해 학예연구직 총원은 19명에 이르게 되었다. 이후 2015년 학예연구직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일반학예직과 미술학예직으로 구분해서 총 26명을 확보하고, 학예연구업무를 담당하는 전문임기제 인력이 35명에 이르러 학예연구직 총원이 79명에 달하게 되었다. 다시 2018년 인원현황을 보면 연구직 36명에 전문임기제 39명을 포함해 75명에 이르고 금번 직제조정을 통해서 전문임기제 38명이 정규학예직으로 전환됨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의 연구직공무원은 총 75명에 이른다. 학예연구직이 14명일 당시에도 학예연구실장의 직급이 학예연구관또는 별정 4급이었던 것이 배속 인원이 학예연구직군 외의 직군(컨서베이터, 교육담당큐레이터, 전시디자이너 등등)까지 포함하면 100명이 넘는 조직이 되었음에도 이번 직제개편에서도 여전히 33년 전과 같은 4급 그대로인 전문임기제 가급(4급)에서 요지부동인 채이다. 
따라서 이번 직제개편은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직제개편은 기획운영단장의 몫이다. 인사와 재정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업무를 제대로 할 자신이 없거나 의지가 없다면, 또 저기 몫만 챙기겠다는 심산이라면 직제개편을 위한 논의에서 빠져야 할 것이다. 새로운 직제개편을 위해 이제라도 공론화과정을 거치면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가. 차관급으로 승격시켜 실질적 공동관장제를 개선  
국립현대미술관장 직급의 상향 조정이 시급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상급 부처’인 문화부에선 직급이나 자리보전을 위한 직제개정이 아니라 진정으로 공무원 임용당시 선서처럼 공복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려면 행정안전부와 기획예산처와 직을 걸고 투쟁해야 할 것이다. 사실 현재 4관을 통괄하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직급은 고위공무원 나급(2급 국장급)으로 현재 미술관 기획운영단장과 같다는 것은 넌센스다. 
실제로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사실상 ‘2인 공동관장체제’이다. 선임관장이라 할 ‘1관장’은 최종 작품수집의결권은 없는 작품수집 • 추천 및 전시 등등의 미술관련업무를, ‘2관장’은 인사, 조직, 예산, 관리 등을 나누어 하는 셈이다. 이런 체체는 지난 2008년 이후 기획운영단장이 관장직무대리직을 하는 동안 그리고 한국 물정과 시스템을 모르고, 한국 말도 못하는 외국인 관장이 부임한 이후 기획운영단장의 권한은 더욱 강화되어 공동관장제나 다름없는 기형적인 구조는 더욱 더 공고하게 자리 잡았다.
따라서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최소한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회도서관장, 국립해양박물관장, 국립수산과학원장, 독립기념관장, 전쟁기념관장,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 통일교육원장등과 같이 차관급으로 승격시켜야 한다. 참고로 1급 기관장이 부임하는 기관으로는 문화부 산하의 국립국어원장, 국립중앙도서관장, 해외문화홍보원장 등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처럼 2급 직인 경우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을 비롯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사무국장,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운영단장,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 국립경주박물관장,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 해외문화홍보원 해외문화홍보기획관, 국립국악원장, 국악연구실장, 국립민속박물관장, 국립한글박물관장, 국립중앙극장장, 한국정책방송원장, 대한민국예술원 사무국장 등이 있다. 기관의 규모나 대한민국공동체의 정신문화를 다루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직급은 그래서 당연히 차관급으로 승격되어야한다.  
사실 미술관장도 임기가 3년에 불과한 ‘한시직’이고, 기획운영단장도 순환보직 때문에 2년 이상을 넘기는 경우는 경험상 거의 없다. 여기에 학예연구실장직도 전문임기제 가급(4급 서기관급에 해당)해서 미술관 간부직원 중 어느 누구도 ‘백년대계’는 커녕 ‘10년대계’도 세우기 힘든 구조다. 학예연구실장의 경우 가장 길게 임기를 채운다면 3년 계약에 1년씩 2회 연장이 가능해 최대 5년의 임기를 채울 수 있지만, 지금까지 대한민국 어느 부처에서도 5년을 채운 이는 제도 도입 이래 지금까지 없다는 점에서 고작해야 3년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설혹 5년을 채운다 해도 다시 그 직에 가기 위해서는 다시 공모를 통해 채용되어야 하는 구조다. 또 전문임기제라는 직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학예연구직은 신분이 보장된 직을 버리고 정말 정말 운이 좋게 길어야 5년인 자리에 응모해야 한다. 
따라서 2~3년 만에 오가는 ‘뜨내기’들이 미술관의 장 또는 상부구조를 점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우리는 늘 외국미술관의 성공사례를 예를 들지만 그들의 시스템은 좀체 따라하는 법이 없다. 물론 이미 정치권의 전리품처럼 정치화된 문화권력으로서의 관장직이 전락한 지금 ‘탈 정치화’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으랴만 그래도 다시 떠 올려보면 ‘현대미술의 보고’라고 일컫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27세에 MoMA 초대관장으로 임명돼 1943년까지 15년간 일한 알프레드 바(Alfred H. Barr, 1902~1981년)가 있었기 때문이다. 테이트 모던도 단순하게 발전소를 개조해 명소가 된 게 아니라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은 니콜라스 세로타(Nicholas Serota, 1946~, 재임기간 1988~2011년, 23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겐하임의 토마스 크렌즈(Thomas Krens)도 1988년 취임 이후 2008년까지 무려 20년간 구겐하임의 글로벌 프로젝트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MoMA는 현재의 글렌 로우리(Glenn Lowry,1954~ )도 1995년 미술관장으로 부임한 이래 작년인 2018년 2025년까지 관장직을 보장받아 30년 동안 관장직을 수행하도록 보장받았다. 그는 임기 중 2회에 걸쳐 미술관을 확장하는 등 실력을 발휘했다. 

나. 학예연구실장의 정규직화와 직급상향조정 
학예연구실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대개는 초년병시절 미술관에 학예연구사로 들어와 약 15년에서 20여년 이상을 일한 큐레이터가 내부승진을 통해 학예연구실장직에 오르는 것이 일상적이다. 따라서 미술관장의 차관급으로 보임하는 일은 최소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다 해도 대통령의 임기와 같은 최장 5년간의 임기가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학예연구실장도 내부승진이 가능하도록 일반학예직 2급 또는 고위공무원단 나급(2급)으로 복수직화 해서 내부에서 공모가 가능하도록 해서 미술관에서 잔뼈가 굵어진 경험많은 학예직에게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이는 또한 기형적인 기획운영지원단장과 적어도 동렬의 직위를 갖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경험많은 연구직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다. 기획운영단장의 권한과 직위재검토
사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운영단장의 권한은 너무 넓고 많다. 관장과 동렬인 것도 모자라 정규직 공무원으로 문화부의 지휘감독권을 활용해 미술관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실상 ‘1관 2관장’ 체체나 다름없는 형국이다. 행정지원이 주 업무인 기획운영단이 너무 비대하다는 지적에도 이렇게 자리가 보존되는 것은 문화부의 조직과 승진, 인사 순환 및 운용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자리가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 설득력이 없다. 병원으로 치면 원무과에 해당하는 기획운영단이 과도하게 비대하다는 점은 이해 할 수 없다. 
따라서 차제에 기획운영단의 인원을 축소해서 학예연구직은 물론 미술관에서 지금 현재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학예연구직이 임시로 맡고있는 작품 등록업무를 하는 레지스트라(Registrar)부서를 신설하는 한편 컨서베이터(Conservator) 부서의 증원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직제개편에서 언급도 안된 그늘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예전 미술관 학예연구업무를 대신하던 촉탁직인 전문위원 같은 전문적인 일을 하는 무기계약직도 정규직화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설립 당시부터 임시로 국립현대미술관에 배속되었던 미술은행과 창작스튜디오도 독립시켜야 한다. 사실 미술관이 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장 직속으로 붙었다가 현재는 기획운영단장 산하에 가있는 작품보존과도 학예연구실로 편성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병원에서 마취과나 임상병리과가 원무과에 배속되어 있는 것처럼 황당한 실정이다. 

라. 미술관의 기능분리와 자율성 부여 
비대해진 조직의 원만한 운영과 효율적인 관리 그리고 차별화된 미술문화의 확대 보급 측면에서 각각의 분관을 별개의 조직으로 예를 들면 국립중앙박물관의 모델을 근간으로 산하 지방박물관의 조직과 운영의 형태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조직을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 이때 과천관은 국립중앙미술관으로 이 곳의 관장이 총관장(General director)을 맡고, 덕수궁관과 서울관, 청주관이 각각 별도의 프로그램과 예산 등을 확보해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 운영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때 중앙관(과천관)에 차관급 총관장과 2급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한 학예연구실장(2급)이 근무하고, 덕수궁과 서울관 청주관은 국립지방박물관과 마찬가지로 학예연구직을 부관장(Vice Director) 또는 관장(Director) 겸 학예연구실장으로 보임하고 이들을 3급 고위공무원단에 배속시켜 순환보직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기관장으로서 분관에서 경험을 쌓아 후일 중앙관 학예연구실장에 보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마. 학예연구직 및 전문인력의 종신(Tenure)제도 도입    
보다 실력있는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는 학예연구직의 분발이 요구된다. 따라서 지금처럼 학예연구직 시험에 합격하면 공무원신분으로 정년을 보장 받는 제도를 고쳐 공부하고 연구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서 대학에서 교수가 정년을 보장받는 연구직으로서의 방법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미국대학에서 시작된 대학교수의 정년을 보장받는 종신교수(Tenure)제도와 같은 개념의 것이다.   
사실 대학교수는 계약직(Contract Based)교수와 종신교수(Tenure Track)로 나뉜다. 계약직 교수는 보통 1년 단위로 학교와 계약을 갱신하며,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학교를 떠나야한다. 종신교수의 경우 조교수로 채용된 뒤 일정 기간(5~7년)이 지나면 테뉴어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때 심사에서 통과하면 테뉴어 즉 종신교수직을 얻을 수 있고, 심사에서 탈락하면 학교를 떠나야 한다.   
이처럼 미술관의 학예연구직도 연구관(5급)까지는 근무연한에 따라 자동승진이 가능하지만 3급 이상의 고위공무원단 또는 학예연구직이나 2급이상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연구논문이나 저술, 전시기획, 작품 발굴과 작품수집성과 등등의 연구성과와 실적을 따져 진급하고 정년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철밥통이 아닌 학예연구직의 분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학예연구직에게 안식년을 부여해 연구직의 역량을 강화할 채찍으로서의 종신제와 당근으로서 안식년제도가 동시에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바. 전문적인 일을 하는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
모든 미술관의 특수성을 담보해내는 인력은 학예연구직뿐만 아니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형적이며 편의적인 인력운용은 한국 미술관문화를 미개국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학예연구직 공무원 중 일반학예직과 미술학예직이라는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는 직군을 창조(?)해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사실 국립현대미술관 역사상 획기적인 체제 개편 중 하나는 2004년 학예연구실로 전시업무와 작품수집업무가 이관된 것이라면 2013년 개설된 미술연구센터는 미술자료의 집대성과 체계적인 정리연구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쾌거였다. 그간 도서자료실, 수장고 등에 나누어 보관해온 17만 여 점의 한국미술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한국미술연구에 초석을 마련했다는 이곳 센터는 2009년 처음으로 아카이비스트를 채용하기 시작해서 2013년 정식으로 6명의 아키비스트를 채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신분은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월 실수령액은 18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들은 이번 직제개편에서 행정안전부와 논의하는 중에 거론되지 않았다. 이들 외에도 미술관의 수복보존, 작품등록등 전문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이 20여 명이다. 총 30여 명의 무기계약직은 유령처럼 직제개편에서 다루어지지도 못했다. 이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미술관 직원이 아니란 말인가. 


미술관의 선진화 또는 개혁과 혁신이 어렵다면, 이는 조직과 인사를 담당하는 기획운영단의 책임이다. 이들이 노력이 안했거나 직무를 태만하게 처리한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50여 년간 그대로 이겠는가. 사정이 이렇다면 징계를 받아야 할 터인데 어쩐일인지 그들은 미술관을 개혁했다는 명분으로 영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미술관의 정상화, 선진화는 나몰라라하고 자신들 벼슬 높이고, 일반행정직의 증원만 신경 쓰고 있다. 이렇게 조직과 인사업무에 무능 아니면 무지 또는 모르쇠로 일관하려면 차라리 기획운영단장직과 조직을 없애는 것이 답일 것이다. 그 인력을 전문직의 정규직화와 미술관에 필요한 전문직제를 충원하는 것만으로 미술관은 최소한의 정상체제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부는 ‘이런 무능과 무관심을 가리려고 법인화를 철회했나?’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한 답은 결국 법인화이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06년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된 이후에 오히려 문체부 소속기관으로 종속성이 심화되고 문체부 허수아비로 전락했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특히 미술관의 행정지원을 맡는 기획운영단장의 직위가 관장과 동급이고 권한도 예산과 인사를 관장하는 막강해 권한 때문에 실제로 정부 좁게는 문화부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따라서 미술관의 선진화, 정상화를 위한 가장 지름길은 법인화다. 가장 개혁적이며 혁신적인 동시에 일거에 적폐를 척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앞에서 주장한 것처럼 관장의 직급이나 임기의 연장, 기획운영단의 축소와 지원부서로서의 자리매김 그리고 학예연구실장의 직급상향과 장기적인 임기보장, 학예연구직의 테뉴어제도 도입, 안식년제 등등이 도입되려면 지금의 정부조직법 하에서는 매우 어려운 점이 많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조직과 인력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1. 개별관의 독립적 운영체제보장 2. 개별관의 전문성 및 운영역량강화, 3. 전문역량에 근거한 인력 선발 4. 인력충원이 가장 시급한 분야는 레지스트라(작품등록원)부서의 신설과 학예연구원의 충원, 교육담당자(에듀케이터), 보존과학분야, 무기게약직으로 있는 아키비스트등 전문인력의 충원과 정규직화이다. 특히 전문분야에서 일하는 30여명의 무기 계약직의 정규 연구직 또는 아키비스트와 코디네이터 직을 신설해서라도 이들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 이번 직제개편에서 이들의 처우는 철처하게 숨겨졌고 논외로 치부되었다는 점도 이번 직제개정이 졸속이라는 점을 반증한다. 
현재의 문제를 풀기 위해선 법인화가 최선이자 최고의 해결책이다. 하지만 관료들은 미술관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질 것이 무서워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법인화’는 미술관이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이다. 또,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찬성하는 사람도 많다. 필자도 그렇다. 하지만 ‘법인화’의 전제가 되는 조치가 선행되지 않고는 어떤 제도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이라는 이름의 피로감만 남긴 수많은 행정 이벤트를 경험했다. 그것과 달라지려면 30세기의 대한민국 모습을 내다보고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느리지만 탄탄하게 가야한다. 
이런 선진적이고 혁신적인 제도를 2018년 6월 백지화를 한 근거는 무엇인지? 어떤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린 결론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그 흔한 공론화 한 번없는 문화부와 국립현대미술관의 직제를 담당하고 있는 기획운영단의 모르쇠로 일관하는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삶의 위기, 경제적 위기, 정치적 위기도 두렵지만 그 못지 않은 것은 “문화적 위기”이다. 필자만 지금 미술관 발 “문화적 위기”를 느끼는 것일까.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20.02.2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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