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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노암의 청년작가 시리즈] 최 선, 예술과 사회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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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작가는 살아가면서 미술이 할 수 있는 일, 미술의 사회적 의미와 기능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고 미술을 매개로 개인이 사회와 상호수렴하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작품마다 그 작품이 제작된 시기의 현실이 반영되고 그것이 표현형식의 실험과 가능한 섬세하게 직결되도록 해왔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이 창작과정에 참여해 작품의 일부를 함께 구성하기도 했다.


<흰 그림(돼지의 회화)> 2.8x9m, 유산지에 돼지 한 마리의 기름, 2012


2011년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구제역청정지역 유지를 위해 330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하자 작가는 돼지 기름으로 화이트페이팅을 그렸다. 관객이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돼지기름이 녹아내린다. 구미시에서 화학공장이 폭발했을 때에는 공중에 다량의 불산이 퍼지자 거기에 흰 천을 설치해둠으로써 무색무취무형의 질료(불산기체)를 재료로 한 페인팅을 제작했다. 이 ‘화이트페인팅’은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그림이었다. 2014년부터는 남북, 좌우 등 현대 한국인이 평균적으로 경험하는 갈등과 긴장, 공포를 극복하고자 사람들이 입으로 숨을 불어서 그리는 나비 페인팅을 제작하였다.



<나비> 614x160cm 2점, Ink on Canvas, 해변에 컨테이너 설치, 2015


작가는 표면적으로는 회화의 형식적 관습을 따르면서 다양한 사회적 또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 작가는 예술 그 자체의 문제와 긴장을 유지하면서 사람과 사람의 의식이 예술과 관계 맺는 방식과 그 의미를 창작의 방향, 창작의 과정으로 삼고 있다. 미술을 통한 사회비평과 저널리즘의 지평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관계와 의미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작가의 관심도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예술가가 곧 사회적 존재, 공공적 존재와 동일한 것으로 여겨진다. 인류에 봉사하는 공무원으로서 예술가를 말한 앙드레 말로의 시각과 연결된다. 최선작가는 이러한 관점을 다소 우직하게 견지한다.


Day Night 2016


“철이 들고 보니, 물감으로 환영의 세계를 다루는 작가 중에 본 모습이 때때로 무서울 정도로 위선적인 경우를 종종 보게 되었고, 미술작품이라는 물질 덩어리가 항상 작가 정신의 참된 표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감을 가지고 그럴듯한 시각적 환영을 만들 수 있는 소재로 거짓된 감동을 연출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했다. 환영을 다루는 작가들을 모함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나 스스로는 그런 작가가 되지 말아야겠다며 주의해 왔다.”

이런 작가의 진술은 고전적인 엄격한 자기 성찰적 인간으로서의 예술가 인식을 보여준다. 예술가와 작품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인식은 보다 분명하고 엄격한 개념화를 통한 작업을 진행하도록 만든다. 작가의 표현방식과 재료 선택은 결코 우연한 발상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전략적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그의 회화는 애매모호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관주의 미학과 거리를 두고 이미지의 환영을 비판적으로 거부하고 이미지의 정치경제학적 또는 사회적 맥락을 정교하게 제시하려고 한다. 작업과정에 무엇보다 일관성이 더 중요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작품과 작가가 별개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연결되며 미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분리할 수 없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작가의 못쓰는 기름이나 오물, 오염된 공기를 예술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오수회화(적분의 그림)>96㎡, 벽 위에 페인트, 2015 


그렇게 작가는 개인의 가장 내밀하며 사적인 세계에 집중하는 예술과 사회 속의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문제 사이의 긴장과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최선 작가는 예술과 정치사회, 정치경제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예술사회학과 예술심리학의 성과를 수용하는 입장을 보여주며 개념미술과 회화의 전통적 재료와 형식이 교묘하게 결합하며 예술의 현실 실천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의 세계에서는 예술이 곧 도덕을 경유하며 펼쳐지는 독특한 사회적 실험이자 실천이 된다. 최 선 작가의 창작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재료는 아마도 ‘한줌의 도덕’일 것이다.



글/ 김노암(전시기획) 관리자
업데이트 2019.12.0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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