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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雜담] 문 정부의 문화정책,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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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 정준모 조은정 캐슬린E김 김진녕 윤철규

윤철규(이하 윤)  새정부 들어 문화, 미술 쪽이 좀 조용하다 싶었는데, 이제 조금 정리가 되었는지 향후 미술정책과 관련하여 토론회 등이 열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오늘 그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정준모(이하 정)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해 분과별로 정부토론회가 열렸죠. 몇 번 참여하기도 했었는데, 마음 아픈 얘기지만 좋은 정책이 수립될 것 같은 예감은 들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특별한 정책적 이슈 없이 사업안부터 만들고 있어서 말입니다. 어떻게 누구를 지원할 것이냐를 가지고 계속 의논들을 하게 되고, 큰 그림이 무엇인지는 얘기되지를 않습니다. 뭔가 목표와 비전을 만들어놓고 도달할 방법론이 검토되어야 하는데 방법과 수단만 강구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온갖 문화적 사업에 대한 시안들을 브레인스토밍하고 시행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어요. 전문가들이 다 모여서 수십차례 회의를 거쳐 21세기 한국 문화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죠.

최열(이하 최)  700쪽에 달하는『창의 한국』(문화관광부, 2004)이라는 책으로까지 나왔습니다.

정  그 때 만들었던 사업안 들이 수없이 많은데, 재검토나 평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얘기 없고 새로운 사업을 다시 내라고 하고 있으니 사업만 많아질 뿐이에요. 노정권 때 캐치프레이즈가 시민들의 문화, 문화 소비자의 육성이라 할 수 있는데 크게 보면 이-박 정부에서도 이를 거의 이어갔다고 볼 수 있어요.

윤  정부가 바뀌면 정책과 관련한 큰 틀을 제시해야 그에 대한 합의에 이르는 데 도움이 되죠. 지난 박근혜 정부의 경우 ‘융성’이라는 불분명한 테제를 내세웠고, 사실 4년 동안 아무도 그 방향을 몰라서 헤맸다고 보여집니다. 장관이 내년 3월까지 새로운 비전을 내겠다고 말했는데, 순서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캐슬린 E. 김(이하 K.김)  말씀하신 대로 정책이나 비전 제시 후 세부계획을 짜야 하는데 세부 사업 목록을 먼저 나열한 뒤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회의가 되는 듯합니다.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 보면 지난 정권에서 하던 사업을 명칭을 바꾸거나 가짓수만 늘렸을 뿐 차별화한 정책이나 비젼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정권과 정책이나 비젼을 반드시 차별화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정책이라면 지속 발전시키는 게 옳은 방향이지만 적어도 지난 정부 문화정책과 사업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 없이 세분화하거나 재명명하는 수준을 새로운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까워요. 
 


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실절에는 그 이전의 엘리트(문인협회, 미협 등) 소수에게 집중되었던 여러 가지 지원 사업들이 크게 변화해서 국민 생활과 문화를 풍성하게 하기 위한 정책으로 바뀐 것을 느낄 수 있었죠. 다양한 TF도 만들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더욱 대중적으로 확산되었는데 이후 새 정부는 이를 어떻게 받을지에 대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박 정부의 문화정책에서 변화한 것이 전혀 없어 보여요. 이전 정부가 김-노 정부 때의 설정이 상당부분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전 정부의 보수적인 면들, 적폐나 후퇴된 면 등을 파악하고 그것을 폐기하는 일이 먼저인데, 그것보다는 그 방향을 지속시키고 심화시키는 데 더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화 정책 비전을 그리기보다 외부에 눈부시게 비춰질 사업이 무엇일지를 더 고민하니 이벤트성이 강한 사업에 더 집중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기조를 잡고 과거 부정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 폐기할 것은 폐기하면서 새로운 것을 제시하려하지 말고 좋은 것이 무엇일지 토론해야 합니다. 무작정 국민 세금을 문화에술인에게 퍼 주는 지원정책들은 재고해 봐야 됩니다. 노인복지 아동복지 등과 예술인 복지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사전 지원의 위험성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무조건의 지원은 근본적으로는 문화예술을 오히려 망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 드골 정부 때 어마어마한 문화지원 정책이 그 이전보다 결코 더 위대한 사상과 철학을 만들어내지 못했어요.

조은정(이하 조)  좋은 정책이 지속되면 기본적으로 좋은 것이죠. 그런데 어떤 정권이든 상관없이, 특별한 반성과 평가 없이 공무원들이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은 지적해야 될 문제 같습니다. 적폐를 없애고자 한다면 사업적인 접근을 벗어나서 성찰하는 태도로 기존의 정책과 사업을 되짚어봐야 합니다. 예술인 지원 문제에 대해서 e-나라도움 반대청원이 잇따르고 있고, 그런 지원들이 창작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있으니 예술인 지원 정책은 반드시 분석 평가가 따라야 합니다.

K.김  지금 이런 제도를 통해서라면, 예술가들이 자신이 희망하는 방향이나 방식으로 창작 활동을 하다가 자금이 부족할 때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받는 금액의 규모에 맞는 작업을 하게 되기 쉬울 겁니다. 이를 테면 자신이 구상하던 작업을 하던 중 또는 완성 후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500만원을 지원받으면 500만원 예산에 맞추어 작품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지요. 증빙이 쉬우니 지원하는 주체 입장에서도 편리할 것이고요. 지원금 예산에 맞추어 그만큼만 창작활동을 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되는 예술의 가치와 질이 하락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예술적 동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지원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해야겠죠. 


김진녕(이하 J.김)  노무현 정부가 제일 열심히 했던 것이 로드맵 만드는 것이었죠. 각 분야에서 근본적인 지향점, 백년지 대계를 만들고자 했던 것인데 그 취지는 옳다고 봅니다. 앞서 창의한국 같은 문화정책 백서도 나오고... 이후 10년 이상 지나서 이번이 노무현 정부 2기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 중책을 맡던 사람이 대통령이고 캠프에 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 당시 공직에 있있다면. 그때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기억할 거 아닌가요? 정책적 마인드가 로드맵으로 펼쳐지고 실적이 15년 가까이 누적되어 있는데... 계획과 수행을 죽 펼쳐보고 갈거 가고 뺄거 빼고 작업만 해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정  노무현 정부 때 전 세계 좋은 정책이란 것들은 다 참고해서 넣었다고 보면 됩니다. 말하자면 문화지원의 백과사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방법적인 면에서도 다양하게 들어가 있고... 이런 부분들은 이제 더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수렴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윤  조선 500년 중 가장 문화가 융성한 시기를 세종-성종 때와 영, 정조 때로 보는데, 세조-성종 때는 난이나 사화 같은 사건들이 없었고 영조 때는 시장경제가 발전해서 사화가 일어나도 큰 충격파를 미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사실을 비춰보면, 작년 연말부터 정치적 소용돌이가 크게 있었고 엄청난 혼란기임에도 수치상으로 수출도 늘어나고 경제는 그런대로 괜찮게 돌아갔다고 봐야겠죠. 사실상 우리가 아시아의 변방에 불과하고, 그간 우리에게 문화라는 게 중국, 미국 등의 강대국을 통해 받아들여져 왔지만 이제 경제적 토대가 생겼으니 독자적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때가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인프라가 되잖아요. 이런 저런 건물들도 많고 작가도 많고 이벤트도 많고. 누군가 그랜드 디자인을 하면 됩니다. K팝의 발전을 보며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도 같고. 
  세부적 지원책보다 큰 그림을 세울 때가 되었다는 거죠. 이번 정부에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거시적 설계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의 아이덴티티를 세울 수 있는 문화적 방안을 고안해냈으면 좋겠습니다. 

J.김  리셋하고 사업점검 해야 할 시기인 데에 동의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그러한 점들을 인지하고 있을 텐데요.

최  문화예술위원회의 경우 노무현 정부 때 마치 점령군처럼 등장해서 당시 관료들보다 강력한 권위로 문화계 일들을 실행하고 예산을 가져간 부분이 많았죠. 이후 이-박 정부의 화이트리스트가 있었으니 균형이 맞춰졌다고나 할까요. 자 이제 이 정부는 그 바탕위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책이 어떻게 실행되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사업예산을 쥐어야 권한이 생기니까 관이 주체가 되어 그럴듯한 사업들을 최대한 많이 시행하고자 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구미에 맞는 사업을 만들어 각각에게 돈을 지원하는 것은 가장 편한 방법이면서 가장 권력을 쉽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말입니다. 몇 년 있다가 갈 사람이 아니라 책임있는 사람으로 장관 등이 기조를 세우고 기조에 맞는 정책수립 사업에 대한 통제, 지휘, 감독을 해야 합니다. 

윤  장관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인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최  문화 쪽 외에 다른 쪽도 마찬가지지만 청와대가 장차관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 큽니다. 각 부서 장차관이 장악하고 정무 행정이 삼위일체가 되어 기조를 잡고, 실행은 각 부서의 국장이 해야 하죠. 대법원장 임명을 대통령이 통보 하거나 바쁘면 비서실장이 하는 것이 맞지 청와대 민정수석이 통보하는 것은 이상하죠. 장관이 통제지휘권이 부족하여 공무원들이 장관을 우습게 알고 중요한 일은 청와대 사무관과 직접 통화하는 일이 발생하는 겁니다.  


정  프랑스 지원정책은 그 때는 유효한 것처럼 보였지만 지나고 보니 잠시 반짝의 효과가 있었을 뿐 실패라고 여겨집니다. 몇 년 전부터 자본주의 제도 도입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은 크게 보아서는 박정희 시대의 “민족문화창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어요. 민간이 여력이 없으니 국가 주도의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만들어 돈 나눠주는 정책으로 연명했던 것이죠. 그 기조를 이제는 3만 불 시대 선진국에 맞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문화예술인에 대한 끝없는 지원정책으로 그들의 야생성, 사냥 능력을 없애고 길들이고 있습니다. 1972년 진흥법이 만들어진 이래 50년이 다 되어갑니다. 한국문화가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교향악단을 보든 미술관을 보든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간 것을 찾을 수 없어요. 
 
J.김  이번 정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의 마인드가 과거 정부와 다를 것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던 몇 가지 일들이 있었어요. 국립중앙박물관장이라는 자리, 적임자다 아니다를 떠나 큰 과실이 없는데도 뜬금없이 자르는 행태가 첫 번째였죠. 두 번째는 청와대에 거는 그림 문제로 시끄러웠던 여러 상황들이에요. 국빈 방문 때마다 청와대와 연관이 깊다고 하는 갤러리가 미디어에 흘러나오고... 특정 그림에 대해 위에서 한 마디 내리시면 그 그림이 걸리고, 장관들은 그 그림 앞에서 사진 찍고...

정  임무를 정확하게 나누어 문화부는 정책을 만들고 사업은 문화예술위원회가 하도록 해야 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곳간에 손을 대기시작해서 진흥기금이 고갈되었는데, 사실 큰 문제거든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채워넣을지 한 사람도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 소고기 먹겠다고 날뛰는데 그럼 소는 누가 키웁니까? 고갈되어 가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적어도 어떻게 예전만큼 채울지 제시가 있어야 합니다. 지원책 아무리 만들면 뭐하나요. 또 무슨 미르재단 같은 거 만들어서 재벌그룹에서 받을 건가요. 돈이 사실은 정책 수단이고 그걸로 문화부가 상당부분 권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패러다임을 확 바꾸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세제혜택 등을 통해 문화 예술 활동들이 민간 주도가 될 수 있도록 측면지원하는 것. 문화 정책 차원에서의 적폐란 ‘돈으로 연명시키는 것’입니다. 문화예술계도 자연스러운 경쟁과 소멸, 존엄사를 인정해주고 각자 알아서 자기 길 갈 수 있게 해 주고, 반드시 필요한 소수예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지원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최  개인적으로는 관에서 민간으로의 전격적 이동은 조금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민간이 모든 것을 해내도록 한다고 훌륭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으니 섬세한 절충안이 필요합니다. 모든 지원의 주체가 관료인 것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근본적 혁신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정  최 선생님께서 민간 주도 역기능 말씀하셨는데, 그래서 소수 예술은 관이 지원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베를린 필 공연 같은 것은 그냥 민간에서 진행해도 적자나지 않고 잘 합니다. 그런 곳은 지원할 필요 없는 거죠. 

윤  공무원들이 추진하는 법들도 요즘 상당히 많이 있죠?

정  법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일 수 있지만 자꾸만 예술을 대량화, 표준화하는 게 문제예요. 예술가들 임금도 표준화하고자 하고. 예술이라는 것, 아시다시피 표준화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규격화가 안 되어 있어 업무정책회의가 힘들다고 하는데, 문화부가 해야 할 일이 기재부, 국세청, 행안부가 해오라는 대로 규범화하는 게 아니라 예술이라는 것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관련기관 부서를 설득 이해시키는 것이죠. 조각품 중(重)단가가 어떻게 가능합니까. 호당 가격 우습다고 비난하면서 중단가 이야기가 나와요. 비평가 원고료도 표준화되나요?

윤  사회가 고도화, 다양화되면 될수록 일률적 평가는 어려워지죠. 그때 필요한 것이 각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각 활동을 ABCD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 이 평가가 어려우니까 지원도 사전지원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 겁니다. 

조  결국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이 그 원인인데, 각 ‘위원회’ 등의 전문가 집단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시작인 듯 싶습니다. 예전에는 문화재위원회 구성원들이 자부심 가지고 일하시고, 위원장 결정이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어느 순간 변화가 일어났어요. 구성 요건도 교수여야 된다든가 조직 속에서 인증 받을 수 있는 규격이 생겨나고... 결국은 문화재 위원회에서 반대했는데도 다 통과되는 일들을 보게 됩니다.

정  사회적으로 원로라는 것이 권위를 가지지 못하게 된 것이죠. 

J.김  기재부 같은 곳에서 요구하는 업무표준화라는 것, 계산할 수 있는 스탠다드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니 이해할 부분이 있지만, 예술의 업무 매뉴얼이 그렇게 표준화될 수 있는 것이면 이미 독창성을 가진 예술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겠죠. AI가 대체할 수도 있겠구요. 예술이라는 비정형 비정량 세계를 정량 정형화하겠다는 것은 시대 역행적 발상입니다. 

정  연구 용역의 경우는 학위 등의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용역 인건비를 제공해야 합니다. 연구 성과가 아무리 중요하고 대단하고 그 용역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도 2백 몇 십 만원 받고 일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를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아요. 청와대에 국립미술관 학예사가 가 있어도 누군가의 한 마디로 바뀌고, 국빈을 모시는 그 자리에 그림들이 서로 말도 안되게 배치되고...

최  국립현대미술관 정규직 학예사는 몇 명 되지도 않는데 법인화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채용을 제대로 하지 않아 10년간 제대로 인력수급이 되지 않았습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미술관에 3개월~2년 짜리 계약직으로 가득차 있어요. 그런데 정규 학예사 한 명은 청와대 미화담당으로 그곳에 파견나가 있은 지 10여 년 됩니다. 상식적으로 돌아가는 일이 먼저 되어야 해요.

조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소속 큐레이터를 두었다가 그 다음에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로 바뀌게 되었죠.

최  국립미술관 학예사면 그 전문성을 인정해 줘야 하는데.. 미술 전문가를 전혀 인정해주지 않는 거죠. 청와대 그림의 큐레이팅도 문제지만 큐레이터 파견 같은 것은 관행적 일이라도 잘못된 것이니 수정해야 된다고 봅니다. 청와대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서 전문적 큐레이터를 채용하던지 지금 청와대에 새로 건 그림도 의미와 경우가 맞지 않습니다. 친일 인물과 진보적 그림도 나란히 있고... 이념을 떠나 밸런스가 잘 맞지 않죠. 

정  영국이 1960년대에 문화 백서를 내고, 작년에 50년 문화정책을 수립해서 발표했어요. 이들을 들여다보면 사업은 없고 문화향수층의 확대, 문화는 모두의 것, 문화융성은 지역사회 성장의 원동력, 나라의 아이덴티티를 위해 문화의 힘 필요, 문화에의 투자, 탄력성, 혁신성 등을 중심으로 써 있죠. 
K.김  영국문화백서처럼 프랑스에도 작년에 문화정책을 발표했는데 그 기조는 비슷합니다. 향유층-저변 확대, 파리 중심이 아니라 일드프랑스와 지방으로의 확산, 또 중요한 것이 향유층을 늘리기 위한 조기 예술교육의 중요성 강조. 어릴 때부터 예술을 스스로 보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지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니까요. 문화선진국들의 문화정책을 보면 기본 취지와 과제가 유사함을 볼 수 있죠. 이제 엘리트 중심 예술이 아니라 좀 더 확대해서 모두가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러한 정책과 철학을 제시한 후 제안된 구체적인 사업들을 보면 예술교육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 이를테면 플래시 아트 컬렉션이라는 게 있는데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을 들고 학교를 돌아다니며 순회 감상 등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표준화 강박’이  있어서 새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내놓은 많은 사업들 가운데 예술교육(예술교재와 강의안 등에 대한) 표준화가 있기도 합니다.
 


정  문화부가 문화예술교육 관련해서 교육부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이 복잡한 대한민국 교육제도 안에서 어떻게 할 건지.... 교육한다고 문화예술교육진흥원 만들었는데.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등 표준화하는 일에 일조하고 있어요. 

조  예술에서 표준화 문제 중에 표준영정도 상당히 심각합니다. 국가에서 표준영정 안이 처음 나왔을 때 어떻게 예술을 표준화하냐고 말도 안 된다고 반대들을 했지만 국가가 밀어붙였습니다. 50년 가까이 되는 예술 표준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예술을 제어한다는 것은 창작성을 억압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교육에 있어서 예술교육은 매우 중요한데 강의를 표준화한다는 것은 그 강사와 전문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누구는 도자 전공이고 누구는 현대미술 전문가인데 교재와 강의를 표준화하여 강요하죠.

J.김  일종의 장르 특성인데 그것을 무시하면 집단 범죄 가이드라인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체육 예술인들에게 논문이라는 거 강요하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지르도록 만들었나요. 논문 표절하고 또 표절하고.
 
조  교육부가 교원 중 박사학위 소유자 비율을 체크하기 때문이죠.

정  표준화가 필요하지만 안 되는 곳도 있는 겁니다. 뒤탈 없게 정산하기 위한 표준화, 감사원 감사에 안 걸리게. 문화예술 표준화는 문화예술 공무원들의 사후정산용. 

조  관심있게 눈여겨 보는 부분인데, 다른 나라 어린이들 보면 손이 살아있어요. 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학습시간이 너무 많아요. 종이접기 색칠하기 같은 표준화되어 있는 것을 미술교육이랍시고 하고.. 그런 기능이 꼭 예술로 연결되지는 않잖아요.

K.김  외국 미술관에 가 보면 언제 가 봐도 아이들이 누워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어요. 성인들도 진지하게 스케치나 데생 연습을 하는 모습도 흔하고요. 테이트 브리튼처럼 아예 뮤지엄 갤러리에 내에 이젤 몇 개를 세워 놓기도 하죠. 뮤지엄에서 하는 현장 학습도 도슨트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작품에 대한 감상을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몇 년도 제작한 어떤 화풍의 누구의 작품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죠. 모든 예술은 본질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고, 말이나 글처럼 직설적인 것이 아니라 고도의 상징성으로 표현하는 영역인데 그것을 표준화한다? 개인이 각자 자신의 관점과 시각을 가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보고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예술교육인데, 이론중심에 치중되어 있고, 심지어 그마저 미미한 게 현실이죠. 어릴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이것저것 직접 손으로 주물주물하고 오리고 붙이고 그리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해진 창작법, 정해진 감상법을 강요하고 있지요. 
 
J.김  이런 세세한 법안과 계획을 보다보면 디테일 강박증이 있나 싶어요. 법으로 만들어 놓은 정책으로 운영되는 가상의 공화국이 어딘가 따로 있나 봅니다.


K.김  문화정책은 문체부만의 정책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책입니다. 문화정책을 위해 회의하는 자리에서 뭔가 질문이 나오면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올 때가 있어요. 당연히 부처간 협조 등을 전제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문화정책을 문체부 내에서만 해결하려 하니 자꾸 소규모 다종 사업만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수요자에 대한 것입니다. 시장에서 인기 있는 예술이 반드시 예술적 가치 있다고는 볼 수 없죠. 시장에서 인기있는 작품들이 있고, 시장에서는 관심받지 못하더라도 예술사적으로 가치 있는 것이 있는데, 두 분야 모두 각각 경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경쟁 구조를 배제하고 ‘우리는 공공재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야’라는 태도로는 좋은 예술 안 나옵니다. 당장에 시장에서의 인기 있는 또는 투자 가치가 있는 예술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자도 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의미 있는 예술에 대한 수요자도 있는데 감상 향유의 측면에서 그러한 수요자의 중요성을 조금 더 인식하자는 것입니다. 공급 측면만 보려하지 말고, 시장 수요자와 가치 수요자를 모두 늘려야 예술 시장도 가치적 시장도 사는 것입니다. 예술을 향유하는 수요층을 확대하는 고민을 더 해야 해요.

최  국민 세금은 함부로 쓰면 안 되는 것이니, 그 중요한 세금을 어디에 써야 할까. 기간 산업과 같은 문화예술기반을 조성하는 데 쓰이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관에서는 시설 증강이나 취업 등을 생각하기 쉬운 것 같은데, 이를 벗어나 내용에 치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의 경우 설립한지 20-30년이 되었지만 아직 자기 건물 없이 전문적 학예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아시아 전역에서 각 시대별 훌륭한 컬렉션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 시대 위대한 미술관이 될 거예요. 한국은 어떻습니까. 아무 것도 없는데 센터에 뭐에 세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기반은 시설이 아닌 내용으로 가야 됩니다. 문재인 정부의 기조가 그런 식이 되었으면 해요.

정  '컨텐츠'로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이죠.

K.김  한 가지 첨언하자면, 수요자에 관심을 기울이자는 이야기는 그것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내년 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록펠러 컬렉션 십 만 점 등이 나올 예정인데 이런 이벤트 하나만으로도 미술시장이 확 살아나는 효과를 주지 않습니까? 예술품의 기증과 기부이 활발히 이뤄지고, 미술관은 구작을 팔아 재원을 마련하여 새로운 작품들을 많이 살 수 있는 재원이 생겨나고, 또 다른 사업에 사용되고, 이러한 선순환이 생겨납니다. 우리는 수요자, 구매자, 컬렉터, 시장관계자들에 대해 뭔가 비도덕적이고 탈법적일 것 같다는 막연한 오해와 편견이 가득합니다. 일각의 잘못을 전체의 책임으로 돌릴 필요는 없습니다. 예술품을 자유롭게 명예롭게 소장하도록, 이름을 딴 컬렉션을 자랑스럽게 기증도 하도록, 컬렉터들을 세상에 나오게 해야 합니다. 국세청 조사 나올까봐 검찰에서 조사할까봐 숨어계신 분들을 말이죠. 예술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예술을 생산하는 사람도 더 좋은 예술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좋은 개인 소장품들을 뮤지엄 등에서 대여하여 전시하면 대중도 더 좋은 예술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고요. 문화예술 선진국들의 예술품 구매 및 소장 문화, 기부 및 기증 문화, 그리고 이를 장려하는 정책도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정  좋은 일하면서도 범죄자처럼 떨고 계신 분들이 있죠. 국무회의에서 문화부장관이 그런 얘기들을 해야 합니다.

J.김  이번 정부는 어떤 면으로는 행운입니다. 10년 전 시행했던 정책을 자기 손으로 점검하고 세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아무쪼록 점검과 반성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문화체육관광부의 이미지가 훼손된 바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성장통이라 볼 수도 있죠. 늘 한 데에 가 있던 문화부가, 공치사일망정 문화가 국력이라는 식으로 존중 받게 되었잖아요. 여러 사람 손을 타는 부서가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문화부가 시장의 관리 감독자처럼 군림하지 말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성격을 규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왜 문화부가 권력의 놀이터가 되었는지 반성하다보면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윤  적폐 청산, 누적된 잘못을 고치는 것에 찬성합니다. 
오늘 들었던 제일 좋은 말은 “문화부의 정책”이 아니라 “한 국가의 문화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사업의 확장에 신경 쓰지 말고, 비전을 먼저 제시하고, 사전 지원보다는 사업평가를 해서 지원하는 방안을 더 찾자는 것, 내용을 채우는 데에 집중하자는 것, 문화부 내에서만 고민하지 말고 시장 교육부 등 문화 기반을 닦는 데 필요한 관련 부서와 소통하고 설득해 주셨으면 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18.06.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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