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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녕의 사람, 예술] 불멸 대신 소멸을 택한 조각가 이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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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함’보다는 지금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길을 걷고 있는 작가의 선택

글/ 김진녕

대개의 사람은 불멸을 꿈꾼다.
유한한 생명을 지닌 인간이 결혼과 출산을 통해 대를 잇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불멸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 본능적 행동이라는 시각도 있다.
작가로서 ‘불멸’은 작품의 불멸일 것이다. 영원히 기억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이 점에 있어서 중견 조각가 이재효는 특이하다.
자연 속에서 소멸하는, 썩는 나무 조각 작품을 기꺼이 만들고 자연 속에 설치하고 있다.
몇 년 전 아일랜드의 우드랜드에 한 점을 설치했고, 지난해에도 미국의 한 공원에 설치했다.


물론 서울에도 세종문화회관 뒤 당주동과 천호동, 논현동 등에 목조 작품을 외부에 설치했지만 일정 부분 방수, 방부 처리를 한 작품이다. 하지만 아일랜드나 미국의 공원에 설치한 작품은 일절 방수처리나 방부처리를 하지 않은 작품이다. 클라이언트도 작품 내구성 유지를 위한 일체이 화학 처리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아일랜드에 설치한 작품은 진작에 검게 변해하고 있다. 그렇게 야외에 설치한 작품은 수명이 길어야 20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유지 보수를 원하면 그때 유지 보수 처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 도시도 20년이면 거의 모든 것이 변한다. 똑같은 자리에 20년 이상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 자리에 맞는 새로운 게 작품이 있을 것이다.”

그는 작품이 자연 속에서, 처한 위치에서 세월을 맞이하고 서서히 풍화되어 가는 과정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소멸을 전제로 한 작품이라 그 소멸 과정을 담은 아카이브용 사진이 남겨지겠지만 미술관이 작품보존실 인력은 필요없는 셈인 것이다.
대신 그의 작품들은 부지런히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아마도 작품이 세계인과 가장 많이 만나고 있는 생존 작가를 꼽자면 이재효 작가일 것이다.
그의 작품은 국내외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작품들이 길거리에 있거나 세계 유명호텔에 설치돼 있다.
미국 독일 호주 스위스 대만 등의 특급호텔에 그의 작품이 설치돼 있고 최근에도 제주에 문을 연 한 특급 호텔에 그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베를린의 하얏트 호텔과 제네바의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각각 9점과 5점이 설치돼 있다. 특히 베를린 하얏트는 각층의 엘리베이터 앞과 컨벤션 센터 앞에 설치돼 있어 호텔 전체가 그의 개인미술관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미술관에 작품이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미술관 소장품은 많아야 일 년에 한 두 번 정도 전시에 나온다. 반면 호텔에 설치된 작품은 계속 관람객(투숙객)을 만나니까 작가 입장에서는 내 작품이 좀 더 많은 사람과 호흡한다는 점에서 호텔이라는 장소가 의미가 있다.”

독일이나 미국, 스위스의 하얏트호텔 설치 작업은 토니 치라는 미국인 디자이너의 제안으로 이뤄진 작업이라고 한다. “호텔같은 시설에서 예전에는 돌이나 브론즈를 선호했지만 요즘은 자연적인 소재를 선호하다 보니, 스위스에는 마른 나뭇잎을 이용한 작품도 설치했다”고 그는 밝혔다.




소멸을 두려워하지 않은 대신 더 많은 이와 지금을 나누고 있는 길을 택하고 있는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글/ 김진녕 관리자
업데이트 2017.11.1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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