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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대한 문화 유산을 함께 누리는 시간,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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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마지막 선물

전시명 :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Ⅱ실
전시기간 : 2021.7.21~2021.9.26
글 / 김진녕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故) 이건희(李健熙, 1942~2020) 삼성 회장의 기증품을 특별 공개하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2021.7.21.~9.26.)이 열리고 있다.


지난 4월28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유의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다고 발표한 이후 석 달만이다. 2만3000여 점의 기증품 중 국박에 기증한 유물은 9,797건 21,600여 점이다. 이중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등 45건 77점이다. 건수로만 따져도 0.5%가 안되는 극히 일부분만 보여주는 맛보기 쇼이다. 
하지만 출품작 면면을 따져보면 출품작 45건 77점 중 국보•보물로 지정된 유물만 28건이다. 

1.
청동기시대 토기로 산화철을 발라서 붉은 광택이 아름다운 <붉은 간토기>, 초기철기시대 청동기로 당시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 방울>(국보 제255호), 삼국시대 배 모양을 추측할 수 있는 <배 모양 토기>, 삼국시대 조각의 유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보살상>(보물 제780호), 삼국시대 뛰어난 금세공 기술 수준을 알 수 있는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보물 제776호), 겸재(謙齋) 정선(鄭歚, 1676~1759)의 걸작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국보 제216호),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일광삼존상(一光三尊像)>(국보 제134호),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寫經)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大方廣佛華嚴經普賢行願品)>(국보 제235호), 천지현황명 백자사발(국보제286호), 현존하는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千手觀音菩薩圖)>(보물 제2015호),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57~1806?)가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秋聲賦圖)>(보물 제1393호), 세종 시대 한글 창제의 노력과 결실을 보여주는 <석보상절(釋譜詳節) 권11>(보물 제523-3호)과 <월인석보(月印釋譜) 권11•12>(보물 제935호), <월인석보(月印釋譜) 권17•18> 등 회화류부터 고서적, 종교화, 도자류, 목공예품, 금속공예품 등 거의 모든 장르와 청동기 시대부터 조선 말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일급 유물이다. 
이건희컬렉션의 특징이 특정 시대나 사조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고 수준 높은 유물의 컬렉션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다. 19세기 이후 근대 수장가들이 18세기 이후의 서화류나 청자나 백자 등에 집중한 것에 반해 이 회장은 고려불화나 조선 불화 등 종교 회화와 18세기 궁중장식화 등도 컬렉션에 포함시키는 등 기존 고미술 수장가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실제로 이번 전시장에서는 18세기 후반 이후 조선 전통 문화의 대명사로 알려졌던 문인화와 청화백자는 강세황의 산수도 두 점과 청화백자 두 점을 연계 배치한 전시장 한 칸이 전부였다. 


청동기 시대 붉은 간토기부터 현대까지 한반도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응시한 이 회장의 시각은 전시장에 걸린 그의 어록을 통해 짐작할 수 밖에 없다.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2004년 10월 삼성미술관 Leeum 개관식 축사), “정보화와 관련해 본다면 금속활자는 세계 최초의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으며 한글은 기막히게 과학적인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이건희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1997) 중), “전통 문화의 우수성만 되뇐다고 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때 문화적인 경쟁력이 생긴다.”(같은 책)  


2.
회화만 놓고 보면 이번 기증을 통해 고려불화 특유의 섬세한 미를 보여주는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국박의 단촐한 고려 회화 컬렉션을 보강하게 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두 작품은 최근에도 국박이 주최한 기획전에 출품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서 보듯 이번 전시만 놓고 보면 기존에 공개안됐던 작품이 나온 것은 한 점도 없다. 이런 저런 전시를 통해 공개된 작품들이다. 그럼에도 눈길을 빼앗기게 되는 작품이 있다면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이다.
정선(1676~1759)과 김홍도(1757~1806?)는 조선의 부흥기인 18세기를 대표하는 화가(화원)다. 숙종 때 태어난 정선은 왜란과 호란을겪고 나락에 떨어졌던 조선이 영조대에 이르러 비상하는 것을 보고 눈을 감았고, 영조 대에 태어난 김홍도는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조선 후기 가장 호사스런 소비 시대에 화가로서 필명을 날리며 화려한 날을 살다가 정조 사망(1800) 이후 그의 말년이 그러했던 것처럼 조선이 기우는 것을 보며 세상을 떴다.  



18세기의 전반과 후반을 대표하는 두 슈퍼스타의 고별사격인 작품 <인왕제색도>(1751)와 <추성부도>(1805년)가 국박 서화실에 나란히 걸린 것은 일종의 장관이다. 
 서촌에 오래 살며 늘상 인왕산을 보고 살던 76세의 정선은 신미년 윤5월 하순, 장맛비가 그친 인왕의 봉우리와 대기를 먹을 켜켜히 쌓아가면서 습윤하게 구현했다. <인왕제색도>는 18세기 한국 진경산수의 걸작이자 현대 회화의 미감으로도 걸작인 작품이다. 
김홍도의 <추성부도> 역시 언제 그렸다는 게 작품에 쓰여있다. 1805년, 단원이 세상을 뜨긴 한 해 전이다. 말년에 단원이 곤궁한 생할을 하고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가족과도 떨어져 지냈다. 

18세기에 태어나 18세기에 죽은 조선 후기 서화계의 이론가격인 강세황은 자신이 가르쳤다고 자부하는 김홍도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단원기>에서 김홍도가 ‘음률에 두루 밝았으며 거문고 대금뿐만 아니라 시와 문장도 그 묘를 다하여 풍류가 호탕했다’고 평했다. 김홍도가 남긴 작품 속에서도 자부심 강한 르네상스맨이었던 단원의 면모가 드러난다. 자신의 집에서 가졌던 모임을 그린 <단원도>에서 스스로를 거문고를 타는 모습으로 묘사했고, <포의풍류도>에선 당비파를 안고 연주하는 모습을, <월하취생도>에선 생황을 불고 있는 인물을, <마상청앵도>에선 버드나무 가지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반응하는 예민한 감성을 묘사했다. 그가 안기역이 찰방을 지낼 때 김홍도와 어울렸던 청성 성대중은 <청량산기>라는 글에서 ‘찰방 김씨가 퉁소를 잘한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김홍도는 정조가 각종 행사기록화와 병풍화를 일임할 정도로 총애를 받았던 당대 최고의 화가였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정조의 사망 이후 이름 자체가 최고의 보증서였던 김홍도는 커리어가 급격히 기울었다. 그런 그가 세상을 뜨기 직전 물이 바짝 마른 붓으로 가을의 쓸쓸한 숲과 나무와 바람을 그린 것은 우연의 일치였을까. 바람이 오는 쪽으로 손을 가리키고 있는 시동도, 고개만 물끄러미 창밖을 보고 있는 서재의 주인공도 동세가 없이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체념한 모습이다. 그림 속의 주인공은 단원은 물론 19세기 이후 조선의 운명과 묘하게 맞물려진다.   



3.
<인왕제색도>와 <추성부도>를 기증 3개월만에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다만 유물의 정리와 수습, 연구가 먼저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가 열리는 박물관 문법을 따져보면, 유물 입수 3개월만에 전시를 여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긴 하다. 박물관쪽에선 “대규모 기증으로 높아진 국민의 관심에 부응하고자 신속하게 마련한 전시”라고 밝혔다. 국보물 위주의 유물 전시도 이미 국보물 지정과정에서 검증을 받은 것이라 이런 저런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장점도 한몫 한 것 같다. 
이번 기증품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은 반가운 일이지만, 대규모 기증을 한 ‘수장가 이건희’를 어떻게 예우하고 기증된 유물을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국민에게 공개할지를 놓고여전히 논란이 뜨겁다는 점은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이번 전시는 상설관 2층 서화실에서 열리고 있다. <세한도> 기증을 계기로 생긴 손세기손창근기증실 바로 옆이다. 



이건희 회장의 전통 문화유산 컬렉션은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나라 전 시기와 전 분야를 포괄한다. 국박에는 기증자를 예우해 이름을 붙인 전시실이 있다. 동원 이홍근 기증실, 수정 박병래 기증실, 손세기손창근 기증실 등 이미 만원이다. 선사시대실이나 중세실, 조선실 등 시대별로 구분한 1층 전시실의 이름을 바꾸는 것 말고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엄청난 기증을 한 이를 기릴 수 있는 방법이 궁색하다. 이와 관련 지난 7월7일 이건희 컬렉션 관련 정부부처 기자회견에서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기증품이 워낙 방대해 2026년까지 소장품 등록과 기초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장 뭘 어떻게 하기 보다는 앞으로 한 5년 동안 기초조사를 하고 그 결과물을 놓고 따져 봐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급하게 서두르는 것보다는 낫다. 

 
글/ 김진녕 관리자
업데이트 2021.09.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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