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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물화를 통해 본 한국 근현대 백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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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의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 - 한국 근현대인물화>전
3.1독립운동 백주년의 해인 2019년은 여느해보다 한국 근현대미술품 전시가 많았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2019년 1월부터 고려대박물관 소장품 위주로 꾸민 <우리가 사랑한 그림>전(롯데갤러리)이 서울과 인천에서, 봄에는 서예박물관의 3.1독립운동·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서화미술특별전 <자화상- 나를 보다>, 덕수궁미술관 <절필시대>와 대구미술관 <박생광>전, 갤러리현대의 <한국화의 두 거장-청전 소정>전이, 여름에는 북서울시립미술관의 <근대의 꿈>, 국현 과천의 곽인식 탄생 백주년전, 가을에는 덕수궁미술관의 <광장1부>, 그리고 한 해의 끝인 12월에 갤러리 현대에서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 - 한국 근현대인물화>(~2020.3.1)전이 막을 올렸다.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 - 한국 근현대인물화>은 제목에 나와있듯 한국 근현대 작가가 그려낸 당대 한국인의 모습을 모은 전시다.

현대갤러리 본관에 꾸며진 전시 도입부에 일본 도쿄미술학교 유학생 김관호가 1916년에 그린 한국 최초의 누드화 <해질녘>(도쿄예술대학 소장품)이 걸려있다. ‘양화’를 기준으로 한 전시이자 근대 회화를 다룬다는 신호등이다. <해질녘>은 그때 일본 최고 권위로 꼽히던 문부성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의 영광을 차지해 국내 신문에도 크게 실렸다. 전시장 벽면엔 그 소식을 전한 1916년 10월20일자 <매일신보>를 확대해 출력한 프린트물이 벽에 걸려있다. 그 뉴스에는 정작 특선을 한 <해질녘> 대신 ‘김관호군이 요사이 그린 그림’이란 설명이 달려있는 풍경화가 사진으로 실려있다. 뒷모습이라도 나체를 그린 도판이 신문에 실리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던 1916년 식민지 조선의 풍경이 전시장 안에 재현된 셈이다.


같은 섹션에는 도쿄미술학교 1호 유학생 고희동(1886~1965)이 정자관에 두루마기 차림을 한 자화상이 걸려있다. 도쿄미술학교는 졸업 과제로 자화상을 제출하게 했다. 덕분에 관람객은 1915년의 고희동, 1916년의 김관호, 1923년의 이종우, 1931년의 오지호와 김용준과 눈인사를 나누고 그 시대의 분위기를 간접 경험하게 된다.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한 길진섭의 초상도 같은 시기 한국 땅을 밟고 있지만 이 작품은 덕수궁미술관의 <광장1부>에 전시 중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1945년 해방 이전 활동했던 대부분의 서양화가는 일본 유학을 통해 근대를 받아들였고 이들은 해방 이전부터 일본을 통해 이식받은 근대와 전통의 주체적 발전이라는 관점 사이에서 향토색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논쟁엔 도쿄미술학교 졸업생 김용준도 미술이론가로서 적극 참여했다. 그 시절 향토색 논쟁의 상징이기도 한 이인성의 <가을 어느날>(1934년, 리움 소장품)은 <해질녘>과 같은 공간에 배치돼 해방 이전 한국 미술사의 풍경을 압축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박상옥의 <소년 입상>(1936), 배운성이 파리 유학 중 그린 <가족도>(1930~35), 이쾌대의 <운명>(1938, 뮤지엄산 소장품) 등 전시장에서 쉬이 보기 힘들었던 1930년대 작품이다.


이른바 ‘국민화가’로 불리는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등의 대중친화력이 높은 1950년대 작품은 본관 2층에 집중적으로 걸려있다. 그 옆에는 1916년의 김관호가 누리지 못한 ‘표현의 자유’를 누렸던 김인승, 박영선, 이봉상의 50년대 누드화가 전시됐다. 50년대 가장 큰 사건인 한국전쟁은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신관 1층에 걸린 김환기의 <항아리와 여인들>(1951)의 뒷배경에 등장하는 바닷가의 군용 텐트 정도로 간략하게 소개된다. 박수근이나 이중섭 작가의 삶 자체가 한국전쟁에 크게 영향을 받은 삶이지만 이들의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런 자세는 전반적으로 이번 전시의 작품 선정 기준이 된 듯 하다.

이번 전시에서 화제가 된 것 중 하나가 갤러리현대에서 민중화 계열의 작품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한국의 주요 상업화랑 중 민중미술 컬렉션까지 만든 가나아트와 달리 갤러리현대는 그런 쪽과는 거의 무관한 포트폴리오로 미술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 80년대 목판화의 상징인 오윤부터 신학철, 김정헌, 이종구, 임옥상 등의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신학철은 80년대의 근대사를 다룬 콜라주가 아닌 2012년의 <지게꾼>이고 임옥상은 이숙자의 <보리밭>(1997)과 짝을 지어 전시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보리밭>(1983)이 전시됐다.


2020년 갤러리현대의 개관 50주년 기념 전시이기도 한 이번 전시의 작품 선정에는 유홍준(미술평론가), 최열(미술평론가), 목수현(미술사학자), 조은정(미술사학자), 박명자(현대화랑)가 참여했다.

주최측은 도록에서 이번 전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2020년, 개관 50주년을 맞이하여 갤러리현대는 한국 근현대 구상회화를 재조명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191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0여 년에 걸친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시대정신을 구현하며 독창성을 보여준 인물화를 선별했다. 인물화는 시대적 흐름과 사회상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인간상을 담아낸 우리 역사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에 재현된 인물의 의복과 생활양식 등을 통해서 역사적인 흐름과 근대화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물화는 미술사뿐만 아니라 역사적 기록물로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 1980년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작품들, 그리고 그 시대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인다.

이러한 작품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민주화 운동에서의 역사적 아픔을 겪고, 격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우리의 따뜻한 내면과 한민족의 정서, 삶을 살아가는 개개인의 애환, 가족의 사랑과 정을 표현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남긴다.”






글/ 김진녕 관리자
업데이트 2020.07.0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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