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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배수가 된 솔직, 의젓, 세련 - 분청사기, 현대미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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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분청사기, 현대미술을 만나다
전시기간: 2019.1.18- 2.20
전시장소: 서울옥션 강남센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그래미상 수상식장에 나오자 박수가 우레같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작년에 빌보드차트에 오를 때부터 남다를 거라는 얘기가 있기는 했다. 변두리 극장에서 나훈아, 남진 리사이틀 간판을 쳐다보며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촌스럽지만 어디선가 ‘대한민국’ ‘조국’을 연발하던 강창선 아나운서의 목소리마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우환과 분청사기

정말 미국 사람들도 한국 노래를, 한국 가수를 좋아하는가. 세상의 온갖 노래와 별의별 가수들이 다 모인다는 본고장 미국에 한국 노래, 한국 가수가 통한다는 데에는 그 방면의 전문가들이 실은 조금 놀란 듯 여러 각도에서 먹히는 이유를 찾고 있다. 셋이건 넷이건 혹은 열이건 간에 칼 같이 열과 오를 맞춘 군무(群舞)에, 길게는 십 년 공부까지 간다는 연습생 시절의 혹독한 수련이 프로 중의 프로를 만내고 그것이 통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분석이다. 

그런데 잠깐. 한국의 과거 가운데 어디에 그런 완벽 추구나 프로 중의 프로 의식이 있었는가. 노래하면 개다리소반에 막걸리 사발 엎어놓고 신명을 즐기면 그만이고 춤도, 요즘 비난의 대상이지만 관광버스 안의 막춤이 전통에 보다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가.  


고영훈과 분청사기

그래서 말쑥한 방탄소년단의 춤과 노래와 그리고 개다리소반의 막걸리 사발 같은 푸근 무쌍한 정서 사이에서 진짜 쉽게 납득이 안 가는 멀고 먼 간극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방탄소년단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계속해서 거슬러 올라가면 어딘가에는 반드시 직계는 아니더라도 방계 어디쯤에 아무데서나 신명나는 대로 한 곡조 뽑거나 한 잔 술에 너울너울 춤사위를 즐긴 조상이 있었을 것이란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역사의 어느 시점에 한국 사람들의 DNA 안에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났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면 둘 사이에 시간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는 같은 정서, 성격,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점을 찾고 확인하는 게 역사와 전통을 믿어마지 않는 오늘날에 주어진 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


이중섭과 분청사기

신명, 흥 같은 말이 우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이 써서 진부하고 상투적인 뉘앙스를 풍길 뿐 아니라 지하연습실에서 10년 동안 뒹굴며 뛰면서 흘린 땀을 생각하면 어딘가 모욕적인 설명처럼도 들린다.


그렇다면 솔직, 의젓, 세련은 어떤가. 한국 미술의 솔직한 분위기는 이미 정평이나 있다. 모자란 가운데서도 조금도 꿀리지 않는 의젓함도 일찍이 많은 미술사가들이 예찬한 바다. 시크한 절제된 단순미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탄소년단이나 막사발이든 어딘가에는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서두가 엄청 길어졌는데 임진왜란 이전에 만들어진 분청사기들과 현대의 그림들-예컨대 이우환, 김환기, 이중섭, 하종현, 고영훈 등의 그림을 나란히 펼쳐 놓은 전시는 이를 재확인시킨 기회라고 할 수 있다.(외국작가로 쿠사야 야요이 그림도 한 점 있기는 하다)
 


김환기와 분청사기

김환기의 점화를 한 치의 빈틈없이 점을 찍어 마치 주렴을 늘어트린 것처럼 보이게 한 문양과 비교하거나 무심한 선 몇 개로 그린 못생긴 학 문양에서 이중섭의 그림을 연상하는 것은 알기 쉽게 예시한 보여준 예시이다. 

분청사기는 백자처럼 단장한 청자라고도 말할 수 있다. 때문에 태생적으로 모순적이면서 이중적인 성격이 있다. 분청사기에는 청자에서 이어받은 우아하고 귀족적이면서 세련된 면모가 형태 어딘가에 담겨있다. 또 그 위에 완고한 주자성리학 사회인 조선이 지향한 절제와 무욕과 같은 분위기도 공존한다.



김환기, 이우환과 나란히 놓인 분청사기에서 이중의 변주를 찾고 즐기는 보는 사람의 몫 뿐만 아니라 현대로 이어진 과거 유산의 제몫을 정당하게 찾아내는 일이기도 하다.(y)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9.03.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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