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메뉴타이틀
  • 한국미술 전시리뷰
  • 공예 전시리뷰
  • 한국미술 도서리뷰
  • 미술계 이야기
  • On View
  • 학술논문 브리핑
타이틀
  • 간결무쌍한 동양의 피카소 白石의 세계
  • 517      

전시제목 : 치바이스(齊白石)와의 대화
전시기간 : 2018.12.5 - 2019.2.17
전시장소 : 예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

파리 루브르를 찾는 사람은 대개 모나리자 앞에 선다. 2-3년 뒤 다시 파리를 가게 되더라도 또다시 그녀를 찾아가는 사람이 꽤 된다. 명작 속의 무궁한 비밀(?)을 재삼 확인하기 위함이기도 하겠지만 세 번, 네 번 반복되는 건 두말할 것도 없이 그냥 좋아서 그렇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똑같은 영화를 몇 번씩나 보는 매니어들 심정일 것이다.    


우웨이산(吳为山) 작 <화가 치바이스> 청동 높이 142cm 중국조소연구원 소장

1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치바이스(齊白石 1864-1957) 대형전시가 다시 열리고 있다. 그는 피카소보다 나으면 나았지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중국 근대 국민화가이다. 혹자는 ‘왜 같은 것을 또’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번수와 상관없이 불감청(不敢請)이 고소원(固所願)이다. 나중에 말하겠지만 그의 그림에는 한국 사람들의 그림감상 정서 내지는 DNA와 맞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 외의 것으로 중국몽(中國夢) 운운하면서 뻐기고 으스대면서 요즘 시세(時勢)로 보면 연달아 국민화가 그림을 베푸는(?) 기회는 좀처럼 다시 찾아오기 힘들 수 있다. 


팔대산인(1626~약1705) <물고기> 1694 종이에 수묵 120Ⅹ53cm 중국미술관 소장

2017년 여름 전시는 그의 고향인 후난성박물관 소장품이 소개됐다. 이번에는 성급(省級)이 아닌 국가급인 베이징 중국미술관 소장품이 왔다. 400여점 있는 치바이스 컬렉션 가운데 75점을 보내왔다. 그가 영향을 받은 화가로 지목되는 팔대산인(八大山人 1626-1705경)과 오창석(吳昌碩 1844-1927) 그림도 함께 왔다.


치바이스 <물고기 한 쌍> 1954 종이에 수묵 68.8Ⅹ29.9cm 중국미술관 소장

우선 이들 얘기부터 하면 본명이 주탑(朱耷)인 팔대산인 그림은 4건 7점이 왔다. 팔대산인에 몰입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지만 평소에 한국에 앉아서는 그의 그림을 구경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오창석 <삼색 모란> 1918 종이에 채색 136.8Ⅹ58.4cm 중국미술관 소장

오창석은 과거 국전(國展)시절의 화조화부터 동어반복처럼 되풀이 되던 꽃 그림의 원조(元祖)이다. 그도 이름난 채색 꽃그림 외에 새와 채소 등을 그린, 못 보던 그림이 합쳐 10여 점이 왔다. 이러고 보면 주최측의 관시(關係)에 교섭력, 섭외력, 외교력이 상당한 경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주최측은 금년 5월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대규모 추사(秋史)전시를 교류전으로 개최키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치바이스 <장수(長壽)> 1950 종이에 채색 134.2Ⅹ33.9cm 중국미술관 소장

다시 치바이스로 돌아가면 그는 가난한 농민화가, 즉 무산자계급으로 출발해 명성을 쌓아 일찍부터 공산당을 안도케 한 화가이다. 또 알기 쉽고 편안한 그림에 더해 조용하고 성실한 삶의 방식과 궤적 역시 당의 지도노선에 부합되는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림에서는 그의 특기는 산수화보다 새우, 물고기, 새, 화초 같은 데에 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테마는 종래 지식계급, 즉 문인화가들에게서 1급보다는 그 아래로 여겨지던 것들이다.


치바이스 <등나무>(《화훼책》 중) 1945 종이에 먹, 수묵 24.9Ⅹ33.8cm  중국미술관 소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쓱쓱 그은 간결한 필치와 한두 마리 물고기에 꽃 한두 그루처럼 간략하게 처리한 구도는 보는 사람에게 산뜻하고 담백한 분위기도 그렇지만 그 이전에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당시부터 팬이 많았다. 20세기 후반 들어 한국에는 그의 그림이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추종자가 상당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원로 동양화가들(당시는 한국화가라는 말은 아직 없었다)의 그림을 다시 보면 무릎을 치면서 비슷한 데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적지 않다. 


치바이스 <새우떼> 종이에 수묵 62.2Ⅹ32.4cm 중국미술관 소장

이번 그의 전시는 담백하면서도 맑은 가운데 또 연륜이나 깊이 그리고 자연과 삶에 대한 관조까지 느껴지는 그의 그림의 근원이 어디서 출발해 어느 과정을 거쳐 어디에 도달했는가를 보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치바이스 <붉은 여뀌와 땅강아지>(《화훼초충책》 중) 1937 종이에 먹, 채색 26.4Ⅹ19.9cm 중국미술관 소장

시작은 30대 후반에 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는 팔대산인에서 시작한다. 치바이스는 그에서 보이는 냉랭한 기운을 빼고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불어넣으면서 자신의 첫 번째 세계를 완성했다. 다음으로 화려한 색책에 굵은 먹 선의 조화시켜서 어딘가 강건한 고대적 이미지가 느껴지는 오창석 그림을 옆에 두고, 사생에 기초한 자연의 참모습을 이데아적으로(동양적으로 말하면 뜻을 그린다(寫意)는 재현하고자 노력함으로서 스스로의 약점을 극복하며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조형 세계를 구축해간 모습이 소개되고 있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도록에 수록된 중앙미술관 덩펑(鄧鋒) 연구원의 글이 참고가 된다)


치바이스 <벼와 사마귀>(《화훼초충책》 중) 1937 종이에 먹, 채색 26.4Ⅹ19.9cm 중국미술관 소장

치바이스 그림은 요즘 봐도 한국적인 정서에 잘 부합되는 듯 느껴진다. 조선후기 이후 수도 없이 많이 그려진 문인화풍 그림을 통해 알게 모르게 한국 사람의 그림 보는 눈은 간결하면서도 단순하며 또 어딘가 탈속한 이미지가 담긴 스토익한 표현에 익숙한 데로 수렴돼왔다. 여기서 기법적인 정치함이나 숙련성에는 결코 점수가 후하지 않다.


치바이스 <오솔길을 거닐다> 1929 종이에 채색 103.5Ⅹ45.2cm 중국미술관소장

치바이스의 그림에는 그런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현상을 넘어서 사물의 실존적 모습을 붓으로 그린 듯한 정신성까지 들어 있다. 이 점이 한국의 그림 애호가들을 무한히 끌어들이는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즐기는 이상 더 무엇을 바라겠느냐’고 하겠지만 편평한 것처럼 세계화된 미술계 현장 내지는 시장을 마주대하고 보면 오늘날 한국그림들이 전략적으로 어디로 나아가야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치바이스 그림은 적어도 적지 않은 내용을 시사해주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을 수 없다.(y)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9.05.23 23:59

  

SNS 댓글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