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메뉴타이틀
  • 한국미술 전시리뷰
  • 공예 전시리뷰
  • 한국미술 도서리뷰
  • 미술계 이야기
  • On View
  • 학술논문 브리핑
타이틀
  • 제12회 광주비엔날레 개막
  • 290      
- 오늘의 지구촌이 근심하는 경제적 정서적 감정적 심리적 지리적 경계의 논란을 다루다

글/ 김진녕

제12회 광주비엔날레가 문을 열었다.

43개국 165명의 작가가 참가해 ‘상상된 국가들’ 등 본전시 7가지, GB커미션 3가지, 파빌리온 프로젝트 3가지 등 크게 13개 섹션으로 구분돼 선보이는 이번 비엔날레는 광주시 북구 용봉동의 비엔날레 전시관과 아시아문화전당(ACC), 옛 국군광주병원, 무각사 등 광주 시내 곳곳에 펼쳐지고 있다. 이중 본전시는 비엔날레관과 ACC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대주제는 ‘상상된 경계들’이다.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주제어를 이렇게 설명했다.

“<상상된 경계들>은 한국의 분단 상황과 최근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경향들, 그리고 베네딕트 앤더슨의 책 <상상의 공동체-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되었다. 앤더슨은 책에서 민족은 민족주의 지식인들이 만들어낸 ‘상상의 공동체’이고 이런 인식은 인쇄자본주의로 가능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상상의 공동체는 특정한 시기에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 구성되고 의미가 부여된 역사적 공동체이다. 민족을 상상의 공동체로 보는 앤더슨의 관점은 사회적 실재(social reality)가 문화적으로 구성되고 경험되는 시공간 안에 존재한다는 인류학적 명제를 따른다. 18세기 말 이래 민족주의는 시대와 정치 체제, 경제 사회 구조에 따라 조정과 적응을 거쳤다. 서구의 민족주의는 아시아의 근대화에서도 작동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의 민족주의는 냉전 이데올로기 안에서의 국가 형성을 위해 작동했다. 1980년대 말 미소냉전 체제의 종식과 세계화 정책으로 민족주의에 의한 냉전의 경계는 무너진다. 유럽연합 등의 정치 경제 연합체로 경계가 재편성되면서 국가 간의 경계는 더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 미국 보호무역 정책 등에서 그리고 아시아 여러 국가의 자국 보호 정책에서 또 다른 민족주의를 접하게 된다. ‧… 최근 한국의 남북 관계 외에도 난민 문제나 핵 문제 등으로 인해 국경이나 국가주의에 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상상의 경계들>은 인간이 구축해온 국가, 민족, 영토의 경계뿐 아니라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어느 곳이든 영향력 있게 존재하는 심리적, 정서적, 감정적 경계들을 다루어 ‘경계’에 대한 담론을 여러 다른 층위로 넓히고자 한다.”

1995년 1회 비엔날레의 주제가 ‘경계를 넘어서’였다.

그때 주최측에선 “<경계를 넘어>는 국가 민족 이념 종교 등을 초월하여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세계와 함께 하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의미와 함께 예술을 포함한 각 개인의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통한 창조적 세계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화’에 대한 낙관주의적 전망이 넘쳐나던 시기에 ‘지구 공동체’와 ‘전지구적 통합’ 현상에 대한 들뜬 기대가 묻어있다. 하지만 ‘세계화’에 대한 낙관은 한국에선 1997년 IMF로 무너졌고, 2000년대 초반 통신과 교통수단의 발달, 경계없는 교류가 결국엔 국적없는 자본의 전면 자유화와 이를 통한 ‘신자유주의’로 이어지면서 지구촌 전체가 20년 전과는 달리 근대 민족주의 담벼락(국경 통제)을 수리해 다시 높이 쌓아올리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가난한 저위도 지역 거주민이 부유한 고위도 지역 국가를 향해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북진하는 움직임과 고위도 지역 국가가 담벼락을 높이 쌓자는 움직임은 세계 도처에서 날카로운 파열음을 낳고 있다.


쾨프테 항공, 2016, 할릴 알틴데레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안에서는 ‘헬조선’이라고 하지만 ‘헬조선’의 문을 두드리는 난민들이 크게 늘고 있고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금 통일 이후의 내부 갈등을 예상하는 것은 섣부른 일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상상된 경계’에 대한 근심일 것이다. 물론 그것은 영토의 경계 뿐만 아니라 김 대표가 말한대로 공동체의 구성원이 갖고 있는 ‘심리적, 정서적, 감정적 경계’의 충돌일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본전시는 그런 다양한 ‘상상된 경계’에 대한 전시다. 기존의 영토 개념과 민족주의적 국가관과 충돌하는 난민, 신자유주의의 최대 수혜자인 국경없는 금융자본과 기업의 행보,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펼쳐지는 프라이버시와 통제의 경계, 성적‧인종적 소수자 문제, 환경과 보존, 개발의 경계 등 지정학적인 영토는 물론 문화적, 심리적, 경제적, 기술적 경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즉 지금 분열하고 있는 지구촌의 모든 근심과 관심사를 이번 전시에 다루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전시가 세계 모든 분쟁지역과 갈등 이슈를 다루고 있는 ‘시사 잡지’의 오프라인 전시회를 연상시킨다. 뉴스 ‘해설’보다는 분쟁과 갈등의 ‘시각 이미지’가 주가 된 ‘동영상과 사진 뉴스’ 전시회. 물론 시각 예술이 현재의 갈등 현상을 동시대적으로 고민하고 통찰하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다. 다만 이게 유행처럼 그때 그때 이슈에 매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난해부터 거의 모든 국제적 미술이벤트가 ‘지중해를 건너, 태평양을 건너, 카리브해를 건너 좀 더 잘사는 나라로 향하는 난민’ 이야기로 채우고 있는 것은 북유럽 미술 시장의 유행 담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아시아 최고의 비엔날레라는 말을 듣는 광주비엔날레인만큼 아시아 작가와 아시아 이슈에 방점을 찍고 있는 점은 유럽의 비엔날레와 다른 점이다. 전체 참가 작가 165명 중 아시아 작가가 115명에 달한다. 이를 국적별로 보면 한국(43), 북한(32), 태국(5), 중국(5), 싱가포르(5), 일본(6), 대만(1), 베트남(3), 인도(4), 홍콩(2), 말레이시아(1), 방글라데시(2), 인도네시아(1), 캄보디아(2), 필리핀(2), 미얀마(1) 등 인원 수로는 70%가 아시안 국가 출신으로 아시안의 눈으로 본 오늘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가 북유럽이나 북미에서 활동하고 있고 주요 경력을 서구 선진국에서 쌓아 그쪽의 시각으로 수련한 시각예술가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광주 지역의 요구였던 지역 출신 시각예술인을 본전시에 적극 반영한 점도 눈에 띈다.


추억, 93.5x222, 2007, 장길남


본전시의 7가지 섹션 중 두가지 섹션, <생존의 기술: 집결하기, 지속하기, 변화하기(큐레이터 김만석, 김성우, 백종옥)>와 <지진: 충돌하는 경계들(큐레이터 정연심, 이완 쿤)>이 ACC에서 전시되고 있다. 생존의 기술 섹션에 들어있는 백종옥 큐레이터가 진행한 <대칭적 상상력>에는 2017년 포트폴리오 리뷰프로그램 공모를 통해 선정된 광주, 전남 출신의 작가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소나기, 217x433, 2017, 김인석

이번 비엔날레의 전시 주제인 ‘경계’와 관련해서 씁쓸한 대목은 정작 광주비엔날레도 ‘경계의 논란’에서 무기력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프레 비엔날레)에 출품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면서 결국 이 작품은 출품이 취소됐다. 예술의 경계, 예술의 현실 참여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오갈만한 ‘화끈한’ 작품이었지만 광주시쪽에서 스스로 작품을 내리면서 광주비엔날레의 성격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상처를 입었다. 그때 아시아문화전당 건설이나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기대하고 있던 광주시가 현실적인 고민 끝에 ‘광주비엔날레’에 자해를 한 셈이 됐다.

내부에서 벌어지는 경계의 논란도 극복하지 못했던 광주비엔날레가 ‘경계를 둘러싼 해외의 논란’을 전달하는 것을 보는 일은, 비록 인적 구성원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어딘가 맥빠지는 일이다.

그런 의구심을 잠재우고 광주비엔날레의 진정성을 확인할만한 카드도 보이지 않는다. 4년 전 <세월오월>처럼, 논란을 무릅쓰고 ‘지금 여기의 경계’에 대한 논의에 불을 당기는 도발적인 작품이 없다는 얘기다. 대개는 안전한 거리에서 강 건너 언덕, 바다 건너 유럽과 동남아, 북미에서 일어나는 경계를 둘러싼 논란을, 북유럽 스타일의 갤러리에서 통하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전 정권이라면 국가보안법 시비라도 날만한 북한 사회주의 선동미술의 집약판인 집체창작 미술인 대형 ‘주제화’가 일반인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긴장감은 없다. 현실의 트럼프와 로켓맨의 핵을 둘러싼 핑퐁 게임과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 카드, 그 와중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타결을 시도 노력이 훨씬 더 위협적이고 주식 시장을 뒤흔드는 긴장감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북한의 집체 미술은 북한 스스로 수출품으로 지정한 ‘상품’이기도 하다.


초반 광주비엔날레의 거의 유일한 논란이라면 스피커 소리 월담 논란이다. ACC앞마당에 설치된 두 개의 대형 LED패널에는 김성우 큐레이터가 기획한 <한시적 추동> 섹션에 참가하고 있는 김다움 작가의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 작품의 구성 요소인 저음역의 강력한 베이스음이 시끄럽다고 한 지역민이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른바 월담한 ‘소음’의 경계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세월오월> 논란에서 보듯 지역 구성원의 협조와 동의없이는 원활한 비엔날레 진행이 어렵다는 교훈을 또 얻은 셈이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전연령 관람가의 안전한 전시다.(미성년자는 보호자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안내문이 붙은 전시물은 다섯 손가락을 넘지 않는다.)

글/ 김진녕 관리자
업데이트 2018.10.18 13:34

  

SNS 댓글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