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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림박물관 소장 일본회화 특별전 <일본회화의 거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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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박물관 신사분관
2018.4.24.-2018.9.29.

지난 24일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개막한 <일본회화의 거장들>전은 호림박물관의 첫 외국미술 전시다. 호림의 일본 회화 소장품을 중심으로 꾸린 전시로, 그 시대가 무로마치 시대(1334-1573)에서 근대까지로 이어지는 방대한 영역을 아우른다. 호림 소장품 외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2작품,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 3작품이 대여, 전시 작품에 포함되었다. 

첫 전시실은 ‘일본 수묵화의 흐름’, 두 번째 전시실은 ‘일본의 전통 채색화’여서 일본의 전통 회화를 수묵과 채색으로 크게 나누어 보여주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한중일의 회화 교류와 관계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넓은 시대를 아우르고 있지만 작품의 대다수는 에도 시대 이후에 제작된 것들이다. 수묵화의 경우 특히 도코노마(床の間)에서 감상하기 위해 제작된 것들로, 두루마리 형식의 작품들이 많다. 

무로마치시대 말, 16세기에서 17세기에 걸쳐 활약했던 운코쿠 도간(雲谷等顔, 1547-1618)의 산수도 등에서 중국 수묵화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개성이 담긴 일본 수묵화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에도시대의 일본 감상용 회화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그림들이지만, 문인화적 특성을 지닌 작품 비중이 다소 높은 컬렉션임을 느낄 수 있다. 


운코쿠 도간 <파묵산수도> 종이에 먹, 114.5x47.0cm
일본 수묵화에서 파묵법은 운코쿠 도간이 추종한 셋슈 도요(雪舟等楊, 1420-1506)가 1468년 명에 건너가 배워오면서 유행했다. 



미나가와 기엔(皆川淇園, 1735-1807) <죽석도> 종이에 먹, 135.5x52.5cm
문인이 추종하던 가치를 보여주는 이 죽석도를 그린 미나가와 기엔은 일본의 18세기를 대표하는 유학자이지 문인화의 선구자 중 한 명이다. 바위를 생생한 입체감으로 표현한 것은 그가 그림을 배운 마루야마 요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전시작품 중 산쥬롯카센도(三十六歌仙図)가 흥미롭다. 와카(和歌)를 읊던 유명한 가인歌人 36명을 헤이안시대 말에 가선歌仙으로 선정하여 그들의 모습을 그리고 그들의 와카를 모아 만들어 온 일종의 시화집인데, 일본 전통 회화기법과 문학, 일본 문자인 가나의 서예, 종이 장식 등이 결합된 대표적인 제재/장르라 볼 수 있다. 호림이 소장하고 있는 산쥬롯카센도는 총 4점으로, 십이폭 병풍 두 점과 화첩을 볼 수 있다. 


17세기 말에 만들어진 산쥬로쿠닌카슈 십이폭병풍 부분

36가선 중 9 소세이 법사, 10 기노 도모노리, 11 사루마루노 다이후, 12 오노노 고마치



우타가와 구니요시(歌川国芳, 1798-1861) <미나모토 요시쓰네의 무술연마도> 1851, 목판화, 35.0x72.0cm
에도시대 말기의 우키요에 화가 우타가와 구니요시는 무사 그림과 영웅의 용맹한 모습을 많이 그려 인기를 끌었다. 헤이안 시대 유명 무사의 무술을 배운 이야기를 그림으로 구성한 것으로, 에도 막부가 가부키 배우와 유녀 판화를 금지하고 도덕적인 이야기를 권장한 데에 따른 것이다. 


동아시아의 회화 교류를 주제로 한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에도시대 나가사키에서 이뤄진 교역을 통해 들어 온 청의 회화와 조선 통신사의 흔적, 20세기 초반 한국에 왔던 일본 화가들의 작품 등으로 세 나라의 교류의 단편을 보여주고 있다.


이마무라 운레이(今村雲嶺) <노순영발> 1915년, 종이에 먹, 142.7x44.1cm
한국 근대 서화가 안종원의 어머니의 60수 생신을 축하하며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일본 화가인 이마무라 운레이가 죽순을 그린 것으로, 같은 크기로 고희동, 안중식의 영지와 괴석도도 함께 있다. 상단의 제발은 안중식이 썼다. 


도록에 논고를 실은 나미키 세이시(並木誠士) 교토공예섬유대학 교수는 호림박물관의 컬렉션 중에서 다나카 도쓰겐(田中訥言, 1767-1823) 등 복고(復古) 야마토에(大和絵) 파의 작품들이 특히 흥미를 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에도시대 후기에 고전 야마토에 화파의 부흥을 꿈꾼 이들이다. 헤이안, 가마쿠라시대 에마키의 모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역사적인 고사를 제재로 한 작품을 남기고 있는데, 이 움직임은 나고야 지역에 제한되어 있었고, 호림의 컬렉션 형성에 나고야라는 지역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보기도 했다.


다나카 도쓰겐 <닌토쿠 덴노도仁德天皇図> 19세기 초, 비단에 수묵채색, 101.1x32.0cm
일본의 16대 천황인 닌토쿠덴노(재위 313-399)에 관한 고사를 그린 것으로, 그가 백성이 사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마을에서 밥 짓는 연기가 잘 나는지 보면서 백성들의 안위를 판단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누각의 세밀한 묘사, 진한 채색, 배경의 갈색 등에서 야마토에의 특징이 드러난다. 


일본에서는 공개가 된 적이 없는 일본 그림이 다수 출현했으니 일본인들에게는 오히려 흥미로운 전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본 전통 회화의 흐름을 이해할 만한 시기별 대표작을 대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던 한국의 일반 관객들에게 이번 전시는 아무래도 불분명하고 부분적인 인상만을 가지고 돌아가게 될 우려는 있다. ‘일본 회화의 거장들’ 보다는 약간 소극적인 전시 타이틀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한국 내의 일본화 컬렉션으로 알려진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왕가미술관에서 이관된 근대 일본화 93점, 에도시대 일본화 판화 포함 83점, 일본화 약 67점, 총 240여 점이 있고,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일본화 34점 정도이다. 불행했던 두 나라의 과거 관계를 생각해 볼 때 일본화 컬렉션이 있다고 하더라도 양지로 모습을 드러내는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 전시에 앞서 감정 문제 등 많은 난관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일본 회화의 흐름을 담는 데에 부족함이 있는가 없는가를 따지기에 앞서 일본 전통 회화를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분위기에서 용기 있는 시도가 이뤄진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이를 계기로 동아시아 주변 나라의 미술이 과거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를 개관하면서 우리 미술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희망한다.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18.07.1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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