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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홍준의 순백자에 대한 사랑 고백 <순백자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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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조선에서 시작된 순백자와 20세기 현대 한국 순백자의 미감 계승과 공존

전시명 : 순백자의 어제와 오늘-한 미술사가의 백자사랑 이야기
장 소 : 서울 리홀아트갤러리
기 간 : 2018.1.10~1.31

글/ 김진녕

서울 성북동 리홀아트갤러리에서 <순백자의 어제와 오늘>(~1월31일)이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어제와 오늘’인 만큼 전시장은 16~19세기 조선백자가 반, 20세기 현대 백자가 반을 차지한다.


전시장 들머리엔 현대 도예가 김익영의 백자 푼주(높이 34cm)와 운원 스님이 쓴 <꿈 속에 금강산을 가다>란 글씨가 걸려있다. 이 전시를 만들어낸 미술사가 유홍준의 판단은 조선 순백자의 미감이 20세기 한국 현대 순백자에도 두루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임을 보여주는 공간 연출이다.

전통 백자 제기에서 가져온 모티브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이름을 얻은 김익영 작가는 어느덧 팔순이 넘었다. 그는 이번 전시회 오프닝에서 이 대형 푼주를 보고 감격에 겨워했다고 한다. 물리적으로 이만한 크기의 작품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넘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16세기의 전접시와 18세기의 달항아리와 20세기 김익영의 백자푼주 등 이번 전시에 나온 100여 점의 백자는 전시가 끝나면 충남 부여문화원에 기증된다. 이 작품의 소장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6년 9월에도 부여와 관련된 옛 사람들의 그림과 글씨 280여 점을 기증했었다. 그때 유 교수는 추가 기증을 약속했었고 이번에 16세기 조선 백자부터 20세기 현대도예가의 백자까지 100여 점을 추가로 기증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부여행을 앞두고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선보이는 일종의 프리뷰인 셈이다.

유 교수는 이번 전시의 도록 <순백자의 어제와 오늘>에서 그의 백자 사랑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전시품을 소장하게 된 과정은 어땠는지를 세세하게 적었다. 지난 1월15일 안희정 충남지사가 전시장을 방문해 기증식을 갖는 현장에서 유 교수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 등장한 여러 작품을 엮어주는 매개체 중 하나는 백자철화 끈무늬 병(보물 1060호)이라고 할 수 있다.


백자 철화끈무늬 병(보물 1060호)


백자에 철화로 끈무늬를 그려넣은 이 멋진 백자병은 한국 현대 도자 컬렉터의 이야기와 미술사가 유홍준의 출발, 한국 현대 도예작가의 도전과 변주 등 시간과 사람, 지역을 종으로 횡으로 엮어서 순백자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준다.
이 끈무늬 병은 도자 컬렉터로 이름이 높았던 한국플라스틱의 서재식 회장이 2000년 11월 별세하기 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지금은 온국민이 다 볼 수 있게 된 명품이다.
생전에 서 회장은 이 작품을 특별히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서 회장의 백자 컬렉션은 유 교수가 1979년 기자라는 직업의 사회 초년병으로 계간미술에서 발행한 <한국의 미-백자편> 편집작업을 진행할 때 그의 소장품 15세기 백자 편병(현재 리움 소장품)을 표지 사진으로 올릴 정도였다고 한다.
끈무늬 병을 유 교수가 처음 본 것도 그때였다. 그때의 인연으로 서 회장이 유언으로 그에게 남겼던 작은 백자 소병(높이 13cm, 16세기)도 이번 전시에 나왔고 모두 부여에 기증된다.

훗날 유 교수는 현대 백자로 이름을 널리 알린 한익환 작가에게 끈무늬 병의 재현을 권했다. 전시장에는 그때 한 작가가 재현했던 끈무늬 병이 나왔다. 하지만 이건 끈부분의 철채가 녹아내린 파본이다. 한 작가가 파본이지만 기념으로 갔고 있으라고 전해준 작품이다. 


박영숙 백자 합


박영숙 작가의 백자 합(높이 24,5cm)은 한국 현대사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뚜껑이 달린 이 합은 애초 두 쌍이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서거하자 유 교수는 장례 진행을 맡아 유골함을 골라야했다. 마침 박영숙요에서 맞춤한 작품을 보았고 박영숙 작가는 이 백자 합의 쓰임을 듣더니 흔쾌히 기증했다. 그리고 남은 한 작품이 운명도 유 교수에게 맡겼고 이번에 공개돼 부여문화원으로 가는 기증품에 포함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인 <아주 작은 비석 묘역> 조성 작업 진행 과정은 책으로도 나왔고 여러 기록이 남아있는 현대문화유산인 셈이다. 유 교수는 “천 년 뒤 쯤 묘지석 밑에 묻혀있는 유골함을 보고 후손들이 21세기 한국의 대표 문화를 알 수 있는 그런 기준으로 골랐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유 교수가 꼽는 이번 전시의 주요 축은 18세기에 만들어진 높이 36cm의 달항아리 한 점이다. 40cm가 안된다는 아쉬움은 풍만한 어깨선과 연분홍 반점이 상쇄시켜주는 작품이다. 연분홍 반점은 가마 안에서 구울 때 도자 흙에 들어있던 철 성분이 산화하면서 생긴 불의 장난인데 이게 보는 사람에 따라 애기 궁둥이로 보이기도 하고 단풍잎 또는 연분홍 뺨같아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최근 옥션을 통해 손에 넣은 유 교수는 “운이 좋아 예상보다 싼값에 구했다”고 전했다. ‘1억 원이 안돼 예상보다 싼 것’이지 절대적인 금액이 작은 것은 아니다. 그는 “인세로 받은 돈이 이렇게 녹는다”며 웃었다. 이 작품 역시 부여에 기증됐다.

30cm급 항아리 중 18세기 지방가마에서 나온 것도 사연이 있다. 높이 33cm의 이 기름한 항아리는 서재식 회장과 관련된 작품이다.
서 회장과 인사동을 지나다가 고미술상 진열장에 ‘고구마 항아리’라고 불리는 길쭉한 항아리가 눈에 띠자 서 회장이 “저 항아리 자네가 사게, 자네가 안 사면 내가 살 거네”라고 했다는 것. 서 회장의 권유 덕에 이 작품을 품게 된 유 교수는 지방 가마의 소탈한 멋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현대 도예작가들의 달항아리와 3공 시절 유명 도자 컬렉터이기도 했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창업한 도평요에서 만들어낸 백자 매병, 지금은 전혀 다른 맥락의 대형 오브제 작업으로 사랑받고 있는 신상호 작가의 80년대 이전 작품인 소담스런 백자 가지병 등이 20세기 한국 현대 도예사를 증언하고 있다.


도평요 매병


신상호 가지병


그러니까 이 전시는 16세기의 조선 백자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20세기 조선 순백자를 사랑한 컬렉터와 이를 현대적으로 번안하고 재현하는 현대 도예작가의 이야기가 종횡무진으로 엮여있는 셈이다.

유 교수는 자신의 순백자 사랑을 이렇게 적었다.


“나는 백자 중에서 순백자를 좋아했다. 순백자를 보고 있으면 위창 오세창 선생이 전서로 쓴 바 있는 명나라 개국공신 유기의 명구가 절로 떠오른다.”
安中思我 靜坐觀心
편안한 가운데 나를 생각하고, 조용히 앉아 마음을 읽는다.
글/ 김진녕 관리자
업데이트 2018.04.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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