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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묵을 갈 적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뜨거운 연계를 <신영복 선생 1주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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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만남: 2017 신영복 선생 1주기’
장 소 : 동산방화랑
기 간 : 2017.1.10~2017.1.19

지난 1월 19일, 2016년 1월 15일 별세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1주기 추모전시회가 마무리되었다. 추모전시 ‘만남: 2017 신영복 선생 1주기’ 전은 고인이 마지막으로 쓴 ‘더불어숲’ 작품을 비롯한 유작 서화 14점과 서화를 통해 고인과 ‘만남’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 16점 등 총 30점이 전시됐다. 


고인이 서울시에 기증한 ‘서울’,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의 임순례 감독에게 선물한 ‘더불어숨’, 노촌 이구영 선생에게 선물한 옥중에서 쓴 ‘춘향전 병풍’ 등 사람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던 고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귀중한 작품들, 이철수 화백이 고인의 글씨를 넣어 새로이 창작한 콜라보 작품 2점 등이 작은 공간 안에 조용히 손님을 맞았다. 

어린 시절 한학에 조예가 깊은 조부와 부친으로부터 한문과 서예를 배웠다는 것은 그의 글씨의 시작이 되었을 뿐, 글씨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감옥에서 보낸 20년의 세월이었을 것이다. 감옥 안에서 깨달은 세상 이치와 감성을 편지를 묶은 책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이래,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씨에서 메시지를 보고 의미를 되새겼다. 세상이 어지러워질수록 존경할 만한 사람이 눈에 띄지 않을수록 선생의 부재가 아쉽다고들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더불어숲, 2015년, 155x85cm
2015년 12월22일에 쓴 마지막 작품. 대개는 날짜를 쓰지 않았는데 애써 날짜를 확인하고 쓰셨다고 한다. 



신동엽 시 <금강> 서장, 1994년, 70x160cm
1994년 동학농민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동학 혁명을 노래한 신동엽 시인의 장편서사시 '금강'의 서장을 쓴 작품. 1996년 성공회대 정보과학관 준공을 기념 학교에 기증되었다.


신영복 선생은 수많은 사람들의 글씨 부탁을 들어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세월 남긴 글씨들이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을 것이고, 각각 다른 추억을 가지고 그 곳에서 귀한 뜻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동산방에서 만난 추모전에서 만난 작품들 옆에는 각각 그 작품을 받은 사람이 떠올린 신영복 선생에 대한 회고와 작품을 받게 된 앞뒤 사정이 쓰여 있다. 


서울, 1994년, 68x129cm
1994년 서울 정도 600주년 기념 서예전을 기획하였던 당시 예술의전당 이동국 차장의 간곡한 요청으로 씌어진 작품. 서울을 주제로 북악과 한강을 형상화하였다. 현재까지 시장실에 걸려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시민단체, 후배와 제자들에게 써준 글귀, 역사적인 사건을 기린 시, 음식점에서 맺은 인연 하나도 허투루하지 않고 소중하게 품은 사정과 함께 글씨를 들여다보면, 그의 인품이나 사상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울컥하는 무언가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뉴스타파 제호, 2012년, 30x35cm
참언론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독립언론의 부탁에 며칠 후 세 가지 필체로 쓴 글씨를 봉투에 담아 전해주셨다고.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2015년, 72x31cm


여러 글씨들 중에 마지막 저서인 <담론>에서 언급했던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가 눈에 띄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그리워하고 반가워하며 살 수 있다면, 싸우고 부딪히고 고통스러운 삶 가운데서도 힘을 얻고 함께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잠언의 무게가 한없이 가벼운 요즘에도 조용히 붙잡아 두고 싶은 글귀다. 

오래 전 처음 <감옥으로부터의 편지>를 읽었을 때 받았던 조용한 충격이 되살아난다. 사회와 격리되어 오히려 사회 안을 꿰뚫어보고 희망을 얘기했던 그분의 가르침이 길게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한 폭의 글은 획, 자, 행, 연 들이 대소, 강약, 태세, 지속, 농담 등의 여러 가지 형태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양보하며 실수와 결함을 감싸주며 간신히 이룩한 성취입니다. 그중 한 자, 한 획이라도 그 생김생김이 그렇지 않았더라면 와르르 얼개가 전부 무너질 뻔한, 심지어 낙관까지도 전체 속에 융화되어 균형에 한 몫 참여하고 있을 정도의, 그 피가 통할 듯 농밀한 ‘상호연계’와 ‘통일’ 속에는 이윽고 묵과 여백, 흑과 백이 이루는 대립과 조화, 그 ‘대립과 조화’ 그것의 통일이 창출해내는 드높은 ‘질’이 가능할 것입니다.... 획과 획 간에, 자와 자 간에 붓을 세우듯이, 저는 묵을 갈 적마다 人과 人 間의 그 뜨거운 ‘연계’ 위에 서고자 합니다....” (1977.4.15. 옥중에서 아버님께)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17.07.23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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