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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우가 사랑하고 아낀 조선 공예의 아름다움 - <조선공예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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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조선공예의 아름다움
기 간 : 2016.12.15(화)~2017.2.5(일)
장 소 : 평창동가나아트센터

글/ 김진녕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혜곡 최순우 선생 탄신 100주년을 기념하여 <조선공예의 아름다움>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1916~84) 선생은 20세기 후반 한국인에게 한국인의 전통에 스며들어있는 아름다움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 인물이다. 그는 도자기나 회화, 건축, 불상, 민예품 등의 전래 유물이 담고 있는 한국미의 특질을 구체적으로 끄집어냈다.
최순우 선생의 후학들이 마련한 <조선 공예의 아름다움>전에는 조선 양반 계층의 사랑방 용품이나 규방 용품, 제례용품은 물론 서민 계층에서 썼을법한 주전자나 술병, 옹기, 등잔, 촛대 같은 생활 공예품 656점이 전시됐다.
 


둔테

그 많은 조선의 공예품 중에 지금도 만들어지고 팔려서 생활 속에서 쓰이고 있는 것은 많지않다.
그 중의 하나가 자라물병이다.
자라물병은 한반도에 자생하는 거북이과의 민물 자라를 닮은 낮고 넓적한 몸체와 가장자리에 위로 솟은 주둥이가 달린 병으로 여행을 하거나 들에 나갈 때 물이나 술을 담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시에는 19세기에 만들어진 석간주 자라물병과 오지 자라물병이 출품돼 있다.
오지 자라물병이 있는 전시공간엔 자라모양을 본 딴 빗장둔테도 전시돼 있다. 둔테는 옛 나무 대문의 빗장을 가리키는 ‘문장부’를 낄 수 있는, 이를테면 암톨쩌귀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 살던 이들은 유독 자라형 기물을 사랑했던 듯하다.
 


오지자라병



분청자라병


한국 땅에서 자라물병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와질 자라물병(신수 5291)은 신라시대의 유물로 분류되고 있다.
‘와질’이라는 이름을 단 토기는 손톱으로 긁으면 긁힐 정도라, 그 단단함이 기와와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학계에선 와질토기가 주로 영남지방의 무덤에서 많이 출토되는데 대체로 기원전 1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까지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도기가 발달하면서 조선 초기에는 분청사기로 중기에는 백자로, 중후기에는 석간주와 옹기로 재질을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자라물병이 만들어졌다.
이중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분청사기 박지 모란 무늬 자라병은 국보 제260호로 지정될 정도로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모란무늬 자라병은 최순우 선생이 특별히 사랑했던 유물이기도 하다.
 


석간주 자라병

<조선 공예의 아름다움>전에 등장한 석간주 자라병은 네 개의 고리가 달려있고, 오지 자라병은 두 개의 고리가 달려있어 이 물건이 실제로 휴대용 물병으로 사용됐음을 짐작케한다,
오늘날에도 많은 도예가가 흑유 진사 옹기 등 다양한 재료의 자라병을 만들고 있지만 휴대를 위한 고리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대인의 일상에서 자라병이 ‘이동 가능한 휴대용 액체 운반체’라는 기능성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라병은 오늘날에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사랑받고 있다. 새 모양(爵)이나 뱀 모양(匜)을 닮은 제사용 그릇이 조선시대를 끝으로 이름만 남기고 사라진 것에 비하면 동물 모양을 닮은 그릇 중에서는 가장 끈질긴 생명력이다.
자라가 장수의 대명사인 거북이과라서 자라병도 생명력이 긴 것일까?
 


이현배의 자라병


옹기 자라병을 꾸준히 만들고 있는 옹기장이 이현배는 한반도에서 최소 2000년 넘게 사랑받는 자라병의 인기 요인에 대해 “플라스틱 같은 현대의 소재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이동성을 만족시켜줄만한 기물이 드물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런 상황에서 자라병이 이동에 편리하게 목이 솟고 입이 좁을뿐더러 굽는 과정에서 바닥이 볼록하게 솟아 안으로 휘면서 인체친화적인 곡선을 이루었기에 사랑받았을 것이란 추론이다.
게다가 자라병의 구조가 대칭형이란 점도 생산 수율(?)을 끌어올려 제작자 입장에서도 도움이라고 한다. 이현배는 “기물이 대칭성을 이룰수록 안정적이기도 하고 물레에서 작업하려면 대칭성이 있어야 하고 물레를 통해서 작업을 할 수 있어야 생산성이 높다. 일상적인 물건을 만들기에는 물레를 통한 생산이 효율적이고, 자라병도 일상의 물건이었다”고 밝혔다. 새나 과일을 본 딴 작은 연적은 간간히 만들어졌지만 그런 비대칭의 기물이 일상의 그릇으로 자리잡기에는 만드는 과정, 말리는 과정, 굽는 과정에서 불량률이 높아 생산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가 만든 현대의 자라병은 고리가 없다. 최근작 자라병은 주둥이마저 생략하고 있다.

“고리를 달거나 주둥이를 다는 것은 기능성을 위한 배려였다. 이 부분이 불량률을 높이는 디테일이기도 하고 현대에선 이 디테일이 담고 있는 기능성이 사라졌다. 자라병이 예전처럼 액체를 담아서 따르는 기능으로 쓰이지 않는다. 작은 자라병을 다도에서 다화(茶花) 용기로 쓰는 이도 있다. 큰 자라병 역시 꽃병으로 활용되는 것 같다. 나도 자라병의 새로운 기능성이나 쓰임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현대인의 밥상에, 일상에 무시로 끼어들 수 있는 기능성이 뭘까 고민 중이다.”

쓰이지 않는 것은 사라진다.
21세기 말에도 한반도에서 자라병이 일상의 물건으로 평가받을지 궁금해진다. 



글/ 김진녕 관리자
업데이트 2017.05.30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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