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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화장용기 전 - 작지만 특별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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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한국의 화장용기 전 -아름다움을 담는 그릇전 기 간 : 2010년 11월 22일- 2011년 3월 31 장 소 :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특별전시실

      전시명 : 한국의 화장용기 전 
                  -아름다움을 담는 그릇전
      기 간 : 2010년 11월 22일- 2011년 3월 31
      장 소 :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특별전시실

돌부처라도 된 듯 아내는 거울 앞에 앉아 온갖 정성을 다해 꾸미고 또 꾸미고 다듬고 또 다듬고를 계속한다. 일찌감치 준비를 마친 남편은 하릴없이 엉거주춤해진다. 담배도 한 모금 피워보고 공연히 이것저것 들춰보기도 하는데 시간을 더디기만 하다. ‘아직 멀었냐’는 재촉과 함께 입안에서는 ‘그 얼굴에 발라 보아야’라는 말이 뱅글뱅글 돈다. 하지만 이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입술을 넘어서는 순간 곧 재앙의 씨앗이 된다. 싸늘한 시선에 무언의 신경전의 연속되면서 그날 오후의 결혼식이고 찻집이고 모두가 엉망이 될 것은 필지이다.

하지만 이런 중년 남편도 그 아내와 함께 풋풋한 신혼의 한 때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달콤하고 향긋하기도 한 새 각시의 화장품 세간이 나란히 늘어선 화장대 앞에서 공연히 흐믓한 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크고 작은 병이야 폴폴 향내 나는 분첩에 크림통 등등.

분명 더 예전에도 그랬을 것이다. 조선시대는 물론, 고려시대와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삼국시대에도 젊은 여인네들은 구리 거울(銅鏡) 앞에 앉아 담긴 홍화씨 가루를 살구씨 기름에 개서 곱게 곱게 단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홍화씨 가루야 살구씨 기름을 담았던 작은 그릇들이 바로 요즘 말하는 분곽이며 크림통인 그 옛날의 화장 용구들이었다.

도기 줄무늬유병ㅣ 높이 3.3cm 도기 줄무늬유병ㅣ 높이 4.85cm
그렇게 보면 화장 용구의 역사는 매우 깊다. 하지만 도자기로 만든 화장 용구는 그다지 많이 전하지 않는다. 도자기제 화장용구는 만들 때부터 사치품이었고 고급품이었으며 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만 수집하는 일은 비록 스케일 면에서 내세울 게 없다고는 해지만 귀하고 적은 것을 모았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도자기로 된 화장 용기는 용도에 따라 대개 서너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작은 항아리가 있다. 이것은 분(粉) 항아리인데 보통 곡식이나 음식을 담아두는 일반적인 항아리와 겉 모양은 꼭 같다. 하지만 크기는 완전히 미니 사이즈로 대개 3cm 전후여서 보기에 앙증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이다. 여기에 분이나 연지를 담아서 썼다.

청자 철백화 화문 유병 ㅣ 높이 3.9cm 백자 팔각 소호 ㅣ 높이 4.1cm


조선 시대에 여인들이 바르던 분에 대해 이 박물관이 조사한 바를 따르면 옛 여인들은 얼굴색에 맞는 분을 만들기 위해 쌀, 기장, 조 혹은 분꽃 씨를 갈아 가루로 만들고 여기에 소량의 활석(滑石)가루, 칡가루, 황토 등을 섞어 썼다고 한다. 그리고 이 분가루를 얼굴에 바를 때 잘 발라지라고 기름에 섞었는데 이 기름을 넣어두는 병이 바로 기름병, 유병(油甁)이다.

유병은 통일신라시대의 토기에서 고려청자, 조선백자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화장 기름병은 서양으로 말하면 향수병과 같아서 각 시대마다 최고급 대접을 받았다. 이것은 유병의 문양이나 장식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작은 사이즈에 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빽빽하게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들도 있다. 이는 절제와 검약을 모토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청색 안료로 그린 유병 문양에 한껏 멋을 낸 것이 한둘이 아니다.


청자유병ㅣ 높이 7.5cm    청자상감 국화문 소병ㅣ높이 7.9cm 분청 인화국화문 유병 l 높이 8.9cm

이 병에 든 화장 기름을 분이나 연지에 섞어 사용했다고 했는데 이 역시 조사에 따르면 살구씨나 복숭아씨, 홍화씨 기름이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살구씨 기름은 기미와 주근깨를 제거하고 피부를 깨끗하게 해주었으며 홍화씨 기름은 필수 지방산과 비타민E가 풍부해 보습 효과가 있으며 피부를 윤기 있게 해준다고 한다.

청화백자 초화문 육각분수기ㅣ 지름 4.1cm    청화백자 국화문 육각분수기ㅣ 지름 4.1cm

그리고 분수기(粉水器)가 있다. 이것은 언뜻 보아 아이들용 연적(硯滴)처럼 작고 귀여운데 실은 분을 개거나 할 때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용도로 만든 것이다. 이 분수기는 조선시대 후기에 주로 집중적으로 보이는데 아리따운 여성들이 사용하는 것인만큼 청화로 곱게풀줄기나 풀이파리를 그려 넣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형태도 육각형이 압도적으로 많다.

청화백자 당초문 분합
l 높이 3.7cm
청화백자 육각분합
l 높이 2.5cm
상감청자 국화문 모자합 ㅣ 모합지름 11.4cm

마지막로 합과 화장 접시가 있다. 합은 요즘으로 말하면 화장품 세트의 한데 넣은 케이스에 해당한다. 뚜껑을 열어보면 대개 세 개 내지는 네 개의 작은 화장합이 들어있는 것이 보통인데 특히 이 화장합은 고려시대 청자에 많이 보인다. 왜 조선시대 도자기에는 이런 화장합이 잘 보이지 않는가. 이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에서는 아무런 연구 성과가 없다. 마음대로 추측을 해보자면, 귀족 사회였던 고려 시대에는 존귀한 사람들이 쓰는 물건은 내용 뿐만 아니라 형식면에서도 특별한 무엇을 갖추어야 한다는 어떤 컨센서스가 있었던 것같다.

청화백자 사각분접시
ㅣ가로 세로 5 x 5
 
청화백자 육각분접시
ㅣ지름 4.7cm
 
청자 원형접시ㅣ지름 9.5cm

화장 접시는 분항아리에 담긴 분가루를 기름이나 물에 갤 때 쓰는 작은 그릇을 말한다. 분도 기름도 손바닥에 약간 덜어놓고 개거나 섞어 써도 상관없다. 하지만 문화는 모름지기 불편하더라도 제대로 된 격식을 갖추는데서 생겨나는 것 아닌가. 이 작은 화장 접시야말로 조선시대 화장문화의 한 봉우리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가로세로 3~4cm의 이 소꿉장 같은 화장 접시는 시장에서 찾으려 해도 좀처럼 찾기 힘든 물건이라고 한다.

한국의 도자문화는 폭이 넓고 깊다. 그런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다. 여인네들의 아름다움을 지켜온 도자기 화장용기 역시 그중 한 분야이다. 작고 앙증맞으면서도 한편으로 섬세하고 정교한 모습의 화장 용기들은 새로 찾아낸 한국 도자문화의 아름다움이 아닐 수 없다.

글/사진 스마트K
업데이트 2018.02.2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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