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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회화사 10] 유재건의 《이향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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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산외사》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10권 3책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규장각에서 일하던 학자인 유재건(劉在建, 1793년(정조17)~1880년(고종17))이라는 사람이 펴낸 것입니다. 유재건의 호는 겸산(兼山)으로 어릴 때부터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으며, 시와 글에 두루 능했고 특히 서예를 잘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규장각에 근무했으며 『열성어제(列聖御製)』를 편찬하는 데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왕이 내리는 상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이향견문록의 서문은 호산외사의 저자인 조희룡이 썼는데, 저자가 ‘금강산의 절경을 탐승하고, 그처럼 절경이 심산유곡에 파묻혀 있듯이 이항(里巷)에 묻혀 있는 유능한 인사들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많은 책을 참고해 284항에 걸쳐 조선 초기 이래의 하층계급 출신으로 각 방면에 뛰어난 인물의 행적을 기록하였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인용한 서책은 52종이고, 수록 인물은 308명으로, 출신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을 모두 찾고, 기록이 없어도 자신이 들은 바를 정리한 것으로 대개 긍정적인 표현인 것이 눈에 띕니다. 

첫째권은 학행, 둘째권은 충효, 그 다음으로 지모, 열녀, 문학, 서화, 잡예(雜藝 : 의학·바둑·음악·주술), 승려·도류(道流)의 순으로 분류해 인물의 행적을 적고 있습니다. 이중 8권이 서화가들입니다. 한호, 안견, 이상좌, 김명국, 김홍도, 최북, 임희지, 이재관, 이인문, 전기, 김시, 김정호 등 33명의 인물이 포함되어 있고, 이중 유재건이 직접 기술한 인물은 16명에 이릅니다.  

이 중 어해도와 책가도로 유명한 장한종(張漢宗,1768(영조44)∼1815(순조15))에 대한 서술을 살펴보겠습니다. 


화사 장한종의 자(字)는 광수(廣叟)니, 어해(魚蟹)를 잘 그렸다. 소년시절에 숭어, 잉어, 게, 자라 등속을 사다가 자세히 그 비늘과 껍질을 살펴보고 모사하였다. 매번 그림이 이루어졌을 때에는 사람들이 그 핍진함(逼眞하다-진실에 이르다)은 감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의 아들 준량도 그림 솜씨가 또한 뛰어났는데 가장 어해의 그림을 잘 그렸다. 대개 가정에서 배워 얻은 것이다.


장한종 <어해도>


조선 중기의 선비화가였던 김시(金禔, 1524(중종19)∼1593(선조26))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들어 있습니다.

김시는 조선의 명 화가이다. 일찍이 금강산에 유람하여 마음껏 외금강, 내금강을 보고나니 화의가 가슴에 넘치는데 종이가 없어서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귀로에 여관에서 견대 속에 많은 좋은 종이를 갖고 있는 한 선비를 만났다. 김시가

“내가 그림을 약간 그릴 줄 압니다. 이제 내외금강을 보고 그것을 그리고 싶은데 종이가 없군요. 만약 두어 폭의 종이를 빌려준다면 앉은 자리에서 곧 붓을 휘둘러서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하니 선비가 말하기를

“이제 막 이옥산(이우)을 가 뵈옵고 그의 글씨를 받고자 하여 종이를 갖고 온 것이니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라고 하였다. 옥산 이우는 율곡 이이의 아우로 그곳에 살면서 글씨를 잘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시는 실망하여 그냥 가게 되었다. 선비가 옥산을 만나서 그 일을 이야기하기를,

“선생의 글씨를 받기 위하여 좋은 종이를 많이 갖고 왔는데 길에서 유람객을 만났더니 그림을 잘 그린다고 자칭하면서 종이를 청하였습니다. 가소로운 일입니다.”

하니 옥산이 애석해하여 한탄함을 마지못하면서 말하기를

“김시가 유람 왔다는 말을 들었는데, 상상컨대 그림 구상이 가슴에 가득하여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김시는 절세의 명 화가이다. 명 화가가 산을 보고 그리고자 하여 탄식하는 때에 만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대는 이 좋은 기회를 만나서 헛되게 지내버렸으니 애석하다.”

라고 하였다. 선비가 비로소 크게 한탄하였다고 한다. 


김시 <동자견려도>

SmartK 관리자
업데이트 2017.08.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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