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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섭 - 절망 <어둠에 갇힌 파랑새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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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열(미술평론가)


이중섭 <우리 안에 든 파랑새> 26x35.5cm 종이 1955


철망이 화폭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배치하고 우리 바깥에 검정 새 세 마리와 복숭아꽃, 안쪽엔 웅크린 채 큰 눈을 뜨고 응시하는 파랑새를 그렸다. 철망우리가 마치 철창 감옥과도 같은데 주위의 새들도 형태가 뚜렷하지 않다. 흐릿한 게 녹아서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복숭아꽃 나뭇가지도 꺾어서 버려진 상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그 활력에 넘치던 붓질의 기운도 사라지고 검정과 흰색을 이리저리 무질서하게 섞어 칠해 지저분한 느낌이라는 데 있다.

이 <우리 안에 든 파랑새>라는 작품은 절망스러운 처지의 심리 상태를 상징하는 것이 틀림없는데, 그렇다면 대구 시절의 어느 무렵에 제작한 작품일까. 대구 시절이라고 해도 1955년 2월 24일부터 7월 어느 날 성가병원 입원 시점까지 5개월 가량이다. 사실 너무도 막연해서 어느 무렵이라고 특정하기 어렵지만, 첫째 파랑새는 겨울에는 열대지방으로 갔다가 5월 무렵 날아드는 여름 철새다. 둘째, 복숭아꽃은 잎보다 꽃이 먼저 4월 말 무렵에 피는 봄꽃이다. 복숭아꽃은 희망의 꽃말을 지닌 축귀(逐鬼)의 선목(仙木)이고, 다시 말해 모든 게 잘될 거라는 길조(吉兆)의 새다. 그런데 이중섭의 파랑새는 철창 안에 갇혀 있고 복숭아꽃은 가지채 꺾여버렸다. 희망의 봉쇄, 꿈의 감옥인 것이다. 오래전부터 널리 불리던 민요 「파랑새」는 가슴 저린데 이 민요에서 파랑새는 녹두 도둑으로 등장한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길조나 도둑 어느 쪽을 상징하건 저 파랑새를 가둔 까닭은 편지의 두절, 희망의 봉쇄와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4월 개인전을 경과하면서 겪고 있는 심리 상태를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 도상이 품고 있는상징의 말은 한마디로 ‘절망’이다. 개인전을 열고 있던 무렵 어느 날, 문득 닥쳐온 불길함에 휩싸여 희망이 사라지는 모습을 그린 상상화다. 절망의 상상화는 또 있다.


이중섭 <창살 안에 게를 든 동자상> 30.2x23.6cm 종이 1955


  굵은 창살로 만든 우리 안에 갇혀 구원을 요청하는 아이를 소재로 한 <창살 안에 게를 든 동자상>은 상황도 상황이지만 몸과 얼굴의 어긋난 조합으로 미루어 매우 심각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으며, 초록빛 게의 색채도 심상치 않다. 서 있는 아이의 얼굴이 거꾸로 뒤집혀 있다. 턱과 입이 위, 눈이 아내에 배치되어 있어서 고개를 한껏 치켜든 채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런 자세가 나오려면 몸뚱이가 뒷모습을 하고서 등판과 엉덩이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몸뚱이가 가슴과 배꼽, 성기까지 보이는 정면상이다. 그러고 보니 머리통이 뒤집혀 있는 기형아다.

  굵고 튼튼한 격자무늬 창살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뒤틀린 아이의 모습마저 기형으로 일그러진 것이다. 자유를 잃어버린 채 억압당한 몸뚱이가 자연스럽다면 오히려 그게 기형이다. 이중섭은 뒤틀린 아이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무엇인가를 상징한 것이다. 그런데 1972년 현대화랑 이중섭 작품전 때 <파란 게와 아동>의 제목으로 소개하면서 작품 해설에서 “천국의 어린이처럼 순진무구한 단신상”이라고 한 바 있다. 창살에 감금당한 상황과 몸과 머리의 기형을 발견하지 못한 탓이었다. 


이중섭 <밤의 물고기와 아이들> 37x25cm 종이 유채 1955


<밤의 물고기와 아이들>은 지금껏 이중섭이 그려본 적 없는 어둠의 세계 그대로다. 달밤이야 자주 그렸지만 이처럼 어둠을 어둠 그 자체로 드러낸 적은 없었다. 상단에 뜬 달 위를 가린 먹구름의 검정이 화폭을 뒤덮고 있어서 매우 칙칙하고 더럽다. 아이들의 표정도 어둠 속에 묻혀 잘 드러나지 않는다. 1990년 부산 진화랑의 ‘근대유화 3인의 개성전’에 출품된 이 작품은 어둠과 우울의 무게를 짜임새 있는 구도와 거침없는 붓질을 통해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인 동시에 이중섭의 어두운 세계를 드러낸 작품 가운데 대표적이다.

최열 관리자
업데이트 2017.09.2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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