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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섭 - 두 점의 양면화 <가족과 비둘기/회색소> <물고기와 아이/달과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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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면에 그린 양면화(兩面畵)의 하나인 <가족과 비둘기>는 넓은 붓으로 선의 줄기를 흩뜨리는 기법을 구사한 작품이다. 선묘화풍이 아니라 색채화풍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데 표현 계열을 예고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처음 공개될 때인 1972년 현대화랑 『이중섭 작품집』에 유석진 소장품으로, 제작 연대는 통영 시절이라고 명기되었다. 


이중섭 <가족과 비둘기>29x40.3cm 종이 1954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뒷면에 <회색 소>가 있으며 이 양면화를 처음 공개할 때 앞과 뒤의 두 작품 모두에 대해 별다른 설명 없이 통영 시절에 제작하였다고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 소재와 주제, 화풍 계열이 모두 달라서 한꺼번에 그린 작품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붓놀림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두 작품의 기운, 기세가 너무 다르다. 통영에서 먼저 <가족과 비둘기>를 그려두었다가 서울에 올라와 성베드루신경정신과병원 유석진 원장의 청에 따라 그 뒷면에 <회색 소>를 그린 것이다.


이중섭 <회색소> 29x40.3cm 종이 1955


그래서인지 화폭 맨 밑 중간에 이중섭의 필치로 보기에는 너무도 어설픈 글씨로 ‘李仲燮’이라는 한자 서명이 보이는데 유석진 원장이 아니더라도 그 누군가 써 넣었고, 1972년 현대화랑 전람회 때 그대로 공개되었다. 물론 <회색 소>에는 서명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요소도 두 작품이 서로 다른 시기의 작품임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또 한 점의 양면화가 있다. <통영의 물고기와 아이>는 표현 계열을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이고, 반대쪽엔 <통영 달과 까마귀>가 있다. 이 양면화는 1955년 1월 서울 미도파화랑의 이중섭 작품전에 출품한 작품으로, 현대화랑 『이중섭 작품집』에서 ‘통영을 떠나기 직전의 작품’이라고 규정했다. 앞뒤 그림의 소재, 기법, 기운이 다른 까닭에 이것도 다른 시기의 작품일 수 있다.


이중섭 <통영 물고기와 아이>41.5x29cm 종이 1954
 


이중섭 <통영 달과 까마귀>29x41.5cm 종이 1954

<통영 달과 까마귀>는 미도파 화랑 작품전 발표 이래 오랜 세월 이중섭의 예술 세계를 상징하는 대표 작품으로 평가받아 왔다. 다섯 마리의 까마귀 가운데 네 마리는 어둠을, 한 마리는 달빛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나의 달과 세 개의 전선 그리고 다섯 마리의 까마귀로 구성된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은 몇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한 마리가 네 마리를 향해 날아드는 구성에 주목해보는 것인데, 서로 합쳐서 5라는 숫자를 완성한다는 뜻으로, 55년을 맞이하는 연말연시 세모(歲暮)를 상징하는 장면이라는 해석이다. 또 하나는 칠월칠석의 만남을 간구하는 연오랑세오녀의 전설이다. 이 경우 일본으로 건너간 아내를 향한 간절한 사랑의 마음이 담긴 작품이다. 끝으로 일본의 아내와 아이들, 원산의 어머니 그리고 자신 이렇게 셋으로 나뉜 이산가족의 신세를 세 줄의 전선으로 상징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전선은 서로를 연결하는 믿음의 상징이다.

까마귀는 고대의 국가 상징이기도 했고 칠월칠석의 전설이기도 했지만, 반포조(反哺鳥)라고 해서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는 효성스러운 새를 뜻하기도 했다. 또 울음소리가 사나워 흉조(凶兆)를 알리는 새를 뜻하기도 한다. 이중섭은 화폭에 새들을 즐겨 등장시켰는데 까치, 비둘기나 닭과 더불어 까마귀처럼 보이는 새도 그리곤 했기 때문에 상황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여러 갈래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원고 출처: 최열, 《이중섭평전》, 돌베개, 2014)
최열 관리자
업데이트 2017.11.1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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