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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팡이 없이 등에 자루를 멘 <포대화상>
  • 1214      

한시각韓時覺 <포대화상布袋和尚> 종이에 먹, 118.0x29cm, 간송미술관

짐을 넣는 큰 주머니를 ‘푸대자루’라고들 말하곤 하는데, 이 말은 ‘포대’ 혹은 ‘부대’에서 온 것이다. '대(袋)'가 주머니를 일컫는 말이어서 등에 짊어지고(負) 다닐 정도로 큰 자루는 부대(負袋), 물건을 감싸듯(包) 담는 것은 포대(包袋)라고 부르며 베(布)로 짜서 만든 것은 포대(布袋), 마(麻)로 짜서 만든 것은 마대(麻袋)라고 한다.


도석화의 주제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물로 포대화상이 있는데, 말 그대로 포대자루를 들고 다녔기에 붙은 별명이다. 포대화상(布袋和尚, ?~916?)은 당나라 말, 오대 때의 절강성 봉화현 출신의 실존인물로 승려이다. 자칭 설차(契此)로 칭하며 얻은 음식을 조금 먹고는 나머지는 자루에 넣는 등 온갖 물건을 자루에 저장하고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포대화상이라 불렀다. 

말하는 것이 일정하지 않았고(말이 별로 없고), 거처가 없어 아무 곳에서나 누워 잠들곤 했다. “한 발우에 천 집의 음식을 담고, 외로운 몸이 만리를 돌아다닌다”는 게송을 남겼다고 한다. 항상 긴 막대기에 포대 하나를 걸치고 다니며 동냥을 하고, 어떤 때에는 어려운 중생을 돌봐주기도 했다. 길흉이나 일기(日氣)를 미리 알아볼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따랐고 나중에는 미륵보살의 화신이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이후 중국 민간에서는  ‘칠복신(七福神)’ 중 하나로 받들어진다.

캐릭터의 외형적 특징으로는 배가 불룩 튀어나온 뚱뚱한 몸, 주름이 가득한 얼굴과 긴 눈썹을 가졌다고 하며, 대개 인자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로 그려진다. 중국 그림이나 조각에서 구현한 포대화상은 처진 가슴과 내장지방이 가득할 것 같은 둥근 배를 민망하게 모두 드러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그림에서는 상체가 옷으로 모두 가려졌고 배보다도 풍성한 소매의 윗도리와 후들후들한 바지 차림으로 어정쩡하게 서 있는 모습이다. 지팡이는 없고, 등에 커다란 자루를 메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한시각(1621-?)은 도화서 교수를 지내고 통신사를 따라 일본에도 다녀온 유명 궁중화원으로, 화원 집안 출신이어서 화원 한선국의 아들로 태어났고 동생은 화원 한시진이다. 숙종의 사랑을 받았던 화원 이명욱의 장인이기도 하다. 한시각은 1621년에 태어나 올해로 탄생 400년을 맞았다. 

이 포대화상 그림에서는 선배 화원화가 김명국(1600-?)이 많이 사용했던 감필법의 도석인물화로 필선을 리드미컬하게 굵기를 변화시키며 몇 개의 선만으로 옷자락과 전신을 표현했다. 힘있는 스타일이라기보다 부드럽다. 통신사 경험자인 중요 화원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김명국과 한시각에 대해서는 비슷한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포대화상 그림들, 국립박물관 소장 <사립인물도蓑笠人物圖〉와 함경도 과거 시험장면인 <북새선은도>가 유명하며, 시험관들과 지방관리들이 여행한 기록인 <북관수창록> 도 그의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외에 한시각이 일본에 갔을 때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몇 점의 작품이 일본에 남아 있고, 아사오카 오키사다朝岡興禎가 편찬한 『고화비고古畵備考』에 그가 그린 묵죽도 두 점이 판화로 실려 있다. 

그림 좌측에 한시각의 호인 설탄(雪灘)이라는 관지가 경쾌하게 쓰여져 있다. 상단은 일본의 伯珣이라는 승려가 쓴 화제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세상을 돌아다닌 포대화상의 모습임을 설명하고 지팡이는 어찌 잃어버렸는지 눈썹을 찌푸리고 다리가 넘어질 것 같다는 감상평을 덧붙였다. 

爲憐難度衆 踏遍界三千. 杖子因何忘, 眉顰脚欲顚 
黃檗住山伯珣敬題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2.06.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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