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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곡 소나무 밑에서 바느질하는 스님 - 심사정 <보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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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정 <보납도補納圖> 종이에 수묵담채, 36×27cm, 부산박물관(중요소장품)



‘보납補納’이라는 한자어가 낯선 이들이라도 그림의 승려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옷 해진 데를 꿰매고 있는 그림이다. 補자와 納자 모두 ‘깁다’, ‘꿰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시냇가에 딱 앉기 좋게 휘어져 자란 늙은 소나무 등걸에 한 승려가 앉아서 가사 같아 보이는 옷을 꿰매고 있다. 푸른 솔잎 사이로 바람 솔솔 불고 작은 폭포가 시원한 파열음을 더하는 이곳은 바느질하기에 너무 쾌적해 보인다. 우측으로 솟은 절벽이 아늑하게 이곳을 가려줄 것 같다. 스님이 바느질을 하는 동안 계곡쪽으로 원숭이 한 마리가 실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인지 다리를 쭉 뻗고 눕다시피 하고 있어 고요한 그림에 작은 동세를 주고 있다.

그림 상단에 표암 강세황이 써 넣은 것으로도 알 수 있듯 심사정은 강은의 보납도를 참고로 승려의 바느질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山僧 補納圖 顧氏畵譜中姜隱作 此 玄齋略倣其意方寫比甚奇 豹菴評


『고씨화보』에 기준작으로 실린 명나라 화가 강은(姜隱)의 <보납도>와 비교했을 때, 소나무 등걸에 앉아 바느질 하는 승려, 발로 실을 잡아당기며 놀고 있는 원숭이의 모습 등이 심사정 <보납도>와의 공통점이다. 필치도 확연히 다른데다 두 그림의 방향이 반대이고 인물과 배경의 크기나 분위기가 상이하고, 심사정의 그림은 한창 바느질하는 장면인데 고씨화보 중의 승려는 실을 끊는 마무리 장면이라는 것 등 차이가 꽤 많이 있다. 여러 화풍을 자유자재로 그렸던 심사정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승려가 가사를 꿰매는 장면인 <보납도>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있어 <조양도朝陽圖>라고 부르기도 한다. 달 아래에서 불경을 읽는 승려 모습인 <대월도對月圖>와 쌍폭을 이뤄 그리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보납도로 남송대 유송년(劉松年)이 그린 타이페이고궁박물원 소장품 등이 있다.


유송년劉松年 <보납도> 비단에 채색, 141.9x59.8 cm 타이페이고궁박물원



주안신코仲安眞康  <조양도朝陽図> 112x46cm 15세기 도쿄국립박물관


개성적인 감필화로 대상의 정신성을 끌어올리는 남송의 양해(梁楷, c.1140~c.1210)가 그린 승려의 바느질은 더 재미있다. 작은 바늘구멍에 집중한 승려의 진지함이 우습다가도, 뭔가 합일의 경지과 하찮은 바느질에 집중하는 이 순간이 통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빠지게 하는 의외의 상황에 놓인다. 적은 붓질로 정교한 묘사 못지않은 응축된 힘을 느끼게 한다. 


양해梁楷 <보납도>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2.06.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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