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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과 새, 동물 그림으로 집안에서 봄맞이 - 장승업의 10폭 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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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업張承業 <화조영모어해도> 10폭 병풍, 종이에 수묵채색, 그림 각 127.3x31.5cm, 국립중앙박물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 사실 이 구절은 "이 땅에 꽃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싯구에서 온 말이다. 절세미녀 왕소군을 오랑캐에게 빼앗긴 한족 남자들의 분함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나, 꽃이 여기저기 피었어도 시절이 흉흉하고 꽃을 보러 나가기도 어려운 때라 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옛날 양반가나 부자의 인테리어에서 다소 과시적이기는 하지만 바깥의 화사한 기운을 집안에 불러들이기 위해 꽃이나 동물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려 넣은 병풍을 사용하곤 했다. 조선 말기에서 개화기까지 최고 인기 작가였던 장승업이 솜씨를 발휘하여 예쁜 꽃과 새들, 괴석과 대나무, 강아지와 고양이, 장수를 상징하는 영지를 먹는 사슴, 편안한 노후를 기원하는 기러기, 출세를 기원하는 게와 갈대 그림까지 그려 넣은 이 병풍은 누가 주문했는지 몰라도 당시 아주 높은 가격에 팔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 작품은 화조, 노안, 동물, 어해 등 좋다는 여러 소재를 다 그러모은 병풍으로 잡화병(雜畵屛)이라고도 한다. 묽은 먹에 채색을 섞어 그린 것으로 어떤 부분은 세련되고 우아하게 어떤 부분은 거칠고 호방한 필법을 써서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청색과 옅은 녹색조의 색채를 과감하게 사용했다. 정교하게 그린 것 같지는 않아도 동물들 하나하나 생생하고 개성이 있어서 집안에 앉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을 듯하다. 강아지는 모란을 왜 그렇게 집중하고 쳐다보나, 고양이는 벌을 공격할 생각이 있는 건가, 감이 가득 달린 가지, 색을 묘하게 쓴 패랭이꽃, 난의 종류에 따라 전혀 다른 표현, 쓸쓸한 가을 나뭇가지에 앉은 매 등 들여다볼수록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그림이다. 












장승업은 의지할 곳 없는 불쌍한 처지였으나 그의 재주를 알아본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화가로 활약할 수 있었다. 중국 서화를 보여주고 그림을 원하는 이들을 소개해 주는 등 다양한 도움을 받았는데, 특히 집안 대대로 역관이었던 부유한 집안, 금석 전문가, 서화가, 수장가였던 오경석, 오경연 형제(오경연은 금석서화 수장가로 이름난 이상적의 사위이기도 함)가 가진 중국에서 들여온 서화명적들이 장승업의 화풍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마지막 폭 좌측 하단에 “오원장승업방원인법(吾園張承業方元人法)” 즉, 오원 장승업이 원나라 사람의 그림처럼 그렸다고 기록했지만 이 그림에서 원대 화풍과의 연관성을 찾기는 좀 어렵다. 그림을 주문한 이가 ‘원인법으로 그려달라’고 요청하고 장승업이 ‘이게 바로 원대 화풍’이라고 허풍을 치는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선입견 때문일까? 

SmartK C. 관리자
업데이트 2020.04.09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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