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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책책을 읽읍시다 - <부신독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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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운홍(劉運弘1797-1859?), <부신독서도(負薪讀書圖)> 서울대박물관 소장

가을은 독서의 계절. 하지만 레저 활동으로 놀기도 좋고, 잠을 자기도 좋고, 풍광을 즐기기도 좋고, 연애하기도 좋은, 뭘 해도 좋은 때입니다.
놀기 좋은 계절이므로 그를 경계하려고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세뇌를 해온 것은 아닌가, 작은 음모론을 제기해 봅니다.

책을 읽는 것은 선비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니 책읽는 선비의 모습을 그린 그림은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선, <독서여가>, 비단에 채색, 1740, 16.8×24.0cm , 간송미술관

 

 


이명기, <초당독서도>, 지본담채, 103.8x49.5cm, 삼성미술관Leeum


 

 

산수도 속 자연 중 한 부분으로서 책 읽는 선비의 모습을 포함시켜 속세가 아닌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있고, 책을 읽다가 물끄러미 밖을 내다보는 사색에 잠긴 선비의 모습을 묘사한 것도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풍속화로서 여인네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도 있습니다.
편견에 기대어 보자면 그녀가 읽는 책은 아마도 그 시대에 유행하던 재미있는 소설일 듯합니다.


윤덕희(尹德熙, 1685~1766), <독서하는 여인>, 20.0x14.3cm, 서울대박물관 소장

 

이런 다양한 책 읽는 사람의 모습 그림 중에서 공부하기를 가장 독려하는 그림은 단연 <부신독서도>일 것입니다.
‘부신(負薪)’이란  ‘등에 땔나무를 지다’라는 뜻입니다. 화면 상단의 여백에도 써 있습니다.


유운홍, <부신독서도>

등에 짐을 지고 걸어가면서 책을 읽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나무를 해서 산길을 내려가는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중국 전한시대 무제 때 인물인 주매신(?-B.C. 109)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아버지에게 책을 많이 읽어야 뛰어난 인물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컸다고 하는데, 크게 뛰어난 머리는 아니지만 정말 열심히 책을 읽었나봅니다.
나무를 해서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만 하니 먹고 살기 어려웠겠지요.

그러나 그는 나무를 하면서도 책을 걸어놓고 읽고, 집에 돌아올 때도 등짐을 진 채로 걸으면서 책을 읽었다고 하네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늦게 들어오기도 하고... 열심히 나무를 해와도 시원찮을 판에 아내의 입장에서는 책만 읽는 남편이 원망스러웠을 겁니다.

결국 마누라가 집을 나가고 혼자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결말이라면 그림에 등장할 만큼 칭송받는 입장은 되지 못했겠지요.


그는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책을 읽어 뛰어난 학식을 갖게 되고 어찌어찌해서 한 무제에게 등용, 출세의 꿈을 이루게 됩니다.

몇 년 후 고향 태수로 금의환향하고는 옛 부인과 그녀의 새남편을 불러 대접하니

그 부인이 옛날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낀 나머지 자살을 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결말입니다.

 

반딧불에도 책을 읽고 눈에 비친 달빛에도 책을 읽지만,
어쩔 수 없이 나뭇짐을 해야 하는 고달픈 삶 중에서도 열심히 책을 읽는 것이 동양의 미덕이었나 봅니다.

책을 열심히 읽으라는 교훈 외에, 사람마다 다른 교훈을 얻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남들이 뭐라 해도 한 가지를 무식할 정도로 꾸준히 파라는?
(남자를 볼 때는 특히)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주매신은 그 이후 중앙정부로 돌아가 어떤 이의 죄상을 자세히 파헤쳐 자살하게 하였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한무제의 분노를 사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융통성 없는 성격 때문이었을까요.. 그의 인생은 다소 불행하게 막을 내렸지만,

뭔가를 이루려면 이 정도의 몰입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이 주매신의 고사를 그림으로 옮긴 화가는 조선 후기에 활동한 도화서 화원인 유운홍(劉運弘1797-1859?)입니다.

1819년(순조 19) 다른 여러 화원들과 함께 문조신정후(文祖神貞后) 가례반차도(嘉禮班次圖) 제작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부신독서도>외에 남아 있는 그의 작품으로는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의 〈청산고주도 靑山孤舟圖〉·〈월야소선도 月夜小仙圖〉등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19세기 이후 형식화된 화원화풍의 단조로운 경향에다가 김홍도(金弘道)의 영향이 살짝 보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0.06.0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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