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여름을 붙잡는 흰 연꽃 그림 2019.08.30
윤양근(尹養根)은 생몰년, 생애가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로 18세기에 활동했다고 전해진다. 심사정의 화풍과 비슷한데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산수영모화첩 중의 연꽃, 국화, 그리고 산수화 몇 점을 통해서 그의 솜씨를 짐작할 뿐이다.능숙한 필치와 대담한 구성으로 시원한 화면을 보여주...
가을 계곡,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물안개 - 변관식 <계정추림> 2019.08.20
저녁 바람이 선선한 데다 추석도 성큼 다가와서 올 여름이 고맙게도 빨리 마무리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가을 계곡에는 여름의 시끌벅적함과 생기 대신 물기를 잃어가는 나뭇잎의 바람 소리와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가 채우게 됩니다.변관식(卞寬植 1899~1976) <계정추림谿亭秋林> 1923년 비단에...
연객 허필의 금강산 부채 그림 2019.08.13
한낮 더운 날씨에 밖을 다니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휴대용 선풍기를 손에 들고 있습니다. 집 안에서도 에어컨과 선풍기에 자리를 내어준 부채가 이제 밖에서도 잘 눈에 띄지 않게 됐네요. 선풍기보다 친환경적이고 팔운동에도 도움이 되는 데다 햇빛 가리개 역할도 해 줄 수 있는 부채가 유행을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
더위를 잊는 놀이 삼매경 <쌍육삼매> 2019.08.07
조선 후기 풍속화 3대가 중 한 사람인 신윤복이 풍속도 화첩인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을 통해 남긴 풍속도는 총 30점입니다. 한량들이 기방에서 기녀들과 마시고 노는 유흥 장면, 혹은 선비와 여인들의 은밀한 로맨스 장면을 세련되고 섬세한 선과 맑고 부드러운 채색으로 화사하게 표현한 그림들로, 92년 국보로...
장원급제 경력의 개성관원 넷이 만든 용두회의 기록 2019.07.26
때는 1612년, 당시 송도로 불리던 개성에 근무하던 관원 중 특이하게도 장원급제를 한 사람이 넷이나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모임을 만들고 이 모임의 이름을 ‘용두회(龍頭會)’라고 지었습니다. 용두회라는 낯간지러운 이름은 고려시대에 성행하던 것을 계승한 것입니다. 1-2폭 태평관, 화담3-...
태풍이 몰아치듯 포효하는 용 - 나옹 이정 <용호도> 2019.07.24
조선 중기 화가인 나옹 이정(李楨 1578∼1607)은 화원 집안 출신으로, 할아버지 이상좌, 아버지 이숭효와 작은아버지 이흥효도 모두 화원이었습니다. 과음으로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하여 화업을 크게 남기지 못했지만 ‘열 살에 이미 대성하여 산수, 인물, 불화를 모두 잘 그렸다’고 하며, 남아있는 그림들...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푸른 꽃 수국 2019.06.26
출근길 골목의 수국이 연한 녹색으로 피더니 어느새 흰색, 밝은 파랑색을 거쳐 자색이 돌기 시작합니다. 화려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탐스럽게 피어난 모습이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 매력 때문에 매해 수국 화분을 집에 들이시는 분들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흙의 성질에 따라 그 색이 더 붉게도 더 푸르게도...
벼슬아치들의 신고식, 면신례의 최종 결과물 <계첩도> 2019.03.25
남산 북쪽 기슭 골짜기에 있던 ‘천우각’에서의 나들이 장면을 그렸습니다. 나무에 불긋한 기운이 색칠되어 있는 것은 가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진재(眞宰) 김윤겸(金允謙 1711~1775)이 그린 그림이고, 명필로 이름이 높았던 조윤형이 글씨를 쓴 『금오계첩』 중에 들어 있습니다. 가장 많이 남아있는 ...
조선시대 군부대 시설에서의 모임 《사인풍속도권士人風俗圖卷》 2018.03.14
1996년 일본인 미술품수집가 이리에 다케오入江毅夫씨는 자신의 한국미술 소장품 7백30여 점을 모아 도록을 만들어 펴냈습니다. 『유현재선 한국고서화도록(幽玄齋選 韓國古書畵圖錄)』이 그것으로, 유현재는 그의 당호입니다. 그가 그림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부터로 한국의 민화를 처음 보고 매력을 느...
일년 내내 오월을 느끼고 싶다 - 병진년화첩의 <화조도> 2017.05.23
김홍도 <화조도> 《단원절세보첩》1796년, 종이에 수묵담채, 26.7x31.6cm, 삼성미술관리움병진년화첩이라고도 불리는 《단원절세보첩》은 김홍도의 대표작 중 하나로 구한말 대컬렉터였던 김용진이 소장하고 있던 것입니다. 일제 때 표구된 화첩이기 때문에 만들어질 당시의 원형은 아닙니다. 총 2...
장승업의 말과 고양이 그림 <준마군묘 이폭 병풍> 2016.08.23
얼마 전 장승업이 때 아닌 말 그림 논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죠. 장승업은 실제로 많은 말 그림을 그렸는데, 그 중 한 가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이 흑백사진은 일제 강점기 조선미술구락부 경매회 도록 중에 있는 것입니다. 이폭 병풍의 오른쪽은 고양이들의 그림이고, 왼쪽은 멋진 말 그림입니다. 이 병풍은...
칠보산의 절경 <금강봉도> 2016.05.11
한시각 《북관수창록》 중 <금강봉도> 1644년경, 29.3x23.5cm, 비단에 채색, 국립중앙박물관 백두산에도 금강봉이 있고 또 다른 어딘가에도 금강봉이 있겠지만, 이 금강봉은 함경북도 칠보산에 있는 금강봉의 모습입니다. 지금 우리는 가기 어렵지만 산수가 아름다워 ‘함북금강’으로 불리기도 ...
출산장려 그림 <묵포도도> 2016.02.18
지난 2016년 2월, 한 미술품경매 회사에서 "My First Collection"이라는 이름의 경매가 이뤄졌습니다.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근현대미술 작품과 고미술 중에 미술품을 처음 소장하고자 하는 개인 소장자가 구매할 만한 것들을 추렸을 터.물론 2억이 넘어가는 인기 작가의 작품들도 간혹 있었지만, ...
산도 하늘도 나그네도 젖다 <하산세우도夏山細雨圖> 2015.08.11
한여름 찌는 듯한 더위와 싸우다보면 잠시라도 비소식이 없나 찾게 됩니다. 여름에 반가운 비는 세차게 쏟아지는 장대비이되, 햇빛이 가려지고 부슬부슬 안개비에 몸이 젖는 정도라도 그나마 태양의 기세를 눌러주는 것이라 반갑기 그지없습니다.비를 그리는 마음으로 <하산세우도(夏山細雨圖)>를 감상해 봅니...
게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신선 - <기해선인騎蟹仙人> 2015.03.17
신윤복의 이미지에는 예쁘장한 풍속화가 겹쳐지지만 그도 산수화 등을 잘 그렸습니다. 그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 중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화첩이 하나 있습니다. 리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혜원화첩》은 모두 8면으로, 양쪽 끝에 행서로 글씨가 씌어 있고, 그림은 여섯 면에 그려져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