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메뉴타이틀
  • 파리가 사랑한 동양미술관
  • 최열의 그림읽기
  • 영화 속 미술관
  • 조은정의 세계미술관 산책
  • 미술사 속 숨은 이야기
  • 경성미술지도-1930년대
  • 김영복의 서예이야기: 조선의 글씨
  • 한국미술 명작스크랩
  • 도전! C여사의 한국미술 책읽기
  • 왕릉을 찾아서
  • 시의도-시와 그림
  • 근대의 고미술품 수장가
타이틀
  • 8-4. 파리 동양미술의 종착역 클리냥쿠르
  • 1278      

파리 아니 거의 프랑스 전체의 동양미술이 마지막으로 모이는 곳이 있다. 서울의 황학동처럼 그냥 클리냥쿠르(Clignancourt)라는 동네 이름으로 친근하게 불리는 곳이다. 클리냥쿠르의 정식 명칭은 생투앙 벼룩시장(Le Marché aux Puces de Saint Ouen)이다.

파리의 유명한 벼룩시장으로는 이곳 이외에 파리시 남쪽에 방브 벼룩시장(Le Marché aux Puces de la Porte de Vanves)이 있다. 하지만 방브는 이곳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다. 또 동양미술이 출현하는 빈도에 있어서도 이곳에 절대적으로 못 미친다.

클리냥쿠르에는 제2제정 때까지 파리 방어를 위한 성벽이 서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종점으로 하는 메트로 4번선의 역 이름은 포르트 드 클리냥쿠르(Porte de Clignancourt)이다. 이곳에 벼룩시장이 생긴 것은 요즘 말로 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이다. 19세기 말 전염병이 돌자 확산을 겁낸 파리시는 공중위생 개선을 위해 시내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참고] 생투앙 벼룩시장  

이 시책에 따라 시내 곳곳에 살고 있던 쉬포니에(les chiffonniers), 즉 넝마주의들이 대거 쫓겨나게 됐다. 이들이 새로 자리 잡은 곳이 파리 시와 생투앙의 경계인 클리냥쿠르였다. 그들이 이곳에 살면서 자연히 고물시장이 생겨났다. 이 시장은 1885년에 생투앙 시로부터 정식 벼룩시장으로 인가를 받으면서 오늘날과 같은 원형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근대적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20세기 초 들어서이다. 1908년에 지하철이 이곳에까지 연장되자 돈 많은 투자자들이 이곳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헥타아르에 이르는 클리냥쿠르에  있는 16개 시장의 이름은 당시 이곳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베르네송 시장 입구

이런 근대화를 거치면서 클리냥쿠르는 양복 입은 신사와 양장의 숙녀들도 출입할 수 있는 곳바뀌었다. 현재 이 시장에 등록돼 영업중인 상인은 1700명에 이른다. 가게 수도 그 정도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상인, 관람객은 하루 15만에서 18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일부가 동양미술을 다루고 있다. 다른 고물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곳을 거친 것들이 대부분이다.

역에서 내려 가장 가까운 시장이 베르네송 시장(Marché Vernaison)과 말라시스 시장(Marché Malassis) 시장이다. 이 두 시장 사이로 난 길이 생투앙 벼룩시장의 메인 로드에 해당하는 로지에가이다.


베르네송 시장의 동양미술 가게와 이마리 찻잔세트 

베르네송 시장은 위치 덕에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9천㎡나 되는 면적에 300개 이상 되는 가게가 들어서 있다. 입구부터 동양 물건을 파는 가게가 있다. 중국 청대의 채색도자기에 일본의 이마리 도자기가 길가에까지 나와 있다. 중국 도자기를 스탠드처럼 사용한 19세기말 20세기 초의 도자기 램프도 상당수 보인다.

베르네송 시장보다 조금 수준이 높은 곳이 맞은편의 말라시스(Malassis) 시장이다. 1989년에 지은 철근콘크리트 2층 건물로 클리냥쿠르에서 가장 말쑥한 외모를 자랑한다. 외모만큼 가게의 수준도 높다. 중국미술의 경우는 도자기는 물론 수준급의 청동기, 회화도 있다. 


말라시스 시장 건물 

그 중에 질 마르텔(Gilles Martel) 씨가 운영하는 ‘아시안 데코(Asain-Deco)’도 있다. 니심 드 카몽도 미술관에서 본 처럼 장식적 용도로 쓰이는 중국과 일본의 대형 도자기와 가구가 전문이다. 높이 60cm가 넘는 이마리(伊万里) 채색도자기의 가격은 400에서 600유로 선이다. 그는 동양 미술을 다룬 지 30년이 넘는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미술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클리냥쿠르 시장을 찾는 한국인은 대부분이 사진을 찍기 위한 관광객들이다. 

일본과 중국 사람들 중에는 실무적 이유로 찾아온 사람이 상당수 보인다. 16개 시장 곳곳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이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일본 상인이 찾는 것은 일본 도자기뿐만이 아니다. 18, 19세기에 일본에서 유럽으로 수출된 도자기는 가져가보아야 돈이 되지 않는다. 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본어 그대로 ‘두 다발에 세푼(二束三文)’에 해당할 뿐이다. 반면 아기자기한 서양 앤티크는 의외로 찾는 사람이 많아 이를 찾는 일본 상인들의 발걸음이 뻔질나다. 



말라시스에 있는 아시안 데코의 내부 

중국 상인들이 클리냥쿠르에 나타난 것은 역시 최근의 일이다. 이들 중에는 상당한 프로가 섞여있다. 대개는 시내 전문점과 호텔 드루오를 거쳐 클리냥쿠르까지 순회한다. 이들에게는 꿈이 있다. 근세에 유출된 중국 유물 가운데 건륭제의 인장 같은 것을 건져 일확천금을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클리냥쿠르의 동양 미술에는 서울 황학동의 사례에서 보듯 터무니없는 가짜도 즐비하다. 미술품만 가짜가 아니다. 수도 없이 찾아오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겨냥해 역에서 시장까지 이르는 길가에는 행상인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경찰만 보면 달아나는데 시계, 지갑, 가방 등 가짜 유명브랜드 제품을 손에 가득 들고 관광객들의 소매를 잡아끌고 있다.(y)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20.09.27 09:15

  

SNS 댓글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