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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7. 프랑스 자포니즘의 그랑 쇼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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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 손자가 2008년에 기증한 것 중에는 그라세가 만든 도자기 장식장도 하나 있다. 장 속에 들어있는 도자기는 지로 시대에 일본미술의 영향을 받아 프랑스에서 만든 것들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방이 ‘르 자포니즘’ 방이다. 이 방은 ‘위젠느 그라세의 식당’ 옆의 42번방이다.


자포니즘 방의 모습
 

이 방에는 장식장 외에 19세기 후반에 프랑스에서 일본 미술을 본떠 만든 가구와 장식물이 함께 전시돼 있다. 장식장 앞쪽에 놓인 커다란 장식물 두 점도 모두 자포니즘의 영향 아래 파리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라세가 지로를 위해 만든 도자기 장식장

테이블 위에 올려진, 용이 떠받치고 있는 것 같은 커다란 항아리는 화분이다. 이는 에두아르 리비에르(Édouard Lièvre 1828-1886)의 작품이다. 그는 화가이자 판화가였다. 한편으로 장식용 물건도 만들고 캐비닛(장)도 짰다. 이 화분은 1880년경에 만든 것으로 만국박람회에 나온 일본의 향로와 청동 용조각에서 힌트를 얻었다.


에두아르 리비에르의 청동 화분

옆에 놓인 장식물 역시 자포니즘의 산물이다. 나무 대좌를 만들고 그 위에 파도에 올라탄 큰 거북이 푸른 구체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아래 위로는 은과 황동으로 만든 뱀이 얽혀있다.

이를 만든 사람은 화가인 제임스 티소(James Tissot 1836-1902)이다. 그는 19세기 후반 파리 중상류층 여성들의 생활상을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다분히 풍속적인 뉘앙스의 그림에는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나 일본 도자기를 들고 있는 여인들이 다수 등장한다. 


제임스 티소가 만든 입체 장식물 <운>

1880년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이 장식물을 만들고 <운(La Fortune)>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제목은 거북이 아래쪽에 새겨 넣은 속담과 관련이 있다. 거기에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는 만사가 제때 찾아온다(Tout vient à temps à qui sait attendre)’라고 적혀있다.

이 방의 설명문에는 티소 작업에 대해 ‘자포니즘이 상징주의로 넘어가는 단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소개돼 있다. 자포니즘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체로 퍼지면서 바우하우스뿐만 아니라 상징주의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19세기후반 프랑스와 유럽에 일본의 영향을 이처럼 컸지만 한꺼번에 몰아닥친 것은 아니다. 제1파라고 할 만한 일은 앞서 소개한 데로 이미 지나갔다. 17세기 후반에 네덜란드를 통해 수입된 일본도자기들이 자포네스리(japoneserie)라고 할만한 영향을 미쳤다.


르 자포니즘 전시실이 있는 42번 방의 위치 

명청 교체기에 중국도자기를 입수할 수 없었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대체 수입처로 일본을 찾았다. 이때 여백을 듬뿍 두고 화려한 채색으로 꽃과 새를 결하게 그려 넣은 일본의 이마리 도자기가 유럽에 소개됐다. 이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유럽 각지에서 모방 자기를 생산하게 했다. 이 이야기는 이미 소개한 그대로이다. 이때 이들을 요구하고 소비한 계층은 왕후 귀족을 포함한 최상류층이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 자포니즘의 이름으로 소개된 일본미술의 영향은 보다 넓은 계층에 영향을 미쳤다. 분위기를 제공한 것은 만국박람회였다. 박람회는 한번 열릴 때마다 천만 명을 넘나드는 관람객이 구경을 왔다. 파리와 지방을 가리지 않고 몰려온 이들 중 상당수는 그 무렵 새로 생겨나고 있던 중산계급이었다.

산업 혁명이 시작된 뒤 생활용품이 대량 생산되면서 값이 크게 싸졌다. 이런 값싼 소비재를 통해 시민들 생활은 점점 향상돼갔다. 또 그와 더불어 새롭게 취미와 여가의 세계도 열리고 있었다. 동양 취미 내지는 취향도 그중 하나였다. 박람회는 이런 욕망을 부추켰고 또 그를 만족시켰다. 그러나 10년 간격으로 열리는 박람회만으로서는 부족했다.

그래서 스스로 모방한 것들이 파리에서 직접 제작됐다. 인상파와 같은 화가들이 일본미술에서 서구 전통과 다른 참신함을 찾았다면 신흥 중산층은 자포니즘 유행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취미 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그라세가 지로를 위해 만든 유리장 속에 진열된 도자기는 모두 프랑스에서 만든 것들이다. 주로 파리 주변에서 제작됐다. 이들의 문양은 모두가 일본미술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차용된 문양은 중국미술이나 공예품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방 입구에는 전시품을 안내한 설명문이 꽂혀있는데 이를 보면 이들 도자기에 그려진 문양이 어디에 근거해 있는지가 분명히 소개돼있다. 예를 들면 장식장 제일 아랫단 있는 접시 중 하나에는 꽁지가 삐죽 올라간 수탉이 그려져 있다.


프랑스와-외젠 루소 밑그림의 닭 문양 도자기

이는 유리공예가이자 도안가인 프랑스와-외젠 루소(François-Eugène Rousseau 1827-1891)가 그린 밑그림으로 세브르에서 만든 것이다. 문양속의 닭은  『호쿠사이 만화』 제1권에 나오는 닭이다. 

루소는 『호쿠사이 만화』를 파리의 인상파 화가들에게 처음 소개한 펠릭스 브라크몽과 가까운 친구였다. 루소가 디자인한 접시는 이외에도 많다. 거기에는 『호쿠사이 만화』 외에 호쿠사이의 다른 판화는 물론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広重 1797-1858)의 판화에서도 힌트를 얻었다. 


『호쿠사이 만화』 제1권에 보이는 닭 그림 

꽁지가 긴 닭 앞에 있는 자루 달린 볼은 브라크몽이 직접 도안한 것이다. 안쪽에 살짝 보이는 나비 문양 역시  『호쿠사이 만화』에 같은 그림이 있다.
자포니즘은 이 방에서 보듯이 19세기 후반 파리의 중산층 사이에서 이렇게 녹아들고 있었다.(y)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9.01.19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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