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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 진묘수, 기마주악대 그리고 채색불상
  • 201      


메자닌의 불상 전시모습

백제 무령왕릉 발굴은 한국 고고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이다. 황금 신발과 귀걸이, 팔찌 등 3천점 가까운 유물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들 유물은 거의 대부분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 전시돼 있어 언제라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것이 진묘수(鎭墓獸)이다.
 
진묘수란 고대에 무덤을 지키라고 만들어 넣은 상상의 동물을 가리킨다. 한국에는 사례가 많지 않은데 무령왕릉에 돌로 만든, 해태 같기도 하고 또 큰 개처럼도 보이는 진묘수가 발굴됐다. 묘한 모습임에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대의 세계로 빨려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인면진묘수 북위 높이 29cm   

세르누치에는 고대중국의  진묘수 가운데 백미라 할 수 있는 소장품이 있다. 인면(人面)진묘수이다. 이는 세르누치가 자랑하는 부장품 도용(陶俑)컬렉션 중에서도 단연 최고 인기이다. 몸체는 앉아있는 개처럼 보이지만 개도 아닌 것이 등에 뿔이 세 개 나 있다. 그런데 얼굴은 위를 쳐다보는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더욱이 살짝 미소를 띤 듯한 표정으로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이 진묘수는 북위(北魏 386-534) 후반인 5세기 중반의 무덤에서 나왔다. 시기로 보면 무령왕(462-523) 시대에서 그리 멀지 않다.

진묘수는 한 나라 무덤에서는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썼다. 그러다가 북위에서 당에 이르는 시기에는 이런 동물과 혹은 무장한 전사가 한 쌍이 돼 무덤을 지키는 것으로 바뀐다. 세르누치의 진묘수는 그 중간의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기마주악대 도용, 당나라 7-8세기   

진묘수 만큼 인기 높은 유물이 기마주악대 도용이다. 모두 8기로 말에 올라탄 채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테라코타 인형이다. 이 역시 부장품인데 연주자들은 모두 젊은 여성들이다. 이들은 머리를 양쪽으로 묶고 피리, 공후, 횡적, 비파, 별고, 배소, 생황, 피리 등의 악기를 손에 들고 있다. 별고(蹩鼓)는 드럼 같은 작은 북을 가리키고 배소(排簫)는 길고 짧은 대나무를 순서대로 엮어 부는 악기를 말한다.
 
인면 진묘수의 기증자는 파리의 중국미술 컬렉터였던 조세트 슐망(Josette Schulmann)이다. 그녀는 티벳 탕카를 모아 책으로 낸 적도 있다. 그리고 기마주악대 도용은 스위스출신의 형제 사업가인 스테판 주엘릭(Stephen Zuellig 1917-2017)과 길버트 주엘릭(Gilbert, Zuellig  1918-2009)이 기증했다. 이들 형제는 사실 이 도용보다 세계적인 중국도자기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2014년 4월 소더비 홍콩에서 작은 종지크기의 술잔 하나가 380억 원에 팔리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당시까지 경매에서 팔린 중국도자기 가운데 최고 낙찰가격이었다. 팔린 도자기는 명나라 성화 연간(成化 1465-1487)에 만든 두채계항배(豆彩鷄缸杯)이다.

두채는 콩처럼 담록색 위주의 안료로 문양을 그려 붙여진 이름이다. 두채라는 말 대신 투채(鬪彩)라고도 쓴다. 여러 색이 ‘서로 앞을 다투듯 색을 자랑하면서 아름답다’는 말이다. 항은 굽이 없다는 뜻이다. 계항배는 그래서 굽이 없는 잔에 닭을 그려 넣었다는 말이다.

이 잔의 출품자는 메이인탕(玫茵堂)이다. 메이인탕은 다름 아닌 주엘릭 형제가 자신들의 컬렉션에 붙인 이름이다. 이 두 형제는 스위스 국적으로 마닐라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아시아를 무대로 무역 사업을 벌여 큰돈을 벌었다. 중국도자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들어서부터이다. 이때부터 이들은 체계적으로 중국도자기를 수집한 것으로 전한다. 당시는 중국 대륙이 공산화된 직후였다. 그래서 홍콩을 통해 사람은 물론 많은 중국 물건들이 대륙에서 빠져 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바로 그 길목을 지키면서 도자기를 중심으로 2000여점을 중국 미술품을 모았다.
 
이들 형제의 컬렉션은 상당기간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4년 런던의 영국박물관의 전시에 초대되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존재만 알려진 것이 아니라 엄청난 수준과 양으로 단번에 중국도자기 세계4대 개인컬렉션의 하나라고 손꼽아졌다. 영국에서의 전시 도중부터 각국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1995년에 몬테카를로 전시에 이어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전시가 열렸다. 세르누치에는 1999년에 특별전이 열렸다. 여성 기마주악단 도용은 이 전시가 끝나고 두 해 뒤인 2001년부터 순차적으로 기증됐다.  


아미타여래좌상 북제 6세기 높이 168.5cm

세르누치에서 중국 청동기, 도용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석조불상이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채색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불상들이다. 중국 불상도 처음에는 목조이든 석조이든 채색을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채색이 박락되면서 자연스럽게 채색에 대한 생각을 잊게 됐다. 이런 망각은 서양에서도 있었다.

 
 독일학자 요하힘 빙켈만(Joachim Winchelmann 1717-1768)은 흔히 근대미술사 연구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그리스 조각에서 통일, 조화, 장엄, 숭고와 같이 미적 요소를 찾아냄으로서 고전주의 미학의 기초를 이룩한 업적을 남겼다.  
 
그런 대학자이지만 그에게 치명적인 실패담이 있다. 그가  『그리스예술 모방론』을 쓰면 그리스 조각이라고 보고 연구한 것이 실은 로마 시대의 그리스 조각 모방작이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고대 조각을 보고 ‘순백’의 조각이라고 서술한 점이다. 고대 그리스 조각 역시 처음에 채색이 돼 있었다. 다만 오랜 세월이 흐르며 박락된 것을 그가 착각을 했던 것이다.

동양에서도 그랬다. 더욱이 한국이 심한데 석불이 많은 한국에서는 석불하면 으레 채색이 없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이는 중국도 사정이 비슷한데 세르누치 불상 중에 채색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메자닌층에 전시된 불상 가운데 커다란 광배가 있는 아미타여래 좌상은 광배 왼쪽 아래에 선명하게 주칠(朱漆)이 남아있다. 크기가 165.5cm이나 되는 이 불상은 북제(北齊 550-577) 시대에 제작된 것이다.  

또 메자닌층 왼쪽에 서있는 관음보살 입상 역시 채색 흔적이 있다. 보석 치장인 영락(瓔珞)이 교차하는 치마 쪽에 붉은 채색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수나라 때 만들어진 이 보살상은 1920년 파리시가 구입한 것이다.


교각 여래상 북위 5세기 높이 130cm
 

채색과 무관하게 세르누치의 간판으로 소개되는 불상이 교각(交脚)여래상이다. 교각은 발을 교차했다는 말이다. 결가부좌나 반가(半跏)에 익숙한 눈에는 다분히 이색적인 포즈로 보이는 불상이다. 중국에도 교각상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북위시대 조영된 운강(雲岡) 석굴에 있던 것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파리에서 동양미술 딜러로 크게 활동한 레옹 와니엑(Léon Wannieck 1875-1955)이 기증했다.

중국을 여러 차례 드나들며 장사를 한 와니엑에게는 상인으로서 평생 경험할까말까한 일화가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이욕출토 청동기 일괄품에 관한 일화이다. 1923년 산서성 훈원현 이욕촌(渾源県 李峪村)의 한 분묘에서 청동기가 대거 출토됐다. 무덤은 전국시대의 분묘로 솥, 시루, 항아리 같은 청동 제기 외에 검과 창 같은 무기 그리고 마구 등 수십 점이 한꺼번에 나온 것이다.  

마침 베이징에 있던 와니엑이 이 소문을 들었다. 그는 북경에 있는 어느 상인보다 먼저 이욕촌으로 달려가 이를 일괄해 손에 넣었다. 그리고 파리로 가져왔다. 그후 파리의 기메는 물론 런던의 대영박물관 등에 판매를 타진한 끝에 메트로폴리탄에 넘겼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사이트의 이욕 청동기 자료를 보면 와니엑 이름이 올라와있다.  
아미타여래좌상과 교각상 옆에 있는 불탑 형식의 묘석은 그가 죽은 뒤 와니엑 부인이 기증한 것이다.(y)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8.10.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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