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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集會)와 민요(民謠)
기자: 여러분의 ‘홀’에서 문사들의 집회와 화가들의 전람회를 한 적이 많았을 터인데요.

복혜숙: 각 극장과 음악회의 포스터는 늘 걸지만 큰 집회는 그리 많지 못했어요.

김연실: ‘낙랑’에선 많았지요. 언젠가 ‘시성(詩聖) 괴테’ 백년기념제도 30여인의 문사가 모여 하였고 안석영(安夕影: 안석주) 씨의 <춘풍(春風)> 영화 축하회도 우리 곳에서 하였고 그밖에도 시인들의 시집출판기념회도 가끔 하였지요. 전람회는 언젠가 화가 구본웅(具本雄) 씨의 개인전을 한번 했고 기억은 다 못하겠지만 퍽이나 여러 번 했어요. 더구나 제국대학 학생그룹의 만돌린 회(會) 같은 것은 가끔 있지요.


영화 <춘풍>. 각본 안석주. 감독 박기채. 출연 이경선, 문예봉, 김일해 등. 1935년 11월 30일 개봉. 


강석연: 우리 홀은 시작한지 며칠 안 되어서 아직 ‘그러한 자랑할 역사’가 없어요. 그렇지만 앞으로는 온갖 편의를 다 봐드려 될수록 시인묵객의 집회장소로 제공코자 해요.

기자: 외국서는 ‘살롱문화’가 놀랍게 발달됐다는데 여기서도 작고 문화층(文化層)의 발(足)과 눈(眼)을 여기 모이는 노력을 해야 할 걸요. 그런데 음악은 무엇들을 좋아해요. 레코드판으로 비치한 것은? 

강석연: 암만해도 ‘재즈’를 좋아해요. 아메리카 류의, 우리 홀에는 조선판은 일체 놓지 않았어요.

복혜숙: ‘비너스’에도 재즈와 같이 경쾌하고 변화가 만코 선정적이 되어 그런 것 늘 좋아해요. 조선 유행가 판도 많이 있고 승태랑(勝太郞: 일본의 유명한 신민요 가수였던 가츠타로)나 시환(市丸: 이치마루) 것도 있고요.


근대 다방에서 사용한 축음기와 음반



김연실: ‘낙랑’에는 세레나데 종류가 많아요. 카루소[이탈리아의 테너 가수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것이나 후지와라 요시에(藤原義江: 일본의 오페라 가수. 테너) 것도 여러 장 잇지요. 쪼세프뻬-간[미상]의 꾀꼬리 같은 판도 여러 장 있고 그리고 민요들을 좋아해요. 스코틀랜드(蘇格蘭) 것 같은 것과 서반아(西班牙)의 무용곡도 좋아들 하고.

기자: 비치하여 놓은 문고는 대개 어떤 것이어요.

복혜숙: 지금은 동아(東亞), 중앙(中央)이 없어졌으니 조선(朝鮮), 매신(每申: 매일신보)과 대판매일(大阪每日: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 조일(朝日: 아사히 신문)을 신문으로 갖다 놓았고 잡지로는 삼천리(三千里), 조광(朝光), 여성(女性) 등이지요. 그리고 영화잡지도.

김연실: 대개 그렇지요. <스크린> 같은 외국영화잡지들을 좋아해요. ‘낙랑문고’를 앞으로 더욱 확장코자 합니다.

강석연: 대개 그렇지요. 어느 끽다점이나 다 마찬가지지요. 십분 이십분 앉아있는 짧은 시간에 되도록 머리를 평안히 쉬이고 그리고 눈을 살지게 하자니 자연히 호화롭고 경쾌한 독물(讀物)이 필요하게 되니까요.


끽다점(喫茶店) 연애풍경(戀愛風景)
기자: 야자나무 아래서 태양에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면서 고요히 세레나데나 듣는 청춘남녀의 풍경을 남미나 모로코의 정열적 연애풍경이라 한다면 거리의 한 모퉁이 조용한 안식처인 서울 여러 끽다점에서 커피 마시며 속삭이는 남녀의 풍경을 이 땅의 로맨티스트의 애무광경이라고 아니하리까. 어디 끽다점에서 빚어지는 ‘사랑의 로-맨스’나 풍경을 말씀해 주셔요. 스케치식으로.

복혜숙: 피씨(彼氏: 님, 그이. 애인 또는 남편)와 궐녀(그녀)가 도회의 아스팔트 위로 뚜벅뚜벅 걸어 겨울 찬 달을 쳐다보면서 한참 란데뷰 하다가 따뜻한 자리를 찾아 들어와서는 테이블에 마주 앉아 뜨거운 커피나 마시면서 방그레 웃으며 이야기하는 풍경을 바라볼 때면 내 자신이 어쩐지 행복을 느껴져요. 그러고는 그러한 분을 보게 되면 일부러 못 본 체 해드리죠. 속으로 그저 ‘두 분이여 행복하소서’ 하고 빌어드리지요. 그 사랑이 영원토록 가기를 축복하여 드리지요. 가끔 사내가 너무 호남아거나 데리고 오는 여자가 너무 미인이면 질투를 느껴지기도 하지요.


경성 시청 맞은 편 장곡천정(현 소공동)에 있던 ‘낙랑 파라’의 내부 모습



근대 다방의 모습(공간발굴 프로젝트#1 시간의 주소: 소공동 112번지 http://cafe.naver.com/sogongdong에서 인용)


김연실: 아이, 언니두.

복혜숙: 무에 어때. 너는 안 그렇든.

김연실: 질투까지야.

복혜숙: 깍쟁이 누굴 속이려 들어. 호호호.

김연실: 우리 홀은 조선사람 많이 사는 촌과 본정에 갔다 오는 손님이 많아요. 그 분들 중 남녀 한패가 사람의 눈을 꺼리는 듯 들어와서 고요히 차 마시고는 다시 장곡천정 아스팔트 거리로 뚜벅뚜벅 걸어 차츰차츰 사라져 가는 풍경은 참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좋아요. 더구나 길거리의 포플라 가로수 잎사귀가 시름없이 떨어지는 만추나 함박눈이 푸실푸실 오는 삼동(三冬)의 겨울밤 외투에 잠긴 피씨(彼氏) 목도리에 고개를 파묻은 궐녀.

복혜숙: 흥! 멋은 들대로 다 들었군. 아서 ‘청춘의 탄식’을. 다 꿈이야.

강석연: 호호호.

기자: 가만히 보면 오히려 여자편이 능동적이 아니에요? 요사이 풍경은 연애에도.

복혜숙: 피씨(彼氏)가 도로 피녀(彼女)에게 끌려 다니는 듯한 광경도 보이더구만요!

강석연: 무얼 역시 남성이 리드하고 있지요. 대개는! 

기자: 요사이 빠-나 차점에 나타나는 여자들은 대개 담배를 피운다더군요.

복혜숙: 기생축에는 있지요. 그러나 여학생이나 여교사나 여점원 여기자 측에는 없을 걸요!




※ 이헌구의 「‘보헤미앙’의 애수의 항구, 일(一)다방 보헤미앙의 수기」에 실린 <경성다방약도: 서울 거리거리의 다방지도>. 이헌구가 직접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북쪽인 종로와 광화문이 아래쪽에, 남쪽인 명치정, 본정이 위쪽에 그려져 있다.


이헌구가 그린 <경성다방약도: 서울 거리거리의 다방지도>(공간발굴 프로젝트#1에서 인용)



<경성정밀지도>(1933)를 통해 본 <경성다방약도>


김상엽 관리자
업데이트 2017.08.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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