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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방과 카페 3: 경성의 다방 분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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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11월 1일 간행된 『삼천리』 제7권 제10호에 게재된 「서울 다방(茶坊)」에서는 당시 서울의 대표적 다방을 아래와 같이 꼽았다. 

인사동 삐-너스[비너스]
종로 멕키시코[멕시코]
장곡천정(長谷川町) 낙랑(樂浪)
종로 뽄아미
명치정(明治町) 에리자
명치정 따이나[다이아나]
남대문통 뽀스통[보스톤]
관철동 백합원(百合園)


남산에서 본 서울 시내. 1930년대 중반.


인사동, 종로, 관철동은 북촌, 장곡천정, 명치정, 남대문통은 남촌에 해당된다. 북촌이 식민지시기 조선인들의 공간이었다면 남촌 곧 본정(本町: 현 충무로)과 명치정(현 명동), 장곡천정: 현 소공동) 등은 일본인들의 지역으로서 근대화가 유입되던 장소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 강남이 개발되기 전 서울의 경제, 문화의 중심지는 남촌이었다. 



<경성정밀지도>(1933)의 남촌 부분



<대경성부대관>(1936)의 남촌 부분


1938년 5월 1일 간행된 『삼천리』 제10권 제5호에 실린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이헌구(李軒求: 1905-1982)의 「‘보헤미앙’의 애수(哀愁)의 항구(港口), 일다방(一茶房) 보헤미앙의 수기(手記)」는 1930년대 당시 다방의 의미와 역할 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헌구는 “명치정 일구(一區)가 경성 다방의 총 본영(本營: 지휘 본부가 있던 군영)인 감이 있다. 이른바 서울의 다방 구(區)”라고 하였다. (다방의 이름을 진하게 하고 밑줄을 그어 구분하였다.)

현대인의 다방 취미는 담배 하나 피우기 위한 휴게소로 또는 친우(親友)나 혹은 용건 있는 사람을 잠시 기다리는 대합실 정도로 이용되는 바 공리적 일면이 있은 이런 분들께는 좋은 홍차나 가비(珈琲: 커피)나 또는 좋은 레코드가 그대지 필요하지 아니하다. 다방의 세속화라고나 할까? 이런 종류의 다방은 서울로 치면 명과(明菓: 명치제과)금강산에서 종로의 올림피아, 아세아(亞細亞)가 이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다방의 존재 또는 다방의 의의로 본다면 이러한 순전한 세속적 공리성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른바 다방 취미 다방 풍류란 일종 현대인의 향락적 사교 장소라는 대 공통 존재 이유가 있은 것이니 가령 한 친우(또는 2-3인)와 더불어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아니하고 문학, 예술, 세상의 기이한 사실, 더 나아가 인생을 이야기하기 위하야 이러한 곳을 선택하는 바 고급된 다방 애용가도 있을 것이요, 사랑하는 한 이성과 청담(淸談)하며 애정의 분위기에 잠기려는 세상의 많은 로맨티스트들도 있은 것이요, 최근과 같이 레코-드와 영화에 대한 열이 극도로 팽일(膨溢)한 세대에 있어서는 레코드를 듣기 위하야 또는 영화의 세계를 찾아 이 다방을 일종의 공동 아지트로 해서 기분 좋게 유창(悠暢)하게 모여들기도 한다.


명치제과 경성지점 전경(본정 2가)


여기 경성 시내에 산재해 있는 다방 분포도를 하나 그려보자. 그리고 이 분포도 위에 배치된 지리적 방위와 그 다방 다방이 가지는 바 독자적인 다방의 개성과 공통성을 염두에 상기하라. 지역적으로 보아 명치정(明治町) 일구(一區)가 경성 다방의 총 본영(本營: 지휘 본부가 있던 군영)인 감이 있다. 이른바 서울의 다방 구(區)다. 이 중에서 다방 탐방객이 어느 집 입구를 들어서면 거기에는 공통된 다방 분위기 - 일종의 다방 체취 -를 감촉하리라, 남양(南洋)의 열대 식물이 있고 베토벤의 사안형(死顔型: 데드마스크)과 2-3인의 다방 랑(娘) 또는 다방 아(兒)와 가급적 좁은 지면을 공리적으로 이용하야 벌려진 테이블과 의자, 소란한 레코드, 여기저기 널여져 있는 그 날 그 날의 신문과 헐어진 그 달 그 달의 취미 잡지 영화 잡지, 커튼, 몇 개의 화폭, 조상(彫像), 탁상 전등 등 그리고 자욱한 담배 연기와 몇 개의 독립된 대사의 교착, 창백한 인텔리급의 청년 남녀의 분산된 진영 등.


근대 다방에 걸려 있던 데드마스크(실내장식용 석고마스크)



당시 다방의 축음기("Brunswick" Gramophone, YORK모델(1922-25년경) 제작)


봄이 되면 명치정 다방구는 너무나 음산한 맛이 있다. 봄으로 더불어 걷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기에는 해방된 태양의 자애(慈愛)를 빌어야 할 것이 아닐까? 오히려 겨울이면 치워서 그 넓은 길을 피하기까지 하는 장곡천정의 다방이 훨씬 친밀성을 느끼리라. 서울의 다방다운 다방의 새 기원을 지어준 낙랑이 여기 있고, 그 다음으로 7년의 역사를 가진 플라타-느는 서울서도 가장 친밀하고 가정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새로 생기는 ‘나전구(羅旬區)’도 이 새봄을 기다려 남창(南窓)을 열 것이요, 미모사는 훨씬 규모가 짜여서 명랑(明朗)보다도 안일의 순간을 제여(提與)한다. 음악을 찾는 이는 엘리자로 더 멀리 돌체의 탐탁한 적은 문을 두들기기도 하리라. 이 봄을 장식할 고운 멜로디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본아미를 좋아하는 이의 말 걸음은 아직도 명과(明菓: 명치제과)나 금강산을 바리지 아니 할 것이나, 미령(美鈴)의 일층을 잠시 태양과 친할 포근한 몇 개의 자리를 갖추어 잇고, 프린스는 봄밤의 그림자를 가득히 품어 있다. 혼자 무유(無悠)히 써니의 이층에 오르면 검은 비로-드의 남벽(南壁)이 정다운 손길을 기다리고 다이아나 성림(聖林)의 아메리카적 기분을 좋아하여 □을 멈추는 단골손님도 있으나, 노아노아의 흰 원(圓) 주곽(主槨)을 거처 넓은 백색 공간, 더 높이 한 층계를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백룡(白龍)은 언제나 화려가 경허(輕虛)에 흐르지 않은 매혹으로 넉넉히 시간을 저버리고 앉아 있을 수 있으며, 더욱 페치카의 정취는 겨울보다도 봄밤의 온기를 전하기에 더 정다웁지 않을까?


플라타느 다방에서 개최된 <목판소품전> 기사, 『동아일보』, 1934. 8. 25



다이아나 끽다점 전경(명치정)



미모사 다방 광고(장곡천정 106)


추위가 물러가고 조바위 대신 여우 목도리의 남일(濫溢)이 차차 퇴치되어 가는 때 종로 네거리 앞을 밀리는 발걸음도 자리가 잡혀진다. 전차를 기다리는 동안 또 거리를 휘돌아다니는 이들은 예저기서 지기(知己) 친우에게 손을 내밀어 아세아(亞細亞)올림피아로 잠시 쉬러 들어간다. 영보(永保) 밀림 안에는 떠드는 소리가 높아지고 뉴-홈은 아직도 단조한 중에 편히 쉬 일자리를 작만해 있으리라. 종로와 안동(安洞) 네거리 중간에 걸쳐있던 은령(銀鈴)이 그 소리를 감춘 후 서대문에 채 못미처 자연장(紫煙莊)은 빌리아-드를 즐기는 손님을 부르며 봄을 기다리고 있다.


경성제국대학 전경


그러나 대학, 전문교를 모아 놓은 동소문(東小門: 혜화문, 곧 경성제국대학이 있던 현재의 대학로) 부근의 하나의 다방도 없다는 것은 너무나 삭막하다. 파리의 ‘카르티에, 라탱(羅甸區)’은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생활과 더불러 안식의 포근한 한 자리가 이 봄을 기다려 열릴 수도 있을 법 하건만 이곳은 건실(健實) 때문에 단조를 참을지언정 생의 향기를 위하야 한 잔의 커피를 사랑하는 등의 부박성을 경멸하는 법도의 세계인 까닭인가?





글/사진 관리자
업데이트 2017.04.24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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