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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드워드 호퍼와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Shirley-Visions of Reality>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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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7. 다시 영화는 호퍼의 그림 <브라운스톤의 햇빛>(Sunlight On Brownstones)으로 이어진다. ‘1956년 8월 28일 화요일’이라는 자막만 화면에 나타난 채 다시 라디오는 뉴스를 전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Dwight Eisenhower,1890~1969)이 골프 휴가를 다녀왔고 1950년 이래 처음으로 미국 최초의 공산당 전당대회가 열리며, 서독이 미국으로부터 중무기를 구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리고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여 주인공이 일어나 밖으로 나와 익숙한 동네 풍경을 바라본다. 여전히 개 짖는 소리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왠지 낯설다. 살아있는 공간이 아니라 마치 자연사 박물관의 모형이나 박제처럼 정지된, 가짜라는 생각이 든다. 


에드워드 호퍼 <브라운스톤의 햇빛> Sunlight On Brownstones, 1956, 유화, 77.05x101.88cm, 위치타미술관 소장


 같은 세상을 함께 보며 사회의 변화를 위해 의기투합했던 극단동지들이 변절해서 떠나가고 자신들의 지난 일은 일시적인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우리의 의식은 뉴스로 끝났고 현실로 돌아왔다”는 독백이 이를 증명한다. 번갈아 가면서 눈을 가려보는 남편의 행동은 같은 세상을 각각 다르게 보고 있는 현실을 의미하며 당시 사회가 강요하고 있던 ‘현실의 상상’(Visions of Reality)이 곧 ‘진실(True)을 가리는 거짓(False)’이라는 ‘가려진 환영 속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렇게 난망한 순간에 라디오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1935~1977)가 영화에 출연하다는 소식과 함께 그가 불러 크게 히트한  노래 ‘하운드 독(Hound Dog)’이 나온다. 하지만 이곡은 엘비스가 부르는 곡이 아니라 원래 이 노래를 불렀던 빅마마 손튼(Big Mama Thornton,1926~1984)의 곡이다. 


#신 8. 영화는 다음해 8월로 이어진다. 호퍼의 그림 <웨스턴 모텔>(Western Motel)이 배경이다. 이 작품은 호퍼와 아내 조가 캘리포니아에서 6개월을 함께 지내는 동안 그려진 작품이다. 여행 중에 그린 그림인 때문인지 모르지만 언제라도 떠날 것처럼 여행 가방이 있고 밖에는 자동차도 채비가 갖추어진 상태이다. 예의 예리한 빛과 색의 대비는 따스한 듯 하지만 쓸쓸한 이율배반의 장면이다. 모델인 조이자 영화 속 셜리는 다른 작품과 달리 정면을 응시한다. 이 신에서 셜리는 어느 사진가의 모델로 일하고 있다. 이 날은 1957년 8월 28일로 라디오는 내슈빌에서 백인학교에 자녀를 보낸 흑인 학부모들이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과 미국으로 쿠바로 들어오는 영어출판물의 검열을 폐지한다는 하바나 발 소식, 그리고 서부영화 <3:10 투 유마>(3:10 to Yuma)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전하며 끝이 난다. 모델이 된 연극배우 셜리는 사진가의 지시대로 포즈를 취한다. 오래 전부터 알아 온 사진작가 스티브가 문득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의 뜻대로 알아서 포즈를 취하며 그의 상상 속 여인이 되어주고자 마음먹는다. 다른 감독과 일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그래서 묘한 긴장감이 일고 에로틱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에드워드 호퍼 <웨스턴 모텔>Western Motel,1957, 유화, 76.84x127.32cm, 예일대학교 미술관 소장



#신 9. 다음 신은 <철학으로의 여행>(Excursion into Philosophy)이다. 호퍼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풍요롭고 번화한 도회에서 살고 있지만 세속적이며 중산층 이하의 모조품 같은 삶을 사는 조연일 뿐이다. 라디오 뉴스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듯 부룩클린의 부두노동자들이 고가의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 렌즈를 훔쳐 기소되었다는 소식과 영국의 과학자가 토끼 눈 재생 수술에 성공했다는 소식, 스웨덴 감독 잉마르 베리만(Ingmar Bergman,1918~2007)의 신작영화 <마술사>(Ansiktet, 1958)가 개봉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철학으로의 여행>Excursion into Philosophy, 1959, 유화, 76.2x101.6 cm, 개인 소장


 셜리는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 중이다. 책의 내용이 제법 무겁다. 플라톤(Platon)의 <국가론> (國家論, Theory of the State) 10권 중 7권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Plato’s Allegory of the Cave)’를 소리 내어 읽고 있다. 그러다 남편의 인기척에 책을 엎어두고 자는 척 한다. 스티브는 아내를 힐끗 쳐다보고는 자신도 나머지 부분을 읽는다. 

 갑자기 철학이라니? 플라톤은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고 자기화하는 과정 즉 교육과 그리고 이를 통해 진리를 찾은 이들의 사회적 책임 같은 것을 ‘동굴의 비유’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플라톤은 우선 인간이 사는 세상을 동굴의 안과 밖으로 나눈다. 인간은 동굴 안에서 태어나 학습을 통해 여러 가지 지식 또는 편견이나 선입견에 사로잡혀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는 플라톤에 의하면 동굴 안의 모든 것은 ‘실재의 재현’이 아닌 ‘실재의 부산물’ 또는 ‘복제물’이며, 실재하는 사물은 자신과 상반되는 비실재로서의 무를 갖고 있고, 그 무와 합일되어 하나가 됨으로써 비로소 존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현상세계를 동굴 안으로 설정하고, 이 모든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세계로 동굴 밖의 세계를 설정한다. 그리고 인간은 스스로 현실에 대한 인식과 결단을 통해 동굴 안에서 동굴 밖으로 나아갈 수 있다. 동굴 밖은 진리의 원천으로 상징되는 태양이 비치고 있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지만 동굴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동굴안의 세계는 어둠과 무지의 세계이며 밖은 빛과 진리의 세계이다. 하지만 진리란 실천이 동반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학문을 연구하고 훈련을 통해 진리를 인식한 후가 중요하다. 즉 진리란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플라톤은 동굴 밖에 나가 진리를 찾았다면 다시 동굴로 돌아와 동굴 속 무리들에게 진리를 알려 주어야한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지식인들이 비판받는 것은 소크라테스가 말하듯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때문이다. 마치 사르트르가 이야기했던 말만 그럴 듯하게 늘어놓으면서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자신이 깨우친 진리를 여전히 동굴 속에 갇혀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리를 깨닫게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플라톤은 이것이 바로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의 사명이자 임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셜리는 ‘동굴의 비유’를 통해 진리와 진실을 먼저 알고 이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려다가 오히려 아테네 시민들에게 죽임을 당한 소크라테스를 상기시키면서 세상의 불합리와 모순 즉 동굴 밖의 세상을 동굴 속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셜리를 비롯한 리빙시어터의 진보적 예술가들의 ‘고난의 행군’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계속)
글/ 정준모 관리자
업데이트 2017.09.26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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